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브로커 주의보⑥] “내 이야기만 하지 마라”…남의 ‘115억 소송’을 자신의 돈처럼 말했나

  • 등록 2026.08.22 06: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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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450억 받을 소송”…기자에게 여러 차례 직접 설명
“소송 안 하면 50억 준다고 했다”…거액 자금 ‘안전판’ 강조
정금식 조합장 “그런 일 없다…그 큰돈을 제 마음대로 주겠나”
실제 소송은 115억원대…원고는 이씨 아닌 G사, 1심 ‘원고패’
이씨는 G사 직원도 소송 당사자도 아냐…경제적 권리 근거 확인 안 돼
본지, 판결 8개월 전부터 소송 규모·진행 상황 불일치 공식 지적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제 이야기만 안 하시면 됩니다.”

 

지난해 9월 3일 이모 씨가 본지 기자에게 보낸 사실상 마지막 카카오톡 메시지다. 당시에는 오랜 관계를 정리하며 남긴 말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후 이씨가 주변에 설명해온 사업과 금전관계를 법원 기록과 하나씩 대조하면서 이 짧은 문장은 새로운 질문을 남겼다. 이씨가 다른 사람들에게 하지 말라고 했던 ‘자신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그 질문을 다시 꺼내게 한 대표적인 사안이 서울 이문1구역 재개발조합과 G사 사이에서 벌어진 115억원대 용역비 소송이다.

 

이씨는 본지 기자에게 자신이 관련된 소송에서 받을 돈이 ‘약 450억원’에 이른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직접 설명했다. 이미 1심에서 승소해 2심이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여기에 정금식 이문1구역 조합장이 소송을 계속하지 않는 조건으로 50억원을 주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먼저 했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이씨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소송에서 이길 경우 수백억원을 기대할 수 있고, 소송을 중단하더라도 최소 5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본지가 확인한 법원 기록과 당사자의 설명은 달랐다.

 

 

◇ ‘450억 받을 소송’이라더니…실제 원고는 이씨 아닌 G사

 

본지가 확보한 법원 사건조회 자료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서울북부지법에서 진행된 용역비 청구 소송으로, 청구금액은 115억5288만2730원이다. 이씨가 기자에게 여러 차례 설명했던 ‘약 450억원’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더 주목되는 것은 소송 당사자다.

 

법원 기록상 원고는 이씨가 아니라 G사다. 본지 취재 결과 이씨는 G사의 직원도 아니었으며 소송의 원고나 피고 등 당사자로 이름을 올린 인물도 아니었다. 취재를 통해 파악된 이씨의 위치는 G사 측 주변에서 이문1구역 관계자들과의 관계 형성 등에 관여했던 인물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씨가 이 소송을 자신의 거액 자금과 직접 연결되는 것처럼 설명할 수 있었던 근거가 무엇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남는다.

 

이씨가 G사와 성공보수나 이익배분 약정을 체결했거나 소송 결과에 따라 일정 금액을 받을 법률적 권리를 갖고 있었다면 관련 계약이나 문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본지가 확보한 자료에서는 이씨가 해당 소송을 통해 수백억원 또는 수십억원을 받을 권리가 있었다는 객관적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더욱이 지난 8월 20일 1심 결과는 ‘원고패’였다. 적어도 1심에서는 G사가 청구한 115억원대 용역비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다만 사건조회 자료만으로 법원이 어떤 사실관계와 법리에 따라 청구를 배척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구체적인 판단 이유는 판결문을 통해 살펴봐야 하며 항소 여부에 따라 향후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번 취재의 핵심 역시 G사가 소송에서 이겼느냐 졌느냐가 아니다. 이씨가 당사자도 아닌 회사의 소송을 왜 자신이 받을 거액의 돈처럼 주변에 설명했느냐는 점이다.

 

◇ “소송 안 하면 50억”…정금식 조합장은 전면 부인

 

115억원대 소송보다 투자자의 판단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목은 이른바 ‘50억원 합의설’이다.

 

이 역시 제3자의 전언만으로 확인된 내용이 아니다. 이씨는 본지 기자에게 정 조합장이 소송을 계속하지 않는 조건으로 50억원을 주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먼저 했다고 여러 차례 직접 설명했다.

 

‘450억원을 받을 소송’이라는 설명에 ‘50억원 합의’까지 더해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소송을 계속하면 수백억원을 기대할 수 있고, 이를 포기하더라도 수십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구조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최근 이씨가 제안 당사자로 지목한 정 조합장에게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정 조합장의 답변은 명확했다. 자신이 이씨에게 50억원을 주고 소송을 끝내자고 제안한 사실은 없다는 것이다. 정 조합장은 “세상에 그 큰돈을 제 마음대로 줄 수 있겠느냐”는 취지로 반문하며 이씨의 설명을 일축했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최종적인 사실관계는 객관적 자료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 이씨가 실제 그런 제안을 받았다면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제안이 이뤄졌는지와 이를 뒷받침할 메시지나 녹취, 협의자료 등이 있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은 분명하다. ‘50억원을 먼저 제안했다’는 것은 이씨의 설명이고, 그 제안을 했다고 지목된 당사자는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 판결 8개월 전부터 물었다…“450억이라 했는데 실제는 110억”

 

본지가 이 문제를 G사의 1심 패소 결과가 나온 뒤 새롭게 제기한 것도 아니다.

