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지난 8월 14일, 본지 편집국으로 한 통의 항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걸어온 이는 재개발 브로커 이모 씨 관련 사업에 5억 원을 건넨 당사자 송모 씨였다. 송씨는 스스로 “기사에 나온 송씨”라고 밝힌 뒤, 본지가 연재 중인 ‘재개발 브로커 주의보’ 보도에 대해 거세게 불만을 토로했다.
통화는 시작부터 거칠었다. 송씨는 본지 보도를 “악의적 보복기사”로 규정하며 담당 기자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이 취재 기자에게 직접 전달할 것을 안내했으나 비난은 이어졌다. 송씨가 반복해서 강조한 핵심은 하나였다. “기사를 쓸 거면 확실한 팩트에 의해서 써라.”
본지 역시 이 원칙에 철저히 동의한다. 따라서 반론이 성립하려면 어떤 내용이 사실과 다른지 구체적인 지적이 선행되어야 한다. 5억 원의 이동 사실인지, 돈이 건네진 시점인지, 이씨의 학력·경력 검증 내용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러나 정작 송씨는 기사의 어떤 부분이 틀렸는지는 단 한 가지도 특정하지 않았다. 대신 “내 이야기는 기사에 단 한 줄도 쓰지 말라”는 요구만 되풀이했다.
언론이 취재원의 신원과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본지 역시 송씨의 실명을 가렸고, 무분별한 개인정보 공개를 지양하고 있다. 그러나 ‘신원 보호’ 요구와 공익적 목적의 ‘사실관계 보도’ 자체를 막아서는 요구는 별개의 문제다.
송씨는 이번 사건의 단순한 주변인이 아니다. 이씨를 알게 된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5억 원이라는 거액을 건넨 핵심 당사자다. 이씨가 어떤 인맥과 사업 구상으로 송씨의 신뢰를 얻었는지, 그리고 다른 주변인들이 의문을 품고 이씨를 떠나가는 상황에서도 왜 송씨만은 이씨가 아닌 취재 기자를 향해 날을 세우는지 규명하는 것은 이번 검증의 핵심이다.
이씨의 대학교 직함, 정치권 경력, 과거 금전 관계, 위증 혐의 송치, 무상 자문 약정서 및 조합 돈 관련 녹취까지. 앞선 네 차례의 보도에서 제시된 사실관계에 문제가 있다면 논리적으로 반박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5억 원을 건넨 송씨가 먼저 겨냥한 것은 이씨의 의혹이 아닌, 이를 취재한 기자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이씨가 구축해온 ‘신뢰의 구조’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돈보다 먼저 구축된 ‘인물에 대한 신뢰’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씨가 자신을 알리는 방식은 단순한 정비사업 관계자 수준을 넘어섰다. 대학 연구기관 직함, 정치권 경력, 유력 기업인들과의 친분, 상당한 재력과 사업 능력을 고루 갖춘 인물로 자신을 포장해왔다.
이씨의 관계 형성 방식은 정교했다. 2024년 여름, 서울 청량리의 한 오피스텔에서 열린 정비사업 관계자 모임이 대표적이다. 이 자리에서 한 건축사의 명함에 ‘한양공고 총동창회 부회장’이 적힌 것을 본 이씨는 즉시 자신이 한양공고 출신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하지만 본지가 이씨 친척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씨는 여수 지역의 공업계 고등학교를 다닌 것으로 기억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학력의 진위는 공식 기록으로 더 검증해야겠으나, 중요한 것은 그가 상대방의 이력을 보고 즉석에서 공통분모를 만들어내며 친분을 다지는 방식을 취해왔다는 점이다.
◇ 사업 현장마다 확장된 인맥…“돈 안 되는 곳은 안 한다”
이씨가 접촉한 정비사업 현장은 서울 용두동 재개발, 가락현대 재건축, 인천 미추홀 정비사업 등 다수에 달한다. 각 사업장마다 참여 방식은 달랐지만, 초기에 “사업을 도와주겠다”며 인맥과 경험을 과시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슬그머니 연락을 끊는 패턴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본지 기자에게 직접 “돈이 되지 않는 곳은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실제로 유의미한 경제적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관계자들의 연락을 피했고, 중간에서 다리를 놓았던 기자만 난처한 입장에 처하기도 했다.
