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어선이 밀집한 선착장에는 초기 진화 장비가 부족하고, 5·18 사적지는 훼손을 막을 법적 보호망을 갖추지 못했다. 통합특별시 출범 후 처음 이뤄진 광주인재교육원의 업무보고에서는 예산과 집행실적마저 빠졌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윤명희 의원(더불어민주당·장흥2)은 지난 14일과 16일 행정소방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선착장 화재 대응과 5·18 사적지 보존, 광주인재교육원 보고자료 부실 문제를 차례로 짚었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 역사적 자산을 지키는 행정의 책임에 질문의 초점이 모였다.
먼저 지난 16일 소방본부 업무보고에서는 어선이 밀집한 선착장의 초기 화재 대응 능력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윤 의원은 모든 선착장에 옥외소화전을 한꺼번에 설치하기 어렵다면 정박 어선이 많거나 화재 위험이 큰 곳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단계적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의원은 2023년 3월 5분 자유발언에서도 항·포구와 선착장에 옥외소화전을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선착장에 정박한 어선에서 불이 났지만 초기 진화 장비가 없어 선주와 주민들이 배가 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사례를 확인한 뒤였다.
그러나 자유발언 이후 장흥에서는 화재가 발생했던 선착장 한 곳에만 옥외소화전이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윤 의원은 “화재가 난 뒤에야 설치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며 사후 대응에 머문 소방행정을 질타했다.
예산도 현장의 수요를 따라가기에는 빠듯하다. 소방본부에 따르면 올해 전남지역 소방용수시설 관련 예산 21억4000만원 가운데 신규 소화전 설치비는 1억6800만원이다. 한 곳당 약 400만원이 드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설치할 수 있는 물량은 42개가량이다.
바다와 맞닿은 전남지역 시·군이 15곳이고 장흥지역 선착장만 30여 곳에 이르는 현실을 고려하면 어선 밀집지역의 화재 위험을 충분히 덜어내기 어려운 규모다.
윤 의원은 “어민에게 어선은 전 재산”이라며 “현재 예산으로는 어선 밀집 선착장의 화재 위험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이나 내년도 본예산에 관련 사업비를 적극 반영할 것도 촉구했다.
사적지 보존 문제에서는 법적 보호 장치의 한계가 부각됐다. 윤 의원은 지난 14일 민주인권평화국 업무보고에서 광주와 전남에 각각 30곳씩 지정된 5·18민주화운동 사적지 가운데 국가유산으로 지정되거나 등록된 곳은 한 곳도 없다고 짚었다.
현재 사적지들은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지정돼 있다. 이 때문에 개인 소유 건축물이나 토지를 소유자가 훼손하거나 철거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게 윤 의원의 진단이다.
윤 의원은 국가 차원의 보호 체계를 마련하지 않은 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부터 추진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가유산 지정·등록을 통해 보존 가치를 인정받고 국비 지원을 확보할 제도적 근거부터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남권 사적지에 대한 후속 관리도 거론됐다. 올해 전라남도 5·18 사적지로 지정된 장흥행복복지센터 앞은 장흥 군민들의 시위가 벌어진 역사적 장소지만 아직 표지석조차 세워지지 않았다.
윤 의원은 “사적지는 지정하는 것보다 지정 이후 어떻게 보존하고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장흥을 비롯한 전남 곳곳에 남아 있는 5월의 역사가 더 이상 광주의 주변부로 취급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올해 추진되는 ‘5·18민주화운동 정신계승 마스터플랜’에는 전남지역 사적지와 기록, 피해자·유족의 기억을 구체적으로 반영할 것을 주문했다. 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처음 마련되는 계획인 만큼 기존 광주 중심 사업을 외형적으로 넓히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광주인재교육원의 첫 업무보고에서는 자료의 충실도가 도마에 올랐다. 제출된 보고서에 기관 전체 예산 규모와 상반기 집행액·집행률, 시설 현황, 하반기 추진계획 등 의회 심의에 필요한 핵심 내용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반기 계획 역시 교육과정별 운영인원 일부만 간략하게 담겼을 뿐 세부 일정과 예산 집행계획, 성과지표는 제시되지 않았다. 기관이 연말까지 어떤 사업을 추진하고 어느 수준의 성과를 내겠다는 것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자료였다는 지적이다.
윤 의원은 “업무보고는 기관이 추진하는 사업을 나열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상반기에 어떤 사업을 추진했고 예산을 얼마나 집행했는지, 남은 기간에는 무엇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의원들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예산 현황과 집행실적도 없는 자료를 가지고 의회가 무엇을 심의하고 점검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통합특별시 출범에 걸맞은 책임 있고 내실 있는 보고자료 제출을 주문했다.
박성재 행정소방위원장도 광주인재교육원의 자료가 의회 심의에 필요한 내용을 충분히 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행정소방위원회는 예산 현황과 집행실적, 하반기 세부계획 등을 보완한 업무보고서를 다시 제출하도록 했다.
선착장 소화전 확충과 5·18 사적지의 국가유산 지정, 업무보고 자료 보완 요구가 실제 예산과 후속 행정에 어떻게 반영될지 향후 의회 점검 과정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