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오명숙 기자 | '성적 수치심'이라는 표현이 법률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성범죄 피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법적 기준을 피해자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입법이 국회에서 추진된다.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국회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을)은 현행 법률에 사용되고 있는 '성적 수치심'을 '성적 불쾌감'으로 일괄 변경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30일 밝혔다.
개정 대상은 남녀고용평등법을 비롯해 노인복지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대부업법, 사회서비스 이용 및 이용권 관리에 관한 법률, 청소년성보호법,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항공보안법 등 모두 10개 법률이다.
이번 개정안은 성범죄 피해자가 반드시 '부끄러움'이나 '창피함'을 느껴야 한다는 사회적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피해자가 실제 경험하는 다양한 감정을 법률 용어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동안 '성적 수치심'이라는 표현은 피해자가 느끼는 분노와 공포, 무기력, 모욕감 등 다양한 감정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오히려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인식을 강화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사법부 역시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해 왔다.
대법원은 2020년 이른바 '레깅스 촬영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성적 수치심'의 의미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대법원은 성적 자유가 침해됐을 때 나타나는 감정은 부끄러움과 창피함뿐 아니라 분노와 공포, 무기력, 모욕감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2022년 10월부터 양형기준에서 사용하던 '성적 수치심'을 모두 '성적 불쾌감'으로 변경해 적용하고 있다. 기존 용어가 정조 관념에 기반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피해자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회에서도 이미 성폭력처벌법과 철도안전법 등 일부 법률에서 같은 취지의 개정안이 발의됐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토 과정에서는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다른 법률의 관련 용어도 일괄 정비하는 것이 해석상 혼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권 의원은 "이번 법안 발의를 계기로 '성적 수치심'을 '성적 불쾌감'으로 일괄 변경하는 논의가 본격화되길 기대한다"며 "피해자에게 특정한 감정을 요구하는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피해자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법·제도 환경을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