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출범 5년을 앞둔 토스뱅크가 금융감독원의 첫 정기검사에서 ‘기관주의’를 받았다. 금융거래정보 관리부터 대주주 신용공여 공시, 전산 프로그램 변경통제에 이르기까지 내부통제 전반에서 법규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서다.
과태료는 2억4520만원이지만 이번 검사 결과를 단순히 제재금 규모로만 보기는 어렵다. 금감원이 적발한 법규 위반은 8건에 달했고, 이와 별도로 경영유의사항 22건과 개선사항 35건을 통보했다. 특히 이사회 역량과 성과평가체계, 자본비율 관리, 중저신용자 신용평가시스템 등 은행 경영 전반에 걸쳐 개선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워온 인터넷전문은행의 내부통제 체계가 성장 속도를 따라갔는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토스뱅크에 대한 첫 정기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검사는 2024년 11월4일부터 12월6일까지 진행됐으며 제재 조치는 지난달 25일 결정됐다.
금감원은 내부통제 미흡 등에 따른 법규 위반 사항을 적발해 토스뱅크에 기관주의를 내리고 과태료 2억4520만원을 부과했다.
임직원에 대한 제재도 뒤따랐다. 임원 3명에게 ‘주의’, 퇴직 임원 2명에게 ‘주의 상당’ 조치가 내려졌다. 직원 가운데 1명은 감봉, 퇴직 직원 1명은 주의 수준의 위법사실 통보를 받았다. 자율처리 필요사항도 4건 통보됐다.
◇금융거래정보 통보부터 전산통제까지…8개 분야 적발
금감원이 적발한 법규 위반 사항은 모두 8개 분야다.
금융거래정보 제공사실에 대한 명의인 통보 및 기록·관리 의무 위반을 비롯해 사기이용계좌의 채권소멸절차 개시공고 요청과 이의제기 피해자 통지의무 위반, 금융거래 관련 약관을 제정·변경할 때 필요한 보고 및 고객 통지의무 위반 등이 포함됐다.
특히 고객 금융정보 관리 과정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지연 통보가 확인됐다. 토스뱅크는 2021년 10월 출범 이후 2024년 9월 말까지 법원과 국세청 등의 요청에 따라 고객의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하면서 당사자에게 통보를 지연한 사례가 1289건 적발됐다.
금융회사가 법원이나 과세당국 등의 적법한 요구에 따라 고객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쟁점은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해당 사실을 고객에게 통보하고 관련 기록을 관리해야 하는 의무가 제대로 이행됐느냐다.
대주주 신용공여와 관련한 공시의무 위반도 적발됐다. 여기에 신용정보 이용·제공에 관한 고객 조회시스템 구축 지연, 고객응대직원 보호조치 미흡까지 확인됐다.
인터넷은행의 핵심인 전산 부문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프로그램 변경통제 위반 등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의무와 전자금융거래 오류정정 사항을 고객에게 통지해야 하는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례가 적발됐다.
고객 금융정보 관리와 소비자 통지, 대주주 거래, 전산통제 등 서로 다른 영역에서 동시에 지적사항이 나왔다는 점에서 특정 업무 하나의 실수보다는 내부통제 체계 전반을 들여다볼 필요성이 커졌다.
◇법규 위반 8건보다 많은 ‘경영유의·개선’ 57건
이번 검사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과태료나 기관주의뿐만이 아니다.
금감원은 법규 위반에 따른 제재와 별도로 토스뱅크에 경영유의사항 22건과 개선사항 35건을 통보했다. 모두 57건이다.
경영유의사항에는 자본비율 관리체계 강화와 중저신용자를 위한 신용평가시스템 고도화 및 대출 공급 확대 등이 포함됐다. 개선사항으로는 성과평가체계 개선과 이사회 역량 강화 등이 제시됐다.
법규 위반에 대한 제재가 이미 발생한 문제에 책임을 묻는 성격이라면 경영유의·개선사항은 은행의 관리체계와 영업구조에서 향후 보완해야 할 부분을 감독당국이 지적했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이사회 역량과 성과평가체계까지 개선 대상으로 거론됐다는 점은 이번 검사 결과를 단순한 실무상 법규 위반 문제로만 보기 어렵게 한다.
인터넷은행은 영업점 중심의 기존 은행과 달리 비대면·모바일을 기반으로 빠르게 고객과 자산을 늘려왔다. 그만큼 전산통제와 금융소비자 보호, 신용정보 관리 등 내부통제 시스템이 사업 확대 속도에 맞춰 함께 고도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토스뱅크 역시 출범 이후 빠른 외형 성장을 이어온 만큼 이번 첫 정기검사는 성장 과정에서 구축한 관리체계가 감독당국의 본격적인 검증을 받은 첫 시험대라는 의미를 갖는다.
◇금감원 “분리처리 사안 추후 공시”…검사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이번 검사 결과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사안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이번 제재와 별도로 분리 처리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향후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분리처리 사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제재 여부는 현재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를 중대한 추가 위반이나 금융사고로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첫 정기검사의 후속 절차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는 의미인 만큼 향후 공개되는 내용에 따라 이번 검사 결과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토스뱅크 입장에서는 과태료 2억4520만원 자체보다 첫 정기검사에서 내부통제와 경영관리 전반에 걸쳐 상당한 수의 지적사항을 받았다는 점이 더 뼈아프다.
금융산업에서 디지털 혁신과 빠른 성장은 경쟁력이지만 은행업의 기반은 결국 고객 자산과 정보에 대한 신뢰다. 특히 오프라인 영업점 없이 대부분의 금융거래가 전산시스템에서 이뤄지는 인터넷은행은 전산통제와 고객정보 관리의 작은 빈틈도 대규모 소비자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검사에서 확인된 각각의 위반이 실제 고객에게 어느 정도의 피해를 발생시켰는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 동시에 1289건의 금융거래정보 지연 통보가 어떤 과정에서 누적됐는지, 대주주 신용공여 공시가 누락된 구체적인 경위는 무엇인지, 프로그램 변경통제에서 어떤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는지도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첫 정기검사에서 드러난 숫자는 ‘기관주의’와 과태료 2억4520만원이다. 그러나 토스뱅크가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숫자는 법규 위반 8건과 경영유의·개선사항 57건일 수 있다.
금감원이 별도로 분리 처리하고 있는 사안까지 공개되면 토스뱅크의 첫 정기검사에 대한 최종 평가는 그때 다시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