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4.8℃
  • 맑음강릉 25.4℃
  • 맑음서울 25.3℃
  • 맑음대전 25.6℃
  • 구름많음대구 22.8℃
  • 구름많음울산 22.1℃
  • 박무광주 22.2℃
  • 맑음부산 25.6℃
  • 구름많음고창 22.1℃
  • 흐림제주 23.0℃
  • 맑음강화 24.5℃
  • 맑음보은 22.0℃
  • 맑음금산 23.2℃
  • 흐림강진군 23.2℃
  • 구름많음경주시 23.3℃
  • 맑음거제 23.8℃
기상청 제공

“남편의 땀방울이 외롭지 않도록”…병상에서 건너온 아내의 편지, 선거판 흔든 절절한 호소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확성기 소리가 뒤엉키는 선거판 바깥에서, 병상 위 한 장의 글이 조용히 읽히고 있다.

 

이정선 교육감 후보의 아내 이재준 씨가 투병 중 직접 쓴 호소문이 13일 공개됐다. 유세 현장에 함께 서지 못하는 배우자가 병실에서 꾹꾹 눌러 적어 내려간 글이다. 시민들을 직접 만나지 못하는 답답함, 남편 곁을 지키지 못하는 미안함, 대신 전하고 싶은 진심이 문장마다 묻어 있다.

 

선거 막판 공개된 이 편지는 통상적인 정책 메시지와는 결이 다르다. 공약을 앞세우거나 상대를 겨누는 언어보다 한 가족의 일상에 가까운 기록처럼 읽힌다. 병실에서 지켜본 후보의 하루, 아내의 자책, 유권자들에게 건네는 부탁이 차분한 어조로 이어진다.

 

이 씨는 건강 문제로 이번 선거운동에 동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소문에서 그는 “제가 정말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운 이유는 시도민 여러분을 직접 만나 남편의 진심을 한 번이라도 더 말씀드리지 못하는 안타까움 때문”이라며 “명함 한 장 돌리지 못하는 제 자신이 너무 처량하다”고 적었다.

 

배우자의 눈으로 본 후보의 하루는 길지 않지만 또렷하다.

 

매일 새벽 6시면 집을 나서는 남편은 야윈 손을 꼭 잡고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 몫까지 내가 더 열심히 뛰겠다”고 웃어 보인다고 했다. 문이 닫히는 순간, 참아온 눈물이 쏟아졌다는 고백도 담겼다.

 

밤 11시가 돼서야 돌아오는 남편의 모습도 적었다. 하루 종일 현장을 누빈 옷에는 먼지가 배어 있고, 목은 쉬어 있었으며, 발은 퉁퉁 부어 있었다는 묘사다. 유세장의 열기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바라본 가족만이 적을 수 있는 장면이다.

 

이 씨는 남편의 발을 씻겨주려 대야에 물을 받아놓고도 한참을 울었다고 했다. 선거 지원을 호소하는 문장보다 생활의 온기가 먼저 닿는 대목이다.

 

정작 그가 더 아프게 여긴 건 자신의 병환이 아니었다.

 

시장 상인들의 손을 잡지 못한 일, 아이들 교육을 걱정하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지 못한 일, 등굣길 학생들에게 인사를 건네지 못한 일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고 했다.

 

특히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의 손을 붙잡고 ‘우리 이정선이 정말 깨끗하고 실력 있는 사람’이라고 직접 말하고 싶었다”는 대목에서는 답답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선거 국면에서 후보 가족의 호소가 등장하는 장면이 아주 낯선 일은 아니다. 다만 이번 글은 감정을 밀어붙이는 방식보다 병상에서 바라본 하루의 단면을 담담하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다른 결로 읽힌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정선 후보는 그동안 교육 현장 경험과 정책 전문성을 앞세워 선거운동을 이어왔다. 이런 흐름 속에 공개된 배우자의 편지는 지지층 결집뿐 아니라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의 감정선에도 적잖은 파장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호소문 말미의 문장은 더욱 절실하다.

 

이 씨는 “몸이 아파 곁을 지키지 못하는 이 못난 아내를 대신해 우리 남편의 손을 한 번만 더 따뜻하게 보듬어 달라”며 “그의 진심이, 그의 땀방울이 외롭지 않도록 따뜻한 눈길을 보내달라”고 적었다.

 

이어 “제 생애 가장 간절한 기도를 담아 이 글을 올린다”며 “하루빨리 기운을 차려 직접 시민들께 허리 숙여 인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책 언어보다 일상의 문장이 더 오래 남는 순간이 있다. 이번엔 병실에서 건너온 그 한 장의 편지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