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넘어 물품 검수와 출납 서명, 경위서 작성까지 맡아야 할까.
오는 7월 출범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의 물품관리 조례안을 둘러싸고 교육 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교사노조는 "교육과 무관한 행정업무가 교실로 들어오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고, 교육청은 "교사에게 새로운 업무를 부여하는 내용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전남광주교사노동조합(위원장 직무대행 이성은)은 24일 성명을 내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비특별회계 소관 물품관리 조례안'과 시행규칙안에 포함된 분임물품출납원 지정 조항을 삭제하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논란의 핵심은 교사가 분임물품출납원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노조에 따르면 해당 조항이 시행될 경우 교사는 기증품 취득 사실 보고, 물품 검수와 반납, 재고품 보관, 출납 결재, 청구 및 인수·인계 서류 작성, 공차증 작성과 서명, 물품 망실·훼손 시 경위서 작성 등 모두 14개 물품관리 관련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특히 물품이 분실되거나 훼손될 경우 책임 문제까지 뒤따를 수 있어 교사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전남교사노조는 "교사는 학생 교육에 전념해야 할 전문 인력"이라며 "교육과 직접 관련이 없는 물품관리와 회계성 업무를 떠안게 되면 교육활동 위축은 물론 행정 부담도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는 입법예고 과정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제출했지만 교육청이 "현시점에서 충분한 검토와 합의를 거쳐 반영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회신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는 "논의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입법을 강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형식적인 의견수렴 절차라고 비판했다.
이성은 위원장 직무대행은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면 입법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충분히 논의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먼저"라며 "통합특별시의회가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해당 조항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라남도교육청은 교사노조의 우려가 사실과 다소 다르다고 설명했다.
교육청은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이번 조례안은 전남·광주 교육행정 통합에 따라 각각 운영되던 물품관리 기준과 절차를 하나의 체계로 정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교사에게 물품관리와 회계업무를 전가하거나 행정업무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분임물품출납원 제도는 물품의 취득과 보관, 사용 과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특히 교육청은 조례안에 교사를 일률적으로 분임물품출납원으로 지정하도록 한 규정은 없으며, 학교 규모와 조직, 행정인력 배치 상황, 업무분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운영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입법예고 과정에서 제기된 현장 의견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통합교육청 출범 이후에도 학교 현장의 우려와 제도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보완 사항을 지속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번 논란이 단순히 물품관리 조례 하나를 둘러싼 갈등에 그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남·광주 교육행정 통합이라는 큰 변화 속에서 교사의 역할을 어디까지 규정할 것인지, 학교 행정업무를 누가 맡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행정 효율성을 강조하는 교육청과 교육활동 보호를 요구하는 현장의 시각이 맞서는 가운데, 통합특별시의회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실 안 교육활동과 학교 행정의 경계선을 어디에 그을 것인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의 선택이 향후 교육 현장의 업무 환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