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는 살아있다'. 2017년 신인왕이었던 장은수(28)는 결코 죽지 않았다. 10년이란 세월을 그는 사라지지 않고 버텨왔다. 그리고 마침내 자랑스럽게 우리 앞에 나타났다. 뜨거운 여름날 바람 부는 제주에서 그는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당당하게 돌아왔다.
골프 팬들의 기억 속 장은수는 오랫동안 '아쉬운 이름'이었다. 2017년 KLPGA 정규투어 데뷔 첫해, 꾸준함의 상징과도 같은 신인왕 트로피를 품에 안았을 때만 해도 그 앞에 펼쳐질 미래는 탄탄대로처럼 보였다. 그러나 스포츠의 세계는 냉정했다. 화려했던 조명은 이내 옅어졌고, 시드 유지 실패와 드림투어(2부) 전락이라는 혹독한 시련이 찾아왔다.
"열심히 해도 안 되니 나는 안 되는 선수인가 보다."
한때 '골프를 그만둘까' 진지하게 고민하며 눈물 흘렸다던 그녀의 고백처럼, 정규투어와 드림투어를 넘나든 지난 10년은 환희보다 인내의 시간이 훨씬 길었다. 2017년 데뷔 후 187번째 출전. 숱한 라이벌과 후배들이 정상을 밟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장은수는 리더보드 하단과 시드전이라는 그늘 속에서 묵묵히 스윙을 가다듬어야 했다.
그리고 2026년 8월 9일, 제주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제13회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 장은수는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낚아채며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마침내 생애 첫 정상에 올랐다.
우승으로 가는 과정 역시 한 편의 드라마였다. 강풍이 불어닥친 제주 필드에서 묵묵히 기회를 기다렸고, 16번 홀 버디로 마침내 단독 선두에 올랐다. 마지막 18번 홀, 티샷한 공이 벙커로 들어가 위기를 맞았지만 미스샷조차 행운으로 바꾸어내는 저력을 발휘하며 끝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10년이라는 세월, 187번의 실패와 도전 끝에 얻어낸 이 결실은 단순한 '1승' 이상의 무게를 갖는다. 찰나의 화려함이 주목받는 시대에 장은수가 보여준 것은 ‘버티는 자가 결국 이긴다’는 골프의 가장 기본적인 진리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마다 그녀를 다잡아준 스승의 말처럼, 끝까지 스스로를 믿고 버텨낸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감격이었다.
'무관의 신인왕'이라는 타이틀은 이제 거두어도 좋다. 10년의 기다림을 견뎌내고 비로소 진짜 챔피언으로 거듭난 장은수. 그녀의 뜨거운 187번째 걸음은, 오늘도 기약 없는 노력 속에서 묵묵히 땀 흘리고 있는 수많은 이들에게 보낸 가장 울림 있는 위로이자 찬사였다.
김대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