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26.1℃
  • 흐림강릉 29.0℃
  • 서울 26.1℃
  • 흐림대전 31.2℃
  • 구름많음대구 33.6℃
  • 맑음울산 30.9℃
  • 구름많음광주 32.7℃
  • 구름많음부산 30.7℃
  • 맑음고창 32.3℃
  • 구름많음제주 31.1℃
  • 흐림강화 26.8℃
  • 흐림보은 29.1℃
  • 흐림금산 31.6℃
  • 구름많음강진군 29.7℃
  • 맑음경주시 34.6℃
  • 구름많음거제 29.9℃
기상청 제공

"진짜 사장 나와라"…포스코 원청교섭 결렬 선언한 플랜트노조, 총파업 배수진

- 노동위 두 차례 사용자성 인정에도 포스코 4차례 교섭 불참
- 노조 "안전과 생존의 문제"…7월 상경투쟁·천막농성 예고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포스코와 플랜트건설노조의 원청교섭이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다. 노동위원회가 두 차례나 포스코의 사용자성을 인정했지만 정작 교섭 테이블은 끝내 열리지 못했다. 노동조합은 "더 이상 기다릴 이유가 없다"며 교섭 결렬을 선언했고, 총파업 수순에 돌입했다.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전남동부경남서부지부는 24일 포스코 원청교섭 결렬을 공식 선언하고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고소·고발, 상경투쟁 등 전면 투쟁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갈등의 출발점은 지난 3월 10일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이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안 시행으로 하청 노동자들도 원청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플랜트노조는 곧바로 포스코를 상대로 원청교섭을 요구했다.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에서 설비 건설과 유지보수, 정비 업무를 맡고 있는 조합원들이 대부분 하청·협력업체 소속인 만큼 안전 문제와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원청과 직접 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실제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4월 8일 플랜트노조를 독립된 교섭단위로 인정하며 포스코와 직접 교섭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포스코가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지난 17일 중노위 역시 초심 결정을 유지했다.

 

노동계에서는 사실상 포스코의 사용자성이 노동위원회 차원에서 재확인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교섭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노조에 따르면 포스코는 5월 21일 예정된 1차 교섭에 참석하지 않은 데 이어 5월 29일 2차 교섭, 6월 10일 3차 교섭, 6월 24일 4차 교섭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노조는 포스코가 교섭 의제가 불분명하다거나 의제별 사용자성 확인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웠고, 중노위 결정 이후에는 현장 조합원 명단과 근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새로운 이유를 들며 교섭을 미뤘다고 주장했다.

 

플랜트노조는 이를 "교섭 거부가 아닌 교섭 지연 전술"이라고 규정했다.

 

이번 갈등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교섭 의제의 상당 부분이 산업재해 예방과 안전보건 문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최근 수년간 중대재해 문제로 사회적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광양제철소에서는 노후 설비 붕괴 사고로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가 숨졌고, 포항과 광양 사업장에서도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반복됐다.

 

노조는 민주노총 자체 집계를 인용해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10년간 포스코 계열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57명, 부상자는 32명에 달한다"며 "사망자의 87%인 50명이 하청·외주·계열사 노동자였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특히 "제철소가 돌아가는 데 가장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이 안전 논의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원청교섭은 임금 인상 요구가 아니라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광양과 포항 현장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노조는 포스코와의 원청교섭이 막히면서 협력업체들과 진행 중인 임금·단체협약 협상도 잇따라 난항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광양제철소 협력업체들과의 교섭은 지난 12일 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졌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이미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포항지역 역시 교섭 결렬 이후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지면서 파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노조는 포스코의 태도가 협력업체 교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노조는 이날 원청교섭 결렬을 선언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지난 19일부터 진행 중인 원청교섭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26일 마무리된다. 가결될 경우 노조는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이어 7월 1일 서울 포스코센터 앞에서 원청교섭 거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교섭해태 혐의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7월 중에는 상경투쟁과 노동청 앞 천막농성, 지부별 파업 등도 예고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원청 사용자 책임이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노동계는 "진짜 결정권자가 교섭장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경영계는 "사용자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광양과 포항 제철소 현장에서 시작된 이번 원청교섭 논란이 향후 국내 산업현장의 새로운 노사관계 기준을 만들지, 또 다른 충돌의 신호탄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자의 시선

이번 사안의 핵심은 임금이 아니다. 안전이다. 제철소 안에서 가장 위험한 작업을 맡는 노동자들이 원청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노동위원회가 두 차례 사용자성을 인정했음에도 교섭이 한 번도 열리지 못했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크다. 포스코가 내세우는 '기업시민' 경영이념이 현장 노동자들과의 대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법적 공방과 파업으로 번질지는 이제 포스코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