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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정의 지식의 맛] 알뜰신잡(17) 가스 불을 끄고 인생의 새로운 스위치를 “아줌마에서 선생님으로”

얼마 전 평생학습도시의 인생플러스센터 강의장에서 한 선생님을 만났다. 올해 68세. 곱고 환한 미소를 지닌 그녀의 지난 25년은 늘 뜨거운 가스 불 앞이었다. 시장에서 호떡과 닭강정을 팔며 치열하게 살아온 삶. 그러던 어느 날, 슈퍼에 장을 보러 가다 길에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게 되었다. 강제로 장사를 접고 쉬어야만 했던 그 멈춤의 시간은, 역설적이게도 그녀의 인생에 전혀 다른 문을 열어준 경이로운 전환점이 되었다.

 

시작은 우연했다. 적적하게 쉬는 모습이 안타까웠던 이웃의 권유로 지역 금고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첫걸음이었다.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나선 그곳에서 그녀는 '배움의 맛'을 알아버렸다. 작은 불씨는 이내 걷잡을 수 없는 열정으로 번졌다. 유튜브로 좋은 강의를 찾아 듣고, 내일 배움 카드로 컴퓨터도 배우고 인생플러스센터와 여성비전센터를 누볐다.

 

젊은 사람들도 주저하는 ‘AI 그림책 만들기’에 당당히 도전하는가 하면, 여성비전센터에서 진행하는 부동산 경매 강의는 처음에 너무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완전히 이해될 때까지 네 번을 연거푸 수강했다.

 

결국 배운 것을 토대로 직접 투자하고 수익까지 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시장에서 “아줌마, 호떡 하나 줘요”라는 말을 듣던 그녀는, 이제 자판조차 치기 어려워하는 동년배 시니어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쳐 주는 ‘선생님’으로 불린다. 호칭이 바뀌자, 인생의 무대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공자는 『논어(論語)』 옹야편(雍也篇)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낙지자).”

 

그녀의 삶이 정확히 그러하다. 생계를 위해 억지로 하는 노동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알아가고 지혜를 채워가는 그 순수한 과정을 온전히 '유희'로 즐기는 것이다.

 

더불어 학이편(學而篇)의 유명한 첫 문장,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라는 고전의 진리를 삶 자체로 증명해 내고 계셨다.

 

그녀는 나에게 “요즘은 시간 미니멀 라이프, 사람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시간과 소모적인 인간관계를 과감히 정리하고, 오직 나를 성장시키고 남과 나누는 가치 있는 곳에만 에너지를 쏟겠다는 뜻이다. 비워낸 자리를 오롯이 배움의 즐거움과 나눔으로 채우며 인생이 너무 행복하고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고백하는 그녀의 열정은 청년보다 더 반짝였다.

 

무엇보다 값진 변화는 가족 안에 있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세상과 소통하다 보니, 장성한 아들들과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주제가 풍성해진 것이다. 공동의 관심사가 생기고 대화가 늘어나며 모자 사이는 이제는 대화가 통화는 관계로 그 어느 때보다 깊고 단단해졌다.

 

우리는 종종 나이가 들면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늦었다고 핑계를 댄다.

하지만 68세에 가스 불 대신 배움의 스위치를 켠 그녀는 말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도 스케줄 관리를 하며 공부하는 일과가 너무나 즐겁고, 배운 것을 나누는 삶이 행복하다고.

 

인생의 후반전, 배움은 단지 지식을 머리에 채우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굳어있던 내 삶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고, 나를 가장 나답게 살게 하는 가장 확실한 구원이다. 배움은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니다. 삶의 방향을 바꾸는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언제나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지금 시작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 미룰 것인가.”

 

 

강윤정 마중물교육파트너스 대표

힐링 인문학 강의

대인갈등 소통강의

농협주부대학‧공무원연금공단 외래강사

한국은행 사회공헌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