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초여름 더위가 예년보다 일찍 시작되면서 에어컨 청소 시장도 본격적인 성수기에 접어들고 있다. 단순한 계절 서비스처럼 보이는 이 분야에서 최근 눈길을 끄는 이들이 있다. 30년 현장을 누빈 장인 서영호 씨(59)와 청년 창업가 최돈민 씨(32)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서 씨와 인천 남동구에 사는 최 씨는 장인과 사위 사이다. 두 사람은 이제 에어컨 청소 현장에서 “환상의 복식조”로 통한다.
장인은 경험과 꼼꼼함을 맡고, 사위는 속도와 실행력을 책임진다. 27년 나이 차가 무색할 정도로 현장 호흡이 맞아떨어진다. 가족의 인연으로 시작된 관계는 이제 함께 땀 흘리는 사업 파트너로 이어졌다.
서영호 씨는 인테리어 업계에서 약 30년을 일해 온 베테랑이다. 수많은 현장을 누비며 몸으로 기술을 익혔고, 고객과 현장을 지켜왔다.
하지만 세월은 몸에 먼저 왔다. 인테리어 업종은 생각보다 체력 부담이 큰 직업이다. 무거운 자재를 나르고 먼지 많은 현장을 오가며 장시간 작업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최근 들어 체력적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서 씨는 “젊을 때는 버틸 수 있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몸이 먼저 반응하더라”며 “노후에도 조금 쉬엄쉬엄하면서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교회 목사의 소개로 우연히 에어컨 청소 분야를 접하게 됐다. 처음에는 단순한 필터 청소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알아볼수록 생각은 달라졌다.
장기간 사용하지 않은 에어컨 내부는 습기와 먼지가 결합하면서 곰팡이와 오염물질이 쉽게 쌓인다. 특히 여름철 첫 가동 시 내부 오염물질이 실내 공기로 배출되면서 냄새나 공기질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어린 자녀나 노약자가 있는 가정일수록 정기적인 관리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결국 그는 경기 고양시 일산 성석동에 위치한 솔므 홈케어 아카데미 문을 두드렸다. 일주일 동안 진행된 교육은 예상과 달랐다.
실제 장비를 직접 분해하고 세척한 뒤 다시 조립하는 과정을 반복했고,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 대응과 고객 응대 방식까지 실전 중심 교육이 이어졌다.
솔므 홈케어 아카데미는 실습 중심 교육 시스템과 수료 후 현장 지원 시스템을 운영하며 창업 희망자에게 실제 일거리 연계와 현장 적응 교육도 지원하고 있다. 또 창업 초기 부담을 줄이기 위한 마케팅 가이드북과 네트워크 지원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교육을 마친 뒤 서 씨가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사위 최돈민 씨였다. 최 씨는 대학 시절부터 배달 전문 식당을 창업해 운영할 정도로 성실함과 실행력이 강한 청년 사업가였다.
흥미로운 인연도 있다. 당시 서 씨의 딸 서윤지 씨(29)가 최 씨가 운영하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두 사람은 처음 만났다. 아르바이트생과 사장의 인연은 연인으로 이어졌고 결국 부부가 됐다.
가족이 된 두 사람은 이번에는 장인과 사위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게 됐다. 현재 두 사람은 현장에서 철저한 역할 분담 체계를 갖고 있다. 현장에 도착하면 먼저 함께 에어컨 상태를 살핀다. 냄새와 오염 정도, 설치 구조, 곰팡이 상태를 확인한 뒤 작업에 들어간다.
분해는 최 씨 담당이다. 최 씨는 필터와 커버를 제거하고 송풍팬과 내부 부품을 하나씩 해체한다. 특히 전기 계통에 물이 닿지 않도록 보양 작업까지 꼼꼼하게 진행한다.
세척은 서 씨 몫이다. 분해된 부품은 전용 세척제를 활용해 1차 세척한 뒤 고압 세척기를 통해 먼지와 곰팡이, 내부 오염물질을 제거한다. 열교환기와 송풍구까지 세척을 마친 뒤 충분한 건조 과정을 거쳐 다시 조립한다.
장인은 경험을 책임지고, 사위는 속도를 맡는다. 주변에서 두 사람을 “환상의 복식조”라고 부르는 이유다.
서영호 씨를 오래 지켜본 친구들은 그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꼼꼼함’을 꼽는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절친으로 지내온 서울 동대문구 이문1동 송호림 동장은 서 씨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송 동장은 “영호는 어릴 때부터 머리가 좋았다. 특히 수학을 굉장히 잘했다”며 “뭐든 원리를 이해하려는 성향이 강했고 일을 대충 넘기는 법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웃으며 이런 말도 덧붙였다. “너무 꼼꼼해서 오히려 손해를 보는 스타일이었다. 남들 같으면 적당히 넘어갈 것도 영호는 끝까지 확인했다. 그래서 일은 잘했는데 돈은 조금 덜 벌었을 수도 있다.”
실제 주변에서는 서 씨의 장점으로 꼼꼼함 외에도 책임감과 신뢰를 많이 이야기한다. 30년 현장을 지키며 쌓인 경험은 단순 기술이 아니라 문제를 읽는 감각에 가까웠다. 작은 하자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고 고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 했다.
주변에서는 “한 번 맡은 일은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 “일 욕심보다 완성도를 먼저 보는 사람”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가지 흥미로운 이력도 있다. 서영호 씨는 학창 시절 이재용, 정용진과 같은 경복고등학교 동기동창이다.
같은 교실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친구들 가운데 누군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 총수가 됐고, 누군가는 국내 유통업계를 이끄는 경영자가 됐다.
하지만 서 씨는 웃으며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사람마다 가는 길은 다 다른 것 같습니다. 누구는 큰 회사를 이끌고, 누구는 평생 현장을 지키죠. 중요한 건 내 자리에서 후회 없이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돈민 씨는 “장인어른은 현장 경험과 꼼꼼함이 정말 큰 장점”이라며 “저는 속도와 운영을 맡고 있다. 서로 역할이 명확해 현장에서 호흡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거대한 기업을 이끌고, 누군가는 가족과 함께 새로운 일터를 만든다. 성공의 크기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또 다른 길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서영호 씨와 최돈민 씨의 도전 역시 충분히 의미 있는 인생 2막으로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