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무대는 본래 땀방울의 결실과 공정한 경쟁을 기리는 성스러운 공간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한국 시간) 아일랜드 둔베그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링크'에서 보여준 행보는 스포츠가 어떻게 개인의 사익과 정치적 홍보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극명히 보여주었다.
DP월드투어 '아이리시 오픈' 우승자 아일랜드 출신 세인 로리(49)에게 우승 트로피를 직접 전달한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는 스포츠에 대한 순수한 애정보다는 철저히 계산된 마케팅 전략이 숨겨져 있었다.
'USA' 모자를 쓴 채 카메라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고, 두 아들까지 동원해 가문의 사업장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모습은 공무와 개인 사업의 경계를 심각하게 무너뜨린 장면이었다.
파산 위기의 골프장을 헐값에 매입해 본인 이름을 내건 리조트로 탈바꿈시킨 뒤,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위상을 이용해 그 가치를 띄우는 행위는 권력의 사유화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욱이 시상식 단상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아일랜드 위스키의 관세 폐지를 깜짝 발표한 대목은 이번 방문의 본질이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증명한다. 국가 간 무역 정책이라는 엄중한 공적 의제가 골프 대회 시상식이라는 일회성 이벤트의 환호를 유도하기 위한 '깜짝 쇼'의 소재로 소비된 것이다.
이러한 정치쇼의 그늘 뒤에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대중의 분노가 남았다. 수도 더블린을 비롯한 현지에서는 '트럼프는 환영받지 못한다'는 구호 아래 1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반트럼프 평화 시위를 벌였고, 아일랜드 정부는 4,000여 명의 군경을 투입하며 사상 최대 규모의 경호 작전을 펼쳐야 했다.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의 자리는 사적 자산을 홍보하는 마케팅 무대가 아니다. 스포츠의 순수한 가치를 훼손하고 공적 권력을 사익 추구의 도구로 전락시킨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아일랜드 방문은, 권력과 자본이 만났을 때 보여줄 수 있는 씁쓸한 단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