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는 예고 없이 멈춰 서는 순간이 있다. 나에게 그 순간은 교통사고였다.
사고 직후 나는 7일간 혼수상태로 중환자실에 있었다. 무의식의 시간 속에서 가족과 의료진의 손길로 겨우 생명을 이어갔고, 그 시간은 내 삶의 방향을 바꾼 출발점이 되었다. 눈을 뜨지 못한 채 흘러간 그 시간은, 훗날 돌아보면 새로운 삶으로 건너가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었다.
일주일 만에 의식을 되찾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6개월의 입원 치료, 몸에 남은 상처와 흉터, 예전 같지 않은 체력. 무엇보다 마음속 불안이 가장 힘들었다. 다시 걸을 수 있을지, 사회로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계속 밀려왔다. 하루하루가 회복이 아닌 버텨내는 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의사는 말했다.
“천천히 걸으세요. 매일 조금씩.”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몸이 회복되어도 마음의 공허함은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사람들 속으로 돌아가고 싶었고, 살아 있다는 감각을 느끼고 싶었다. 혼자가 아닌, 함께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 무렵, 우연히 장애인 파크골프장을 찾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첫 스윙에서 잊고 있던 감각이 되살아났다. 공이 굴러가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나는 파크골프에 빠져들었다. 그 순간은 단순한 취미의 시작이 아니라, 다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계기였다.
파크골프는 단순한 스포츠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깊은 가치가 담겨 있다. 누구나 함께 어울릴 수 있고, 경쟁보다 배려가 앞선다. 세대가 달라도 한 조가 되어 웃고 격려하는 모습은 따뜻한 공동체 그 자체다. 전국 곳곳에서 파크골프장은 건강 회복과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곳에서는 점수보다 사람이 먼저이고,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
인생은 파크골프 코스와 닮았다. 평탄한 길도 있지만 러프와 벙커를 만나기도 한다. 내게 사고와 투병은 깊은 벙커였다. 그러나 파크골프를 통해 깨달았다. 벙커에 들어갔다고 경기가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한 번에 나오지 않으면 다시 치면 되고, 방향을 다시 잡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태도다.
마침내 공이 그린에 올라 컵인에 성공하는 순간, 그 기쁨은 단순한 점수를 넘어선다. 그것은 다시 해냈다는 증명이자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선언이다. 작은 성공이 쌓이며 삶에 대한 자신감도 조금씩 되돌아왔다.
파크골프는 내 삶의 방향도 바꾸어 놓았다. 속도와 성취 중심의 삶에서, 이제는 균형과 관계, 감사에 중심을 둔다. 점수보다 과정, 경쟁보다 사람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 함께 걷고 함께 웃는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해졌다.
그린 위에서 나는 다시 웃기 시작했다. 상처는 회복의 흔적이 되었고, 불안은 안고 갈 수 있는 감정이 되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래서 말하고 싶다.
“인생 2막의 파트너를 찾고 있다면 파크골프장으로 나오십시오.”
파크골프는 거창하지 않지만, 분명한 힘이 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 함께하는 따뜻함, 그리고 하루를 감사로 마무리하게 하는 소박한 행복. 그 단순함 속에 오래 지속되는 위로가 담겨 있다.
나는 지금 그린 위에 서 있다. 그리고 다음 샷을 준비한다. 인생도 그렇다. 어디에 공이 놓여 있든 괜찮다. 중요한 것은 다시 스윙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린 위에서, 나는 그 행복을 배웠다.

손상우
구미대학교 파크골프지도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