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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공 규제 2030년까지 유예…해답은 아직 코스 위에

- 비거리 시대의 골프는 어디로 가는가

지이코노미 방제일 기자 |  골프공 비거리 제한 규정, 이른바 ‘롤백’ 시행이 사실상 2030년으로 미뤄졌다.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미국골프협회, USGA와 영국 R&A는 PGA투어, DP월드투어와 함께 골프공 제조업체와 투어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기존에 추진하던 2028년 엘리트 대회 우선 적용 방식을 접고 2030년 단일 시행 쪽으로 방향을 조정했다. 이에 따라 골프공 비거리 테스트 방식인 ODS, 즉 Overall Distance Standard에는 2030년 1월까지 변화가 없다. 

당초 USGA와 R&A는 2023년 12월, 프로 및 엘리트 선수들이 사용하는 골프공을 2028년부터 새로운 테스트 조건에 맞추겠다고 발표했다.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는 2030년까지 유예 기간을 두는 ‘2단계 적용’ 방식이었다. 그러나 제조업체와 투어, 선수단의 반발이 이어졌고, 결국 규제 기관은 “골프 전반에 하나의 시행 시점을 두는 편이 낫다”는 산업계 의견을 받아들였다. 

 

논란의 중심에는 ODS가 있다. 현재 골프공은 로봇 테스트 조건에서 클럽헤드 스피드 시속 120마일, 발사각 10도, 스핀량 2520rpm 기준으로 비거리 317야드, 허용 오차 3야드를 넘지 않아야 한다. 새 기준은 스윙 스피드를 시속 125마일로 높이고 발사각과 스핀 조건도 조정해, 현대 엘리트 선수들의 실제 장타 환경에 더 가깝게 맞추려는 것이었다. USGA는 기존 기준이 20년 전 장타자 모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만큼, 지금의 선수와 장비 발전을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해왔다. 

 

골프공 규제의 명분은 분명하다. 선수들의 비거리가 계속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코스의 전략성이 약해지고, 많은 코스가 더 길어져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코스를 늘리는 일은 단순히 티잉 구역을 뒤로 빼는 문제가 아니다. 토지, 물, 관리 비용, 환경 부담이 함께 커진다. USGA와 R&A가 말하는 ‘지속 가능성’은 결국 골프장이 더 넓고 길어지지 않아도 되는 경기 구조를 만들자는 뜻이다. 

 

PGA투어의 평균 드라이브 거리는 2004년 286.5야드에서 최근 약 302.8야드까지 늘었다. 일부 장타자는 이보다 훨씬 긴 거리를 기록한다. 이 흐름이 계속되면 과거에는 장타, 정확도, 아이언 컨트롤, 쇼트게임이 균형을 이루던 코스가 점점 ‘멀리 치는 선수에게 유리한 경기장’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이번 유예 결정은 규제의 필요성 자체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 방식이 충분히 효과적인가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는 의미에 가깝다. 최근 캐머런 영이 새로운 규정에 맞춰 개발된 골프공을 사용하고도 비거리 손실 없이 우승하면서, 단순히 골프공 테스트 기준을 조정하는 방식만으로 장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Golf Channel 보도에 따르면, 영은 새 기준을 충족하는 볼을 사용했지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마지막 티샷을 375야드까지 보냈다. 

 

결국 이번 결정은 ‘철회’가 아니라 ‘재검토’다. USGA와 R&A는 골프공만 겨냥하는 방식에서 한발 물러나, 투어 선수와 제조사, 투어 운영 주체들이 함께 참여하는 더 넓은 논의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골프공을 바꿀 것인가, 클럽이나 코스 세팅을 조정할 것인가, 혹은 엘리트 대회에만 별도 규정을 둘 것인가. 이제 논쟁은 한층 복잡해졌다.

 

이번 유예로 당장 아마추어 골퍼가 사용하는 공이 바뀌지는 않는다. 매장에 있는 볼, 동호회 라운드에서 쓰는 볼, 일반 골퍼의 비거리에는 당분간 직접적인 변화가 없다. 그러나 프로 무대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장타가 쇼의 핵심이 된 시대에, 골프가 어디까지 거리를 허용할 것인지는 경기의 미학과 산업의 이해가 충돌하는 문제다.

 

2030년까지 남은 시간은 단순한 유예 기간이 아니다. 골프가 ‘멀리 치는 스포츠’로 더 기울 것인지, 아니면 코스 공략과 기술의 균형을 되찾을 것인지를 정하는 실험의 시간이다. 이는 단순히 공 하나의 문제가 아니기에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