한복이 세계의 시선을 받고 있다
K-팝과 K-드라마, K-뷰티로 시작된 한류의 열기가 이제 우리의 전통문화와 한복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해외 관광객들이 궁궐에서 한복을 입고 한국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세계 곳곳의 문화행사와 패션무대에서도 한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세계가 한복을 주목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한복을 세계화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한복의 세계화는 단순한 패션쇼 한 번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름다운 사진 몇 장과 홍보영만으로도 세계적인 문화브랜드가 될 수 없다.
이제 한복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부터 달라져야 한다.
한복은 단순한 옷이 아니다
한복에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생활문화, 미의식과 철학이 담겨 있다. 저고리와 치마, 바지라는 형태뿐만 아니라 선과 색, 소재와 입는 방식까지 오랜 세월 우리의 삶 속에서 발전해온 문화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한복의 세계화는 단순히 의류산업의 해외 진출이 아니다. 한복의 세계화는 한국문화의 세계화이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세계에 알리는 문화외교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복의 역사와 가치를 세계인에게 얼마나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이제는 진지하게 답해야 한다.
“한복은 한푸가 아니다”
최근 한복과 중국 한푸를 둘러싼 논쟁을 바라보면서 감정적인 대응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문화의 정체성은 목소리의 크기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 기록과 문화적 근거, 지속적인 콘텐츠 생산과 국제적인 활동을 통해 세계인에게 꾸준히 설명할 때 비로소 지켜질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분명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
한복은 한푸가 아니다. 그러나 이 말을 외치는 것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왜 한복이 우리의 문화인지,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 지금의 한복으로 발전했는지, 그 아름다움과 독창성이 무엇인지 세계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보여줘야 한다.
문화는 주장하는 것만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세계인이 공감하고 인정할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어낼 때 더욱 강해진다.
이제는 ‘행사’가 아니라 ‘산업’이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한복의 세계화를 이야기하면서 수많은 행사를 열었다. 하지만 행사가 끝나면 관심도 함께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한복 패션쇼가 끝난 뒤에도 해외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고, 현지 셀럽이 한복을 입고, 소비자가 한복을 구매하고, 관광객이 한복 문화를 체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패션·관광·공연·뷰티·한식·미디어를 하나로 연결해야 한다.
그래야 한복이 하나의 지속 가능한 글로벌 문화산업이 될 수 있다.
태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다
나는 특히 태국에서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태국은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실크문화도 가지고 있다. 한국의 한복과 태국의 전통 실크가 만나면 단순한 패션쇼가 아닌 새로운 한·태 문화교류의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다.
태국의 유명 셀럽과 모델들이 한국의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배경으로 패션쇼를 펼친다면 그것 자체가 강력한 문화외교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여기에 K-뷰티와 K-Culture 공연, 관광을 연결한다면 한복은 단순한 의상이 아니라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하나의 문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전통을 지키면서 세계로 나가야 한다
한복의 현대화도 중요하다. 젊은 세대가 입을 수 있어야 하고, 외국인도 부담 없이 구매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한복의 정체성까지 잃어서는 안 된다. 전통을 제대로 이해하는 장인과 디자이너가 중심에 서고, 그 위에 현대적인 디자인과 기술을 더해야 한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 그것이 한복이 세계 패션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 바로 한복의 골든타임이다. 세계는 지금 K-Culture를 주목하고 있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 민간기업의 투자, 디자이너와 장인의 창의성,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이 하나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한복의 가치를 믿어야 한다.
한복은 박물관 속에 보관해야 할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한복은 대한민국의 역사이면서 대한민국의 미래 문화산업이 될 수 있다. 이제 세계가 한복을 알아주기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우리가 먼저 세계로 나가야 한다
세계적인 패션무대에서 한복을 선보이고, 세계의 셀럽들이 한복을 입게 하고, 세계인이 한복을 구매하고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그리고 그 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다. 한복의 아름다움과 함께 한복의 역사와 정체성이다. 한복의 세계화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자부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실행과 전략이다.
대한민국이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문화자산 가운데 하나. 나는 그것이 한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준비한다면, 한복은 K-Culture를 넘어 세계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문화브랜드가 될 수 있다.
장기봉

영화감독·문화기획자
(사)한국시니어스타협회 예술감독
문화재회화복원연구소 책임연구원
옥스포드사전등록기념 경복궁 한복패션쇼 총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