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파크골프협회가 유소년 파크골프 보급을 위한 ‘파크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학교 체육수업에 맞춘 코스와 경기규칙, 전용 용구 등을 개발하고 오는 9월부터 5개 시도 거점학교에서 시범수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와 관련 박경래 전남파크골프협회장은 사업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파크골프의 향후 종목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이 시도협회와 충분한 논의 없이 추진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박 회장은 전국 시도협회장들에게 관련 내용을 공유하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박 회장은 이번 기고를 통해 ‘파크볼’ 사업의 추진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유소년 파크골프가 나아갈 방향을 제안한다. <편집자 주>
유소년에게 파크골프를 보급하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늦었다고 생각한다. 파크골프가 특정 연령층 중심의 생활체육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세대를 잇는 스포츠로 성장하려면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연스럽게 파크골프를 접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추진하는 ‘2026 유소년 스포츠 기반 구축 사업’과 대한파크골프협회의 유소년 ‘파크볼’ 사업 취지에는 적극 찬성한다. 문제는 취지가 아니다.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 어디까지 결정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번 사업은 학교에서 어린이들이 파크골프를 체험하도록 하는 단순한 교육프로그램이 아니다. 학교 체육수업에 맞춰 코스를 새롭게 만들고 경기규칙을 개발하며 어린이용 클럽과 공 등 용구체계까지 별도로 설계하는 ‘변형 스포츠 모델’ 개발사업이다. 그렇다면 홍석주 대한파크골프협회장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파크볼’은 파크골프인가, 새로운 종목인가?
파크골프의 유소년 교육프로그램이라면 기존 파크골프와 어떤 관계로 운영할 것인가. 별도의 경기규칙은 왜 필요한가. 별도의 지도자와 심판 자격도 만들 것인가. 앞으로 ‘파크볼’이라는 이름의 전국대회와 선수체계, 별도 조직까지 만들 계획인가.
이 정도의 사업이라면 추진에 앞서 파크골프계 내부의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가 먼저 이뤄졌어야 한다.
대한파크골프협회는 중앙회 몇 사람만의 조직이 아니다. 전국 17개 시도협회와 시군구협회, 수많은 동호인이 함께 만들어온 조직이다. 더구나 유소년 파크골프가 학교와 지역 현장에 뿌리내리려면 결국 시도협회와 시군구협회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홍석주 회장은 이 사업을 누구와 논의했는가.
전국 시도협회장들에게 사업의 취지와 내용을 충분히 설명했는가. 코스와 경기규칙, 용구체계까지 새롭게 만드는 사업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의견을 물었는가. ‘파크볼’이 앞으로 어떤 체계로 발전하게 될 것인지 논의했는가. 그런 과정이 충분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오는 9월부터 전국 5개 시도 거점학교에서 시범수업이 시작된다고 한다. 결과물을 상당 부분 만들어 놓고 나중에 의견을 묻는다면 제대로 된 의견수렴이라고 할 수 없다.
파크골프 미래를 중앙회 쑥덕공론으로 정할 수는 없다.
더 중요한 문제도 있다. ‘파크볼’이라는 명칭과 경기규칙, 교육콘텐츠의 권리는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유소년용 클럽과 공의 규격은 누가 만들고 누가 공인하는가. 특정 용역기관이나 용품업체가 개발 과정에 참여한다면 그 결과물의 권리와 사용 권한은 어떻게 되는가.
이것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한번 만들어진 규칙은 대회로 이어지고, 대회는 지도자와 심판을 필요로 한다. 별도의 용구 규격이 만들어지면 공인과 제조·유통의 문제도 뒤따른다. 결국 지금 만드는 하나의 유소년 프로그램이 몇 년 뒤 별도의 자격과 대회, 조직을 가진 또 하나의 스포츠 체계로 발전할 가능성까지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묻고 따져보자는 거다. 사업을 반대해서가 아니다. 유소년 파크골프를 키우지 말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키우기 위해 지금 묻는 것이다.
