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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안전 셧다운’ 28일 만에 또 사망…이상균·금석호 안전경영 시험대

올해 사업장서 네 번째 사망…앞선 3명은 협력업체 노동자
이상균·금석호 공동대표, “안전한 일터가 가장 강력한 경쟁력”
사흘간 생산 멈추고 전 사업장 위험성 평가·고위험 공정 재점검
정부 62명 투입 고강도 감독 중 추가 사망…안전대책 실효성 도마

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세 차례 중대재해로 협력업체 노동자 3명이 숨지자 생산라인까지 세우며 ‘안전 쇄신’을 선언했던 HD현대중공업 사업장에서 또 한 명의 근로자가 숨졌다. 회사가 사흘간 ‘안전 셧다운’을 실시하며 안전문화를 뿌리부터 바꾸겠다고 공언한 지 불과 28일 만이다.

 

 

이번 사망이 업무와 직접 관련됐는지,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에 해당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앞선 사고들과 동일선상에 놓고 회사의 안전관리 실패라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그러나 올해 들어 HD현대중공업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숨진 사례가 네 번째라는 점, 앞선 중대재해 이후 회사가 생산까지 중단하며 전 사업장 위험성 평가를 다시 실시했다는 점, 여기에 정부가 60명이 넘는 인력을 투입해 고강도 감독을 벌이는 와중에 추가 사망 사실이 공시됐다는 점은 가볍지 않다.

 

특히 이번 사안은 이상균 부회장과 금석호 사장이 이끄는 공동대표 체제의 ‘안전경영’이 실제 작업현장에서 얼마나 작동하고 있는지를 다시 묻게 한다.

 

두 대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안전한 일터 조성이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라며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안전 활동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결국 이번 사망의 업무 관련성이나 안전관리상 문제가 확인될 경우 회사가 내세운 안전 쇄신책뿐 아니라 이를 지휘한 경영진의 약속도 함께 검증받을 수밖에 없다.

 

◇보일러 기계실서 근로자 숨진 채 발견

 

31일 HD현대중공업의 중대재해 발생 공시에 따르면 지난 28일 한우리회관 보일러 기계실에서 근로자 1명이 쓰러진 채 발견된 뒤 숨졌다. 별도의 부상자는 없었으며 회사는 사고 발생 당일 고용노동부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현장 조사와 관련 자료 확인 등을 통해 정확한 사망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동부지청은 지난 30일 HD현대중공업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A형 사다리 일체에 부분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다만 이 같은 작업중지 명령만으로 사고 원인을 A형 사다리와 직접 연결할 수는 없다. 숨진 근로자가 당시 어떤 작업을 하고 있었는지, 쓰러진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등은 관계기관 조사를 통해 규명돼야 한다.

 

HD현대중공업 역시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 해당 여부가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다며 관계기관 조사 결과에 따라 변동 사항이 발생할 경우 정정공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이번 사망을 산업재해 또는 회사의 안전관리 실패로 규정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사고의 성격과 별개로 최근 HD현대중공업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잇따랐다는 사실 자체는 회사의 안전관리체계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대목이다.

 

◇4월 화재, 7월 두 차례 끼임…석 달여 만에 3명 숨져

 

이번 사망을 포함하면 올해 HD현대중공업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숨진 사례는 네 번째다.

 

지난 4월 9일 울산조선소에서는 정비 중이던 해군 잠수함에서 불이 나 협력업체 근로자 1명이 숨졌다.

 

7월 18일에는 건조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화물창에서 곤돌라 작업을 하던 20대 우즈베키스탄 국적 협력업체 근로자가 끼임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불과 엿새 뒤인 7월 24일에는 군산조선소 패널공장 조립라인에서 H빔 조정 작업을 돕던 30대 협력업체 근로자가 설비 사이에 끼여 숨졌다.

 

특히 7월에 발생한 두 사고가 모두 협력업체 근로자의 끼임 사망이었다는 점에서 회사의 안전관리체계와 원·하청 간 안전관리 문제를 둘러싼 우려도 커졌다.

 

석 달여 사이 화재와 끼임 사고가 이어지자 HD현대중공업은 결국 생산까지 중단하는 고강도 조치를 꺼냈다.

 

◇생산까지 멈춘 사흘간의 ‘안전 셧다운’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안전 셧다운’을 실시했다. 이 가운데 이틀 동안은 모든 사업장의 생산을 중단했다.

 

단순한 안전교육이나 캠페인 수준의 조치가 아니었다.

 

회사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전 사업장의 위험성 평가와 고위험 공정을 다시 점검했다. 안전·방재 설비와 작업환경을 전면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위험요인이 해소되지 않은 공정은 재가동을 제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회사는 당시 이번 셧다운이 일회성이나 ‘보여주기식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안전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생산 중단에 따른 손실까지 감수하면서 안전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메시지였다.

 

그로부터 28일 만에 다시 사망 사실이 공시됐다.

