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K COLUMN] 9번의 준우승, 238번의 눈물… 마침내 터진 최예림의 ‘막판 뒤집기’

  • 등록 2026.09.07 09: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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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지독한 징크스’만큼 팬들의 가슴을 조이는 존재가 또 있을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팬들에게 최예림이라는 이름은 그동안 늘 아쉬움과 안타까움의 대명사였다.

 

최예림(27)은 2018년 정규투어 데뷔 후 지난 8년 동안 9차례나 준우승에 그치며 끝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바로 지난 6월 맥콜·모나 용평 오픈에서도 김민솔과 연장전 끝에 한 끗 차이로 우승을 놓치며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238번의 출전 동안 매번 턱밑까지 차올랐던 첫 승의 순간은 늘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영화 같은 반전은 가장 결정적인 순간 찾아왔다.

6일 포천 아도니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OK저축은행 읏맨 오픈' 마지막 날. 3타 차 단독 선두로 3라운드를 시작한 최예림의 샷은 전반까지만 해도 거침이 없었다. 정교한 아이언 샷을 바탕으로 버디 3개를 낚아채며 2위 그룹과의 격차를 6타 차까지 벌렸다. 이때만 해도 ‘오늘은 드디어 편안하게 첫 승을 거두나’ 싶었다.

 

하지만 골프라는 드라마에 순탄한 시나리오는 없었다. 후반 들어 추격자 임희정의 바짝 선 날카로운 버디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최예림이 파 세이브로 주춤하는 사이, 임희정은 15번 홀까지 버디만 3개를 솎아내며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설상가상으로 최예림이 14번 홀과 16번 홀에서 보기로 타수를 잃으면서, 격차는 어느새 단 1타 차. ‘설마 또…’라는 불길한 데자뷔가 갤러리들의 머릿속을 스쳤다.

 

마지막 18번 홀(파4). 최예림의 티샷한 공이 오른쪽 러프로 밀리는 위기가 찾아왔다. 9번의 준우승이 남긴 트라우마가 온몸을 짓누를 법한 극한의 중압감이었지만, 이번의 최예림은 달랐다. 차분하게 두 번째 샷한 공을 그린 위에 올린 뒤, 미소를 머금은 채 깔끔한 2퍼트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합계 10언더파 206타. 239번째 도전 만에 마침내 그토록 열망하던 KLPGA 정규투어 첫 챔피언에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동료들의 시원한 물세례 속에 최예림은 그동안 쌓였던 모든 설움을 털어냈다.

 

이번 우승으로 최예림은 우승 상금 1억 8,000만 원을 더해 시즌 상금 랭킹 3위(6억 5,994만 원)이자 대상 포인트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단순히 첫 승을 올린 것에 그치지 않고 리그의 판도를 뒤흔드는 강력한 선두주자로 거듭난 것이다.

 

“타수 차이를 생각하지 않고 내 플레이만 했다.”

9번이나 정상을 눈앞에서 놓치면서도 꺾이지 않았던 그녀의 끈기가 마침내 빛을 발했다. 238번의 실패를 기어이 1번의 위대한 성공으로 바꾸어 놓은 최예림의 잔혹하고도 아름다웠던 첫 승 잔치는 이제 시작이다.

 

김대진 기자 

김대진 기자 djkim987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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