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의 몸집이 커졌다. 증권에 이어 보험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면서 오랫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비은행 부문을 보강했고,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외형도 갖춰가고 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통합까지 마무리되면 총자산 약 55조원 규모의 대형 생명보험사가 우리금융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 잡게 된다.
임종룡 회장 체제에서 이뤄낸 성과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자본비율을 개선했고 증권과 보험을 확보하며 비은행 포트폴리오도 강화했다. 우리금융 역시 지난 3년을 완전 민영화와 자본비율 개선, 종합금융그룹 체계 구축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한 시기로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금융에는 외형 성장과는 다른 성적표가 필요하다. 몸집이 커진 만큼 고객의 신뢰도 함께 커졌느냐는 것이다.
최근 공개된 금융사고 통계는 이 질문을 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281건, 사고액은 5495억2800만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의 사고액은 2843억500만원으로 전체의 51.7%를 차지했다. KB국민은행 1422억500만원, 하나은행 822억3700만원, 신한은행 407억8100만원을 모두 합쳐도 약 2652억원이다. 우리은행 한 곳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금액이 나머지 세 은행을 합친 것보다 약 191억원 많다는 의미다.
더 주목할 대목은 사고 건수다. 우리은행은 70건으로 하나은행 77건, KB국민은행 73건보다 오히려 적었다. 사고가 가장 빈번했던 은행은 아니지만 사고액은 가장 컸다. 이는 금융사고를 단순히 발생 건수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고를 얼마나 빨리 발견했는지, 피해가 커지기 전에 차단했는지, 대출 심사와 결재·감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까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
이 기간 우리은행의 최고경영자는 여러 차례 바뀌었다. 손태승 전 행장을 시작으로 권광석, 이원덕, 조병규 전 행장을 거쳐 현재 정진완 행장까지 이어졌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2019년 재출범 이후 손태승 전 회장을 거쳐 2023년 임종룡 회장 체제로 전환됐다.
따라서 2843억원이라는 누적 사고액을 특정 경영자 한 사람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사고가 발생한 시기와 원인, 당시 경영진의 책임은 각각 구분해 따져야 한다. 그러나 최고경영자가 여러 차례 바뀌고 조직이 개편되는 동안에도 대형 금융사고가 반복됐다면 이를 몇몇 직원의 일탈만으로 설명하는 것 역시 충분하지 않다.
사람은 바뀌었는데 사고가 반복됐다면 결국 질문은 시스템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내부통제가 있다.
임종룡 회장도 2023년 취임하면서 경영 방향의 첫 번째로 ‘신뢰받는 우리금융’을 제시했다. 그룹 차원의 리스크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빈틈없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우리금융은 내부통제 전담인력을 확대하고 우리은행에 내부통제지점장·전문역·관리역으로 이어지는 관리체계를 마련했으며 이사회에는 윤리·내부통제위원회도 신설했다.
2024년 우리은행의 부적정 대출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임 회장은 원인을 조직 내부에서 찾았다.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과 일부 직원의 처신뿐 아니라 내부통제 시스템의 허점을 지적했고, 자신을 포함한 경영진의 책임도 인정했다. 이후 계열사를 직접 찾아 내부통제와 윤리경영 강화를 주문하는 등 그룹 차원의 대응도 이어갔다.
문제는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가 조직이나 담당자 숫자로 평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고를 예방했는지, 예방하지 못했다면 얼마나 빨리 찾아냈는지, 피해 확산을 차단했는지,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업무 구조를 바꿨는지가 실질적인 평가 기준이다.
모든 금융사고를 완벽하게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수많은 임직원이 일하고 막대한 자금이 움직이는 은행에서 개인의 일탈과 외부인의 범죄 시도를 완전히 차단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내부통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사고 가능성을 낮추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조기에 찾아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내부통제의 존재 이유다.