 

이번 사망 원인이 아직 규명되지 않은 만큼 이를 곧바로 안전 셧다운의 실패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조사 결과 작업 과정의 위험요인이나 안전관리상의 문제가 확인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했다는 위험성 평가에서 해당 위험을 왜 발견하지 못했는지, 발견했다면 어떤 개선조치가 이뤄졌는지, 위험요인이 제거되지 않은 공정의 재가동을 제한하겠다던 원칙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됐는지를 다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흘 동안 무엇을 점검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점검 이후 현장에서 무엇이 실제로 달라졌느냐는 문제다.

 

◇“안전한 일터가 경쟁력”…공동대표의 약속도 검증대

 

현재 HD현대중공업은 이상균 부회장과 금석호 사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두 대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안전을 회사 경영의 핵심 가치로 제시했다. 특히 “안전한 일터 조성이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라고 강조하며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안전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회사가 제시한 방향도 현장 중심 위험성 평가와 협력회사 안전보건 지원 강화, 예방 중심의 보건관리체계 구축 등에 맞춰져 있다.

 

그런 만큼 반복되는 중대재해와 이번 추가 사망 공시는 공동대표 체제의 안전경영이 선언을 넘어 실제 현장까지 작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밖에 없다.

 

경영진에게 요구되는 설명도 구체적일 필요가 있다.

 

안전 셧다운 과정에서 어떤 위험요인이 발견됐고 그 가운데 몇 건이 개선됐는지, 개선되지 않은 공정은 실제로 재가동이 제한됐는지, 본사의 안전지침이 협력업체와 개별 작업자에게까지 제대로 전달됐는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앞선 사망자 3명이 모두 협력업체 근로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청의 안전관리체계가 협력업체 작업현장까지 실질적으로 작동했는지 역시 중요한 점검 대상이다.

 

안전경영은 선언이나 교육 횟수보다 현장에서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정부도 62명 투입했는데…고강도 감독 중 추가 사망

 

이번 사망이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는 발생 시점이다.

 

HD현대중공업은 자체적인 안전 쇄신만 진행하고 있던 상황이 아니었다. 정부 역시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회사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들여다보는 고강도 감독을 진행하고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울산과 군산조선소에서 끼임 사망사고가 반복되자 이달 18일부터 감독관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직원 등 62명을 투입해 특별감독에 준하는 고강도 감독에 착수했다.

 

감독 범위도 개별 사고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에 그치지 않았다.

 

과거 지적된 안전 문제에 대한 개선조치가 실제 이행됐는지, 본사의 안전보건관리체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위험성 평가가 형식적인 절차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인 사고 예방으로 이어지는지까지 점검 대상에 포함됐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당시 동일 유형의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것은 기업의 안전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무관용 원칙으로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는 전 사업장 안전 셧다운을 실시했고 정부는 62명의 인력을 투입해 고강도 감독을 진행했다. 그 와중에 또 한 명의 근로자가 사업장에서 숨진 것이다.

 

물론 이번 사망의 원인이 산업안전 문제와 무관한 것으로 조사될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필요한 것은 섣부른 책임 단정이 아니라 정확한 사인과 당시 작업 상황, 업무 관련성에 대한 조사다.

 

다만 업무상 위험요인이나 안전관리상 문제가 확인될 경우 회사 자체 점검과 정부 감독이 왜 이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 역시 필요해진다.

 

◇또 다른 선언보다 필요한 것은 ‘현장이 달라졌다는 증거’

 

산업안전 분야의 한 전문가는 “공시와 단기 가동 중단, 특별교육이 사고 이후 반복되는 대응에 그친다면 ‘안전 최우선’이라는 구호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며 “사망 원인에 대한 정정공시뿐 아니라 안전 셧다운 당시 발견된 위험요인과 개선 실적, 공정별 재가동 판단 근거, 본사와 현장 책임자의 후속 조치를 구체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복되는 사망 앞에서 필요한 것은 또 한 번의 선언이 아니라 작업자가 실제로 살아 돌아올 수 있도록 안전관리체계가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망의 업무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 HD현대중공업의 안전관리 실패를 예단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올해 신년사에서 이상균·금석호 공동대표가 ‘안전한 일터’를 회사 경쟁력과 직결되는 가치로 선언한 이후 세 차례 중대재해가 발생했고, 회사가 생산까지 멈추며 안전 쇄신에 나섰다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

 

여기에 정부의 고강도 감독까지 진행되는 상황에서 추가 사망 사실이 공시됐다.

 

따라서 조사 결과 업무상 위험요인이나 안전관리상 문제가 확인된다면 질문은 사고 한 건의 책임을 넘어설 수밖에 없다.

 

‘안전 셧다운’에서는 무엇을 점검했고 무엇을 놓쳤는가. 전 사업장 위험성 평가를 통해 마련한 개선책은 실제 작업현장까지 제대로 전달됐는가. 원청의 안전관리체계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작동했는가. 그리고 “안전한 일터가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라던 이상균·금석호 공동대표의 약속은 실제 작업 방식과 안전관리체계의 변화로 이어졌는가.

 

사흘간 생산까지 멈춘 안전 셧다운 이후 불과 28일 만에 나온 또 한 번의 사망 공시. 이제 HD현대중공업의 안전 쇄신은 선언의 크기가 아니라 현장에서 확인되는 결과로 평가받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