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양하영 기자 | 대형 차량과 자동화 설비가 쉴 새 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물류 현장은 작은 부주의가 곧장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화약고와 같다. 최근 잇따른 물류업계의 안전사고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글자뿐인 매뉴얼 대신 ‘몸으로 익히는 체험형 교육’으로 현장의 체질을 바꾸는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CJ대한통운은 고양·광주 등 전국 물류 거점의 안전을 총괄하는 곤지암 메가허브 내 안전체험관의 누적 교육 이수자가 개관 3년 만에 1,000명을 돌파했다고 29일 밝혔다. 지난 2023년 문을 연 이래 총 48회에 걸쳐 실전 교육을 진행한 결과로, 2024년에는 물류업계 최초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민간 안전체험교육장’ 공식 인증을 받으며 공신력을 확보했다.
■ VR 기기로 가상 사고 체험… 실제 인명 구조 성과로 이어져
CJ대한통운의 이 같은 행보는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물류 현장의 사고율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에서 출발했다. 안전체험관 프로그램은 가상현실(VR) 장비를 도입해 안전모 충격, 감전, 넘어짐 등 현장에서 빈발하는 사고 상황을 실제처럼 연출한다. 총 9개 과정, 240분 동안 진행되는 압축 교육을 통해 작업자가 위험을 직관적으로 인지하도록 설계했다.
효과는 현장에서 실증됐다. 지난해 12월 경기 김포 물류센터 냉장라인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작업자를 발견한 직원이 신속한 심폐소생술(CPR)로 생명을 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한심폐소생협회 인증을 바탕으로 전 임직원이 체득한 자체 CPR 교육이 결정적 순간에 빛을 발한 것이다.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끼임 위험 구간 표지 설치, 보행자 동선 분리 등 잠재적 위험 요소를 스스로 발굴해 개선하는 자발적 안전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 혹서기 ‘작업중지권·면책권’ 업계 최초 보장… 물류 전반 안전 상향 평준화
특히 본격적인 무더위를 앞두고 혹서기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선제적 대응책도 강화했다. CJ대한통운은 업계 최초로 택배기사에게 ‘작업중지권’과 이에 따른 배송 지연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로 했다. 고령자나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을 위한 맞춤형 물량 조정을 시행하고, 자체 개발한 온습도 관측 시스템인 ‘로이스 온도(LoIS OnDo)’를 통해 현장 환경을 실시간으로 통제한다.
이러한 안전 인프라는 타 물류사와 협력사에도 동일하게 개방돼 물류 산업 전반의 안전 기준을 끌어올리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김유승 CJ대한통운 안전경영실장은 “안전은 구호나 규정을 전달하는 것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들이 경각심을 갖고 현장의 위험요인을 함께 발견하고 개선해 나갈 때 비로소 조직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다”며 “체험형 안전교육과 현장 중심 예방활동, 디지털 기술 기반 안전관리 체계를 지속 고도화해 회사 내 예방 중심 안전문화를 내재화하는 것을 넘어 물류산업 전반에 안전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안전경영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