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천불천탑으로 알려진 운주사의 또 다른 역사가 땅속에서 나온 유물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40여 년 전 전남대학교박물관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명문기와와 막새가 다시 화순으로 돌아오면서 석불과 석탑에 집중됐던 운주사의 이야기는 사찰의 실제 역사로 한층 넓어졌고,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화순군에도 그 가치를 뒷받침할 새로운 근거가 더해졌다.
화순군은 지난 5일 화순군립운주사문화관에서 전남대학교박물관과 공동기획한 출토유물전 ‘운주사, 시간이 잠시 머문 자리’ 개막식을 열었다. 전시는 내년 1월 31일까지 제2·3전시실에서 이어진다.
두 기관의 인연은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남대학교박물관은 1984년부터 1991년까지 운주사에서 4차례 발굴조사와 2차례 학술조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나온 유물들은 기록만으로 분명하게 설명하기 어려웠던 운주사의 창건과 중창 시기를 좁혀가는 단서가 됐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무게가 실리는 유물은 ‘홍치팔년(弘治八年)’ 명문기와다.
홍치 8년은 조선 연산군 원년인 1495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도 이 기와의 출토를 운주사가 15세기 말 크게 중창됐음을 보여주는 근거로 설명하고 있다. 500년 넘게 지난 기와 한 조각이 사찰의 한 시기를 짚어주는 기록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운주사환은천조(雲住寺丸恩天造)’ 명문기와에서는 ‘운주사’라는 사찰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범자문 막새에는 당시 불교문화가 기와 장식에 스며든 흔적이 남아 있다. 관람객은 확대경을 이용해 명문기와에 새겨진 글자도 직접 살펴볼 수 있다.
출토유물이 지금 다시 공개되는 시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운주사 석불석탑군은 201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화순군은 2023년부터 종합학술연구를 추진한 데 이어 국내·국제학술대회와 보존관리 국제학술포럼 등을 거치며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뒷받침할 연구를 축적해 왔다.
지난달에는 부산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참가해 세계유산인 화순 고인돌 유적과 함께 운주사 석불석탑군을 각국 대표단과 문화유산 전문가들에게 알렸다.
국제무대에서 운주사의 가치를 알리는 작업이 이어진 직후, 지역에서는 40여 년 전 발굴한 유물을 다시 꺼내 주민과 관광객에게 보여주는 전시가 시작된 셈이다. 학술연구와 국제 홍보, 지역 공감대가 서로 다른 자리에서 세계유산이라는 하나의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제3전시실에서는 운주사를 소재로 한 멀티스탬프 체험 2종을 운영하고, 매월 넷째 주 토요일에는 출토유물 문양을 이용한 탁본 체험도 마련한다.
임지락 화순군수는 “명문기와와 범자문 막새 등 출토유물을 통해 운주사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대한 공감대가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화유산의 가치를 되짚는 작업과 함께 관광객의 발길을 지역 상권으로 이어보려는 움직임도 더해졌다.
화순군문화관광재단은 오는 17일까지 카페·식당·숙박시설·문화공간 등을 민간 관광안내소로 활용하는 ‘화사로스팟’ 참여 업소를 모집한다.
2024년 시작한 ‘화사로 프로젝트’가 관광지를 여행자 취향에 맞춰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화사로스팟은 관광객이 실제 머무는 민간 업소까지 그 연결망을 넓힌 형태다.
선정 업소에는 관광지도와 여행 가이드북, 축제·행사 안내물을 제공하고 재단 SNS와 블로그, 누리집을 통한 홍보와 관광 이벤트 연계 마케팅도 지원한다.
운주사에서 시작된 관광객의 발걸음이 전시 관람에 그치지 않고 식당과 카페, 숙박시설을 거쳐 화순의 다른 관광지로 얼마나 이어지느냐도 앞으로 살펴볼 부분이다. 세계유산을 향한 문화유산의 가치 확장과 지역에서 오래 머무르게 하는 관광의 접점을 화순군이 함께 넓혀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