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정부가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현재의 약 6배인 220GW까지 늘리는 대규모 전환 계획을 내놨다. 태양광과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전력 공급 구조를 빠르게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를 계획대로 확대하더라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신규 전력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과 풍력은 설비용량만큼 실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어려운 만큼 원전이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정부로서는 발전원 구성뿐 아니라 송전망과 에너지저장장치 구축, 전기요금 부담까지 함께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에서 ‘제6차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대국민 정책토론회’를 열고 2040년까지의 재생에너지 보급 전망을 공개했다.
◇재생에너지 37GW에서 220GW로…태양광·해상풍력이 주도
정부 계획에 따르면 국내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는 지난해 말 37GW에서 2030년 100GW, 2035년 163GW를 거쳐 2040년 220GW까지 확대된다. 15년 동안 약 6배 늘어나는 셈이다.
태양광이 확대 정책의 중심이다. 지난해 말 약 31GW였던 태양광 누적 설비용량을 2030년 87GW, 2040년 155GW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풍력 역시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난다. 2025년 말 국내 풍력 설비는 2.4GW 수준으로, 이 가운데 해상풍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16.7%에 그쳤다. 정부는 2040년 전체 풍력 설비를 61GW까지 확대하고 이 가운데 약 74%를 해상풍력으로 채울 방침이다.
특히 2030년 이후에는 해상풍력 설비를 매년 4~5GW씩 늘려야 정부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 효율 개선과 비용 하락을 근거로 대규모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2010년대와 비교하면 재생에너지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이 크게 낮아졌고 발전 기술도 발전했다는 설명이다.
◇전력수요 165GW로 급증…재생에너지만으론 부족
문제는 전력수요 증가 속도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당시 정부가 예상했던 2038년 최대 전력수요는 129.3GW였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제시한 2040년 최대 전력수요 전망치는 165GW까지 높아졌다.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이른바 ‘3대 메가 프로젝트’와 산업 전기화 등이 본격화하면서 전력수요 전망 자체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예비율 22%까지 고려하면 2040년 확보해야 할 발전설비의 실효용량은 약 201.3GW에 이른다. 11차 전기본에서 2038년까지 마련하기로 했던 158GW보다 43.3GW 많은 규모다.
재생에너지 설비는 11차 전기본의 121.9GW보다 98.1GW 늘어나지만 실제 전력 공급 능력은 설비 증가분과 동일하지 않다.
태양광과 풍력 이용률을 각각 20%, 30% 수준으로 가정하면 추가되는 실효용량은 약 37GW에 그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6GW 이상의 전력을 다른 발전원에서 추가 확보해야 한다.
1.4GW급 대형 원전으로 환산하면 약 4~5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더욱이 정부의 최근 전력수요 전망에는 향후 AI 데이터센터 수요 가운데 일부만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실제 필요한 발전설비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석탄발전을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퇴출할 계획인 만큼 부족한 전력을 충당할 현실적인 수단으로는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LNG발전 등이 거론된다. 신규 원전 건설 여부는 오는 9월 공청회 등을 거쳐 구체화될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늘수록 커지는 ‘전력망 비용’
재생에너지 확대에서 또 하나의 변수는 전력망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와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달라진다. 전력 공급과 수요를 실시간으로 맞춰야 하는 전력계통 입장에서는 발전설비가 늘어날수록 이를 보완할 송배전망과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LNG 등 유연성 전원이 필요하다.
특히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낮에는 전력이 남아 원전 등 다른 발전원의 출력을 낮춰야 할 수 있는 반면, 일몰 이후에는 태양광 발전이 급격히 줄면서 LNG 발전 등을 빠르게 가동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전력망 투자 부담도 상당하다.
2038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121.9GW로 확대하는 11차 전기본에 반영된 국가 송전망 건설 비용만 약 72조8000억원이다. 정부의 새로운 목표는 2040년 220GW로 기존 계획보다 크게 늘어난 만큼 송배전망과 BESS 투자 규모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발전단가뿐 아니라 전력망과 저장장치, 예비 발전설비까지 포함한 전체 시스템 비용을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의 경험…재생에너지 확대와 산업 경쟁력 사이
산업계가 주목하는 사례는 독일이다.
독일은 2010년 ‘에네르기콘젭트(Energiekonzept)’를 채택한 데 이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 정책에 속도를 냈다. 그 결과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2010년 53.9GW에서 지난해 말 200.1GW로 15년 사이 약 3.7배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에너지 비용 상승은 독일 제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천연가스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자동차와 철강, 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경쟁력 약화 논란이 커졌다.
다만 독일의 산업 경쟁력 약화를 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급등, 중국 제조업 성장과 글로벌 수요 변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현재와 2010년대의 재생에너지 산업 환경은 다르다고 설명한다.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단가가 크게 낮아졌고 발전 효율과 저장 기술도 개선되고 있어 과거와 동일한 비용 구조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20GW 설치 가능할까…부지·사업성도 변수
정부 목표가 실제 달성 가능한지를 두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기후부는 인공위성 등을 활용한 분석을 토대로 2040년 국내 태양광 잠재량이 271GW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잠재 부지 가운데 상당 부분은 농지와 도시지역 등 현재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결국 공장 지붕과 저수지, 유휴부지 등을 대규모로 활용해야 하는데 주민 수용성과 인허가, 계통 연결 문제까지 고려하면 실제 사업화할 수 있는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
해상풍력도 마찬가지다. 정부 목표를 맞추려면 2030년 이후 매년 대규모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 해상풍력은 개별 프로젝트 규모가 크고 사업 기간도 길어 일부 사업만 지연돼도 전체 보급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발전단가 역시 관건이다. 해상풍력의 사업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급 목표를 맞추기 위해 정책 지원을 확대할 경우 그 비용이 전력요금이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관건은 ‘재생에너지냐 원전이냐’ 아닌 전력 믹스
2040년 전력정책의 핵심은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많이 설치하느냐만으로 결정되기 어렵다.
정부 계획대로 220GW를 구축하더라도 태양광과 풍력의 간헐성 때문에 이를 그대로 안정적인 공급능력으로 계산할 수 없다. 반대로 원전 역시 건설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전력수요가 현실화된 뒤 공급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 투자로 전력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날 경우 재생에너지와 원전, LNG, SMR, BESS, 송전망을 어떤 비율과 속도로 구축할지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쟁점은 ‘재생에너지 확대냐 원전 확대냐’라는 단순한 선택보다는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면서 전기요금과 탄소배출,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발전원 조합을 만드는 데 모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