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저에게는 돈보다 더 큰 가치를 가르쳐주셨습니다."
김철우 보성군수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이 한마디는 장학금보다 한 사람의 삶을 먼저 이야기했다. 항암 치료를 이어가면서도 "내 돈은 나를 위해 쓰기보다 보성을 위해 쓰고 싶다"고 말한 한 장인의 진심은 짧은 글이었지만 오래 마음에 남았다.
하루 뒤 보성군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그 주인공이 더욱 선명해졌다. 벌교에서 66년째 '일광당' 시계방을 지켜온 이삼종 대표였다.
보성군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7일 (재)보성군장학재단에 장학금 2000만 원을 기탁했다. 3년 전 자신의 팔순을 맞아 1000만 원을 전달한 데 이어 두 번째 나눔으로, 이번에는 사모님의 팔순을 기념하며 지역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데 뜻을 보탰다.
이번 나눔은 기부금의 액수보다 그 과정이 더 깊은 울림을 남겼다.
이 대표는 기부를 결심한 뒤 돈을 어디에 써야 가장 뜻깊을지를 먼저 고민했다고 한다. 오랜 생각 끝에 선택한 곳은 장학재단이었다. 아이들의 미래를 응원하는 일이 자신의 돈을 가장 값지게 쓰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 마음을 직접 손편지에 담아 전했다.
"내 돈은 나를 위해 쓰기보다 보성을 위해 쓰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꿈을 키우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철우 군수가 오래 기억한 것도 바로 그 진심이었다.
그러나 그를 더욱 뭉클하게 만든 이야기는 따로 있었다.
기부를 마친 이 대표는 조용히 또 하나의 소망을 꺼냈다.
"마을회관에 고장 난 시계가 있으면 제가 직접 고쳐드리고 싶어요. 시계가 없으면 하나 달아드리고 싶습니다."
평생 시계를 고쳐온 장인에게 마지막까지 남기고 싶었던 것도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 돈을 나누는 데서 그치지 않고 평생 손에 익은 기술까지 고향을 위해 쓰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열일곱 살에 처음 시계 수리를 시작한 그는 66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켰다. 수없이 멈춘 시계를 다시 움직였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추억을 함께했다. 그래서 그의 나눔은 장학금보다 먼저 삶으로 다가왔다.
김철우 군수는 SNS를 통해 "저를 더 뭉클하게 만든 것은 따로 있었다"며 "열일곱 살에 시작한 시계 수리 일을 66년 동안 이어오신 어르신이 마지막까지 벌교 자연마을을 돌며 평생 익힌 기술을 이웃을 위해 쓰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저에게는 돈보다 더 큰 가치를 가르쳐주신 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평생 일군 소중한 재산을 지역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나눠주신 이삼종 대표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어르신의 뜻이 학생들의 꿈을 키우는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재)보성군장학재단은 현재 210억 원 규모의 장학기금을 조성해 장학사업과 교육환경 개선 등을 추진하며 지역 인재 육성에 힘쓰고 있다. 이삼종 대표가 기탁한 장학금도 지역 학생들의 꿈을 키우는 데 소중히 쓰일 예정이다.
이날 보성에 전해진 것은 장학금 2000만 원이라는 숫자만은 아니었다. 66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며 시계를 고쳐온 한 장인이 끝까지 자신보다 고향을 먼저 생각하며 살아온 삶이었다. 그가 남긴 것은 기부금보다 오래 기억될 진심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