 

본지 기자는 지난해 12월 4일 이씨에게 보낸 내용증명에서 “귀하는 ‘약 450억 받을 소송, 1심 승소 후 2심 중’이라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110억 소송에 1심 진행 중임이 확인되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당시에는 청구금액을 약 110억원으로 표현했지만 현재 법원 사건조회에서 확인되는 정확한 소가는 115억5288만2730원이다.

 

이 시점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지난해 12월은 1심 결과가 나오기 약 8개월 전이었다. 따라서 본지가 패소 결과를 확인한 뒤 과거 이씨의 발언을 결과론적으로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재판 결과를 알 수 없던 시점부터 이씨가 설명한 소송 규모와 진행 상황이 실제 확인되는 사건과 맞지 않는다는 점을 서면으로 지적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확인해야 할 것은 ‘450억원’이라는 숫자의 출처다. 별도의 소송이 있었다면 사건번호와 재판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여러 채권이나 사업상 권리를 합산한 금액이라면 그 산출 근거를 제시하면 된다. 실제 1심에서 승소해 2심이 진행 중이던 별도 사건이 존재했다면 이 역시 법원 기록으로 확인 가능하다.

 

본지가 문제 삼는 것은 이씨가 소송 결과를 잘못 예측했다는 것이 아니다. 당시 설명한 소송의 규모와 진행 단계, 그리고 그 소송에서 이씨 자신이 갖는 경제적 권리가 실제 기록과 일치했느냐는 것이다.

 

◇ ‘5억이 20억’보다 중요한 말…“최소 50억은 들어온다”

 

앞선 ⑤편에서는 송모 씨 등을 통해 이씨와 관련된 사업에 5억원이 움직인 과정과 이후 송씨의 태도를 다뤘다. 이번 편에서 주목하는 것은 투자 또는 대여라는 법적 성격이 아니라, 거액을 건넨 사람이 이씨의 경제적 능력과 자금 회수 가능성을 무엇을 근거로 판단했느냐다.

 

본지 취재 과정에서는 이씨가 “5억원을 투자하면 1년 안에 20억원이 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관계자 설명이 나왔다. 그러나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률만큼 중요한 것은 원금 회수 가능성이다.

 

만약 ‘450억원을 받을 소송이 있다’, ‘이미 1심에서 이겼다’, ‘소송을 하지 않아도 50억원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함께 들었다면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이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이씨에게 상당한 자금이 들어올 것이라고 판단할 여지가 있다.

 

특히 ‘50억원’은 기대수익이 아니라 일종의 안전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다른 사업에서 문제가 생겨도 최소 수십억원의 자금이 확보돼 있다고 믿는다면 상대방의 상환능력이나 투자 위험에 대한 판단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실제 5억원을 건넨 사람들이 이러한 설명을 어느 수준까지 들었고 그것이 자금 제공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 따라서 이씨가 거액의 자금을 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소송 이야기를 이용했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다만 투자 판단의 배경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당시 이씨가 자신의 경제적 능력을 어떻게 설명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 결국 남는 질문…남의 소송은 어떻게 ‘나의 450억’이 됐나

 

이제 쟁점은 오히려 단순해졌다. 이씨에게 실제로 G사의 소송을 통해 거액을 받을 권리가 있었다면 그 근거를 제시하면 된다. ‘450억원’이 별도의 소송이나 채권을 의미했다면 관련 기록을 확인하면 되고, ‘50억원 합의 제안’이 실제 있었다면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제시하면 된다.

 

본지가 확인하려는 것은 소송의 승패가 아니다. 당사자도 아니고 G사의 직원도 아닌 이씨에게 G사의 소송이 어떤 과정을 거쳐 자신의 ‘450억원’으로 설명됐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앞선 2025년 9월, 본지 기자가 이씨 주변에서 오간 사업과 금전관계를 당사자들에게 교차 확인하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급격히 틀어졌다.

 

8월 31일 이씨는 기자에게 장문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앞으로 처세 좀 생각하고 해라”, “진실과 농담 사이를 교묘하게 넘나들며 본인이 소개한 사람과 본인이 소개받은 사람을 구별 않고 본인 입장에서 말 섞고 행동하고 판단하면 결국 본인만 바보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어 9월 3일 사실상 마지막 메시지를 보냈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제 이야기만 안 하시면 됩니다.”

 

이 문장이 소송이나 투자 문제를 외부에 알리지 말라는 의미였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단순히 관계가 끝났으니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의미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중요한 것은 그 말의 의도를 추측하는 일이 아니다.

 

본지는 판결이 나오기 8개월 전부터 ‘450억원 소송’이라는 이씨의 설명과 실제 확인되는 사건 사이의 차이를 공식적으로 물었다. 이후 법원 기록을 통해 실제 소송 당사자와 청구금액이 확인됐고, 이씨가 ‘50억원을 제안했다’고 지목한 정 조합장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직접 부인했다. 따라서 남은 것은 기록의 확인이다.

 

‘450억원’은 어디에서 나온 숫자인가. 이씨에게 G사의 소송대금을 받을 어떤 법적·경제적 권리가 있었는가. ‘50억원 합의설’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존재하는가. 그리고 이러한 설명은 5억원이 움직이기 전후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전달됐는가.

 

이씨가 하지 말라고 했던 ‘그 이야기’와 실제 기록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것. ⑥편이 묻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문채형 기자 newsroom@g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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