실제 4대 은행의 금융사고를 유형별로 보면 사기가 149건, 3036억7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업무상 배임은 30건, 1554억1500만원, 횡령·유용은 90건, 900억7600만원이었다. 외부인의 사기는 대출 심사와 검증 시스템을 돌아보게 하고 직원의 횡령과 배임은 직무분리와 조직 관리, 감시체계의 실효성을 묻게 한다. 사고가 장기간 발견되지 않았다면 사후 모니터링 역시 점검 대상이다. 형태는 달라도 결국 금융사고가 내부통제라는 하나의 문제로 모이는 이유다.
이 문제는 앞으로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금융이 은행 중심 금융그룹에서 증권과 보험까지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열사와 사업영역이 늘어나면 새로운 수익원이 생기는 동시에 관리해야 할 위험과 사고의 접점도 함께 늘어난다.
따라서 우리금융의 외형 확대는 내부통제에도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 이제는 우리은행 하나의 통제 문제가 아니다. 증권과 보험을 포함한 계열사 전체에 일관된 통제 원칙을 적용하고 실제 영업 현장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능력이 종합금융그룹의 경쟁력이 돼야 한다.
임종룡 회장에게도 이 대목은 중요하다. 첫 임기 동안 증권과 보험을 확보하고 자본비율을 개선해 우리금융의 몸집을 키웠다면, 앞으로는 커진 조직을 제대로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금융에서 규모가 곧 신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산과 계열사가 늘었다고 고객의 신뢰까지 저절로 커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2843억원은 우리은행만 바라봐야 할 숫자가 아니다. 우리금융 전체가 새겨봐야 할 숫자다.
물론 2017년 이후 발생한 모든 사고의 책임을 현재의 임종룡 회장이나 정진완 행장에게 물을 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 사고에 대한 책임과 그 사고에서 드러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책임은 다른 문제다. 현재 경영진이 져야 할 책임은 과거를 대신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바꾸는 데 있다.
우리은행에서 일하는 대다수 임직원에게 2843억원이라는 숫자는 무겁고 때로는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사고를 일으킨 사람은 극소수이고 대부분의 직원은 자신의 자리에서 규정과 원칙을 지키며 일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객은 사고를 일으킨 직원 개인보다 ‘우리은행’이라는 이름을 기억한다. 개인의 일탈을 시스템이 걸러내지 못하면 그 결과는 수많은 임직원이 오랫동안 쌓아온 은행의 신뢰에 남는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높은 윤리의식을 요구하는 만큼 경영진에는 더 높은 관리 책임이 따른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교육을 강화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대출 심사와 결재, 인사와 감사, 전산거래와 해외법인 관리 등 어느 지점에서 통제가 작동하지 않았는지 찾아내고 구조적으로 고쳐야 한다.
우리금융은 이미 여러 차례 내부통제 강화를 약속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약속이 아니라 결과다.
증권을 품었고 보험을 확보했으며 자본력도 개선됐다. 분명 평가받을 만한 변화다. 그러나 금융회사의 성장을 자산과 순이익, 주가와 계열사 숫자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금융회사가 커질수록 그에 비례해 고객이 믿고 돈을 맡길 수 있는 시스템도 강해져야 한다.
우리금융의 자산과 계열사는 이미 크게 늘었다. 이제 증권과 대형 보험사까지 거느리는 종합금융그룹을 향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던져야 할 질문은 ‘우리금융이 얼마나 더 커질 것인가’가 아니다. ‘커진 우리금융을 고객이 얼마나 더 믿을 수 있는가’여야 한다.
‘신뢰받는 우리금융’을 약속한 임종룡 체제의 성적표 역시 자산과 순이익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금융사고를 얼마나 줄였는지, 내부통제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작동했는지, 과거와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는 조직을 만들었는지가 함께 평가돼야 한다.
몸집은 이미 커졌다. 이제 그 몸집에 걸맞은 신뢰를 보여줄 차례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