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유럽 방산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단순히 무기를 구매하는 데서 벗어나 현지 생산과 공동개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NATO를 무대로 협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단은 지난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NATO 방위산업포럼(Defence Industry Forum)에 참가해 NATO 회원국과 글로벌 방산업계, 주요 안보 싱크탱크 관계자들과 유럽 방산 생산기반 강화와 공급망 회복력 제고, 산업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NATO 방위산업포럼은 NATO 정상회의의 방산 분야 부대행사로, 회원국 정부와 글로벌 방산기업, 정책기관 관계자들이 안보 현안과 산업협력 방향을 공유하는 자리다. 특히 최근에는 방산 공급망 안정과 공동생산 체계 구축이 핵심 의제로 떠오르면서 그 의미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포럼 패널 세션에 참석한 야첵 치렉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럽법인장은 NATO 회원국과 인도·태평양 파트너국(IP4) 간 방산 협력 확대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장기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산업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위협, 변화하는 지정학적 환경은 국방과 억제력, 회복력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며 "유럽의 방위력 강화를 위해서는 장비 확보를 넘어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과 현지 생산 역량 강화, 공동개발과 공동생산 체계 구축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은 신뢰와 공동의 목표, 강력한 파트너십 위에서 가장 큰 가치를 발휘한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각국의 자주국방 역량을 높이고 산업협력을 확대해 더욱 강하고 회복력 있는 NATO 방산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겠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전략은 이미 유럽 곳곳에서 구체적인 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에서 K9 자주포와 천무 사업을 통해 기술협력과 공동생산 체계를 구축했으며, 미사일 공동생산을 위한 현지 합작법인(JV) 설립과 모듈장약(MCS) 생산기지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또 루마니아에서는 K9 자주포 등 지상 방산체계 생산시설을 건립하고 있으며, 북유럽에서는 K9 자주포와 천무를 중심으로 기술협력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독일과 프랑스 등 서유럽에서도 공동개발과 기술협력을 추진하며 유럽 전역으로 방산 협력 기반을 넓혀가는 모습이다.
방산업계에서는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을 포함한 협력 모델이 유럽 시장 진출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제는 수출 계약보다 공동생산과 공급망 구축에 얼마나 깊이 참여하느냐가 추가 사업과 장기 협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이번 포럼에서는 한국과 NATO 간 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 차원의 구상도 제시됐다.
기조연설에 나선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NATO 방산협력 파트너십 2.0'을 제안하며 기존 무기체계 중심의 협력을 공동 연구개발과 공동생산, 공동운용, 장기 산업협력으로 확대해 나가자고 제시했다.
또한 한국의 안정적인 생산 역량과 검증된 기술력이 NATO의 오랜 경험과 결합하면 양측의 안보 역량도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와 기업이 같은 방향에서 협력 확대에 나서면서 한국 방산도 개별 수출 중심에서 장기적인 산업 파트너십 중심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포럼과 함께 열린 네트워킹 리셉션도 협력 확대의 장이 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7일) NATO 의회연맹(NATO PA), NATO 동맹변혁사령부(ACT) 관계자를 비롯해 미국 의회 대표단, 글로벌 방산기업, 주요 싱크탱크, 언론 관계자 등 150여 명을 초청해 교류의 시간을 마련했다.
참석자들은 유럽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산 생산기반 강화와 공급망 회복력 제고, 공동생산 확대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했으며, 정부와 산업계, 연구기관이 함께 장기적인 협력 기반을 다지는 계기로 삼았다.
유럽 방산시장은 이제 무기를 얼마나 많이 도입하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생산하고 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지를 새로운 경쟁력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NATO 방위산업포럼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수출 중심의 협력을 넘어 유럽 방산 생태계와 함께 성장하는 장기 파트너 전략을 본격화했음을 보여준 계기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