경기도 구리 지역에서 이씨를 접했던 인물들의 평가도 시간이 흐르며 냉각됐다. 취재진이 만난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씨가 주장해온 경력과 재력, 사업 능력에 의문이 생겨 거리를 두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주변의 신뢰가 깨져가는 상황 속에서도, 송씨 혼자 이씨에 대한 신뢰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점은 매우 대조적이다.
◇ 대기업 친분·언론인 행세…‘영향력의 외형’ 완성
이씨가 과시한 인맥은 대기업으로도 이어졌다. 이씨는 기자는 물론 주변인들에게 서희건설 경영진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회사의 하남시 이전 과정에서 자신이 하남시장과 경영진을 직접 연결하는 등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본지가 서희건설 측에 공식 질의서를 보내 이씨의 관여 여부와 경영진 친분 관계를 물었으나, 기사 작성 시점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사실 여부는 검증되지 않았으나, 이러한 대기업 관련 서사는 주변인들에게 이씨를 ‘대단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인식시키는 데 일조했다.
언론 경력에 대한 주장도 마찬가지였다. 이씨는 과거 ‘주거환경신문’ 회장을 지내며 매체를 키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본지가 해당 매체 측에 확인한 결과 “중랑구 쪽에서 부동산을 하던 사람이 아니냐”는 반응이 돌아왔다. 과장된 경력 주장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심지어 이씨는 기자 신분이 아님에도 평소 기자증 형태의 신분증을 소지하고, 차량에 ‘보도·취재차량’ 스티커를 붙이고 다녔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경찰과 접촉하는 자리나 교통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자신의 신분을 입증하거나 위세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대학 직함, 정치권 경력, 대기업 인맥에 이어 ‘언론인의 외형’까지 갖춤으로써 주변의 경계심을 허물었던 것이다.
◇ 두 달 만에 건네진 5억 원…신뢰가 금전으로 바뀐 순간
이러한 ‘영향력의 외형’이 실제 거액의 금전 거래로 이어진 결정적 사례가 바로 송씨의 5억 원이다. 송씨는 2025년 6월 스크린골프 모임을 통해 이씨를 알게 되었고, 불과 두 달여 만인 8월에 5억 원이라는 거금을 건넸다.
당시 이씨는 “5억 원을 투자하면 1년 안에 20억 원이 된다”며 서울 강북 지역 재개발 사업장 두 곳을 언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송씨 역시 과거 기자에게 비슷한 취지의 설명을 한 바 있다.
이 돈의 법적 성격이 투자금인지 대여금인지보다 중요한 것은, 허울뿐인 신뢰에 기반해 불과 두 달 만에 5억 원이라는 거금이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온갖 의혹이 제기된 지금도 송씨가 왜 이씨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 제보할 땐 적극적, 보도 후엔 “말렸다”…엇갈린 사후 설명
이씨는 과거 본지 기자에게 특정 재개발 사업의 비리 의혹과 자료를 제공하는 취재원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보 제공 당시와 보도 이후의 태도가 완전히 달랐다.
이씨의 제보를 바탕으로 기사가 나간 뒤, 이씨는 정작 해당 재개발 조합 관계자에게 연락해 “나는 기자에게 기사를 쓰지 말라고 말렸는데 기자가 강행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장위동 재개발 취재 때도 마찬가지였다. 부정적인 단서를 제공해놓고 정작 대상자에게는 “기사를 말렸다”며 양다리를 걸친 것이다.
정보를 제공해 기사화를 유도해놓고, 정작 사후에는 대상자에게 기자를 탓하며 자신을 보호하는 지독한 이중성을 보인 셈이다.