파크골프계는 각종 민간자격과 단체의 난립으로 적지 않은 혼란을 겪어왔다. 유소년 분야에서 또 다른 경기규칙과 지도자·심판 자격이 만들어지고 별도의 대회와 조직까지 생긴다면 몇 년 뒤 이를 다시 하나로 묶는 일은 훨씬 어려워질 수 있다.
파크볼은 파크골프와 경쟁하는 또 하나의 종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린이가 파크골프에 처음 입문하는 교육프로그램이어야 한다. 경기규칙도 완전히 새로운 체계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 파크골프 경기규칙 안에서 유소년에게 필요한 특례를 두는 방향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지도자와 심판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자격증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기존 파크골프 지도자와 심판 체계 안에 유소년 전문교육 과정을 두면 된다.
대회 역시 별도의 세계를 만들 이유가 없다. U12, U15, U17 등 연령별 경기로 발전시켜 어린이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정규 파크골프 선수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 운동장에서 처음 클럽을 잡은 어린이가 청소년 선수가 되고 성인 선수가 되어 국내외 무대에서 경기하는 모습.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은 새로운 종목 하나가 아니라 유소년에서 청소년, 성인으로 평생 이어지는 파크골프의 길이다.
이것은 전남협회만의 문제 제기로 끝낼 사안이 아니다.
나는 이번 파크볼 사업과 관련한 자료와 문제의식을 전국 시도협회장들과 공유하고 의견을 구하고 있다. 유소년 파크골프의 미래와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시도협회장들이 사업 내용을 충분히 알고 각자의 의견을 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뜻을 같이하는 시도협회장들의 의견이 모이면 공동명의로 대한파크골프협회에 관련 자료 공개와 공식적인 의견수렴을 요구할 것이다. 이는 중앙회와 시도협회가 대립하자는 것이 아니다. 중앙회의 사업을 무조건 막자는 것도 아니다.
중앙회가 결정하고 시도협회는 따라가는 방식으로 파크골프의 미래를 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국 시도협회는 중앙회가 결정한 사업을 전달받아 시행하는 하부기관이 아니다. 각 지역의 파크골프 현장을 책임지고 수많은 동호인과 선수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한파크골프협회의 구성원이다.
그렇다면 유소년 파크골프의 규칙과 용구, 지도자와 심판, 향후 대회체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도협회의 의견을 듣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당연한 절차다. 그래서 홍석주 회장에게 공개적으로 요청한다.
파크볼 관련 용역 과업지시서와 대한체육회 공모사업 지침을 공유하기 바란다. 용역기관과 연구진·자문위원은 누구인지, 경기규칙은 어떤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는지, 용구 규격과 공인체계는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공개하기 바란다.
‘파크볼’ 상표의 출원·등록 여부와 권리관계도 밝혀야 한다. 시범학교 선정기준과 향후 지도자·심판 자격, 대회 운영과 조직화 계획이 있다면 이 역시 시도협회와 공유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요 내용이 확정되기 전에 관련 위원회와 이사회는 물론 전국 시도협회장들의 의견을 듣는 공식적인 절차를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
홍석주 회장에게 다시 묻는다.
유소년 파크골프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이 사업을 지금까지 누구와 논의했는가?
파크볼을 파크골프 안에서 키울 것인가, 별도의 종목으로 키울 것인가?
그 중요한 결정을 왜 시도협회와 전국의 회원, 동호인들과 함께 논의하지 않는가?
파크골프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에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고, 사업보다 중요한 것은 원칙이다. 유소년 파크골프는 반드시 키워야 한다. 그렇기에 더욱 공개하고, 묻고, 함께 결정해야 한다. ‘파크볼’이 누구의 사업이냐고 묻는 것이 아니다. 파크골프의 미래를 누가 결정할 것이냐고 묻는 것이다.
그 미래는 어느 한 사람도, 중앙회 몇 사람도 독점할 수 없다.

박경래 전라남도파크골프협회 회장·목포과학대학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