◇ 관계 단절 후 등장한 ‘5억 소개비’와 ‘이성 문제’
본지가 이씨의 직함과 경력, 금전 관계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에 착수하자 두 사람의 관계는 급격히 악화됐다. 그러자 이씨의 반응 방식이 급변했다.
이씨는 기자와의 관계가 깨진 뒤, 기자 주변의 선후배와 정비사업 관계자들에게 연락해 기자를 음해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이씨가 기자를 상대로 제출한 명예훼손 고소장에는 전혀 새로운 주장이 등판한다. 이씨는 당초 기자를 도왔으나, 기자가 송씨의 5억 원과 관련해 “나도 소개비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악감정을 품고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기자는 소문과 고소장의 내용 모두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전 문제뿐만 아니라 이성 문제까지 끌어들였다. 이씨는 송씨 등을 거쳐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대학 교수이자 조합원인 여성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소문을 주변에 다각도로 유포했다.
가까운 관계일 때는 나오지 않았던 ‘돈 문제’와 ‘이성 문제’가 관계가 단절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뿜어져 나온 것이다. 이씨와 거리가 멀어진 다른 제보자들 역시 “관계가 틀어지면 상대방을 도덕적으로 매장하는 수법이 반복된다”고 입을 모은다.
◇ 경찰관에 대한 진상조사 요청…확산하는 검증 범위
검증의 범위는 이제 이씨 주변인을 넘어 과거 그를 수사했던 경찰관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문1구역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이씨와 법적 분쟁 중인 정금식 조합장 측은 최근 서울경찰청 감사부서에 과거 이씨 관련 사건을 담당했던 조모 경감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씨의 과거 진술과 사건 처리 과정이 적정했는지 감사해 달라는 취지다.
진상조사 요청 자체가 해당 경찰관의 위법이나 징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과거 수사기관에서 이씨가 했던 진술과 법정 증언이 달라 경찰이 이씨를 위증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전력이 있는 만큼, 당시 수사 과정 전반이 다시 객관적 검증의 대대에 오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의문으로 남은 질문…“송씨는 왜 지금도 믿는가”
다시 8월 14일, 송씨의 항의 전화로 돌아가 보자. 구리 지역 관계자들은 물론 본지 기자 역시 교차 검증을 통해 이씨의 거짓과 실체를 확인하고 거리를 뒀다. 이 과정에서 기자가 5억 원의 진위를 다각도로 확인하려 하자 이씨는 폭언을 하며 관계를 끊었다.
그러나 5억 원의 실제 피해자일 수도 있는 송씨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네 차례에 걸친 구체적 검증 보도에도 불구하고, 이씨에게 진실을 따지기보다 문제를 제기한 기자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이씨를 철저히 방어하고 있다.
자신의 5억 원을 돌려받기 위한 현실적 계산 때문인지, 여전히 이씨의 가짜 인맥과 사업 능력을 신뢰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보도 내용 전체를 부정하고 싶은 것인지는 오직 송씨 본인만이 답할 수 있다.
◇ 감정이 아닌 ‘기록과 팩트’로 검증할 때
이씨가 본지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함에 따라, 사태는 이제 사적인 갈등이나 감정 싸움의 영역을 벗어났다. 객관적인 기록과 자료로 진실을 가릴 때가 된 것이다.
이씨가 주장해온 학력과 직함, 정치권·대기업 인맥, 기자증 사용 목적, 5억 원 소개비 요구 주장의 진위는 이제 금융 거래 내역, 문자메시지, 녹취, 수사 기록 등 객관적 증거를 통해 법정에서 명명백백히 가려질 것이다. 과거 수사 경찰관에 대한 진상조사 역시 당시 수사 서류를 통해 객관적으로 밝혀지게 된다.
송씨가 본지 편집국에 던진 일갈 역시 마찬가지다. “팩트에 의해서 기사를 써라.”
본지는 이 요구에 기꺼이 응할 것이다. 이제 감정과 오만을 걷어내고, 오직 서류와 기록이 말하는 팩트로 진실을 따져볼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