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은 빚내서라도 친다는 가을 골프 최적의 달이다. 가을 골프의 화두는 “나는 골프를 이기려 하지 않는다. 오늘의 나와 싸울 뿐이다.” 다시 골프장에 선다는 것은 “과거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일이다.” 우리가 시작을 망설이는 이유는 실패 후 찾아올 자괴감이 두렵기 때문이다. 이제 가을에 시작하는 골프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하는 것이다. 골프를 대하는 태도 역시 완벽을 기대하지 않을 때 비로소 더 과감하게 즐기는 골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을 골프, 크게 두 유형의 골퍼를 만난다
드라이브 올인형 비거리에 올인하는, 드라이브 손맛의 쾌감을 느끼는 유형이다. 동반자보다 단 1m라도 더 멀리 보내고 싶어한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많이 나면 상대적으로 버디 기회도 많지만 공이 OB(Out of Bounds)가 나거나 해저드(Hazard)에 들어갈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이 경우 스코어상으로도 불리하고 멘탈이 무너져 쉽게 허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
따박따박 실속형 정교한 코스 매니지먼트가 특징이다. 화려함보다는 실속형이다. 그린 중앙 공략 (Center of the Green)에 집중하고 무리한 시도를 삼간다. 파4에선 스리온으로 공을 홀에 붙여 파(Par)를 잡는 전략을 쓴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짧아도 쇼트 게임과 퍼트에 강하다. 기복이 적고 안정적이 플레이에 강하지만 때로 다이내믹한 면은 없다.
두 유형의 골퍼는 스타일부터 멘탈 관리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번 가을에는 이 두 유형을 합친 골퍼를 기대한다. 자연과 교감하고, 스코어보다 흐름을 읽으며, 청정한 하늘에 유유히 흐르는 구름 그리고 바람과 땅의 숨결을 느끼며 자신의 리듬을 하늘에 맡기는 골퍼가 되는 것이다. 샷은 가볍고 스윙은 무게를 덜고 마음이 더 가벼워진다면 공은 날개 달린 새처럼 길게 뻗어갈 것이다. 골프는 스코어를 더하는 게임이다. 푸른 잔디와 맑은 공기를 마시며 골프 자체에만 몰두하며 일상의 복잡한 생각을 잠시 잊고 어제보다 나은 스윙과 기록을 만들면서 자신감을 얻는 운동을 하는 것이다.
가을 골프, 어떻게 즐길 것인가
가을 골프, 고작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운동인데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이런 생각으로 골프를 멀리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운동을 하는 사람은 전혀 하지 않는 사람보다 육체와 정신 건강에서 여러 가지 이점을 누리고 있다. 일상 활동 중 행복감을 가장 많이 주는 행위(서울대 행복연구센터 조사 결과) 1위는 여행, 2위는 데이트, 3위가 운동이다. 골프는 이 3가지(자연에서 하는 여행, 동반자와의 데이트·미팅, 걷기와 스윙이라는 운동)를 동시에 충족하는 유일한 스포츠이다.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운동량(미국 미시간대 연구팀)은 생각보다 아주 적었다. 1주일에 한두 차례 운동만으로도 전혀 하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행복을 느끼며, 하루 10분의 운동만으로도 상쾌한 기분을 느낀 것으로 조사되었다. 운동에서 느끼는 행복감에서 골프는 몇 번째(서울대 행복연구센터)일까, 조사 결과는 1주일에 한번 하는 골프이지만 ‘행복 칼로리(행복 효율)’와 ‘여가 만족도’가 가장 높은 최상위권 운동 중 하나로 평가되었다. 골프는 4시간 안팎 야외를 걸으며 전신 근육과 코어를 사용하는 훌륭한 중강도 유산소 운동이다. 걷기운동인 골프를 카트를 타고 이동하거나 무리한 회전 스윙을 반복하면 운동 효과가 줄어들면서 허리 부상이 생길 수 있다. 걷기 위주로 즐기면서 스트레칭을 병행하도록 한다.
바쁜 가을철, 운동 간식(Exercise Snacks)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
단 5분만 달려도 건강이 바뀐다면 누구나 운동을 즐길 것이다. 하루 5분의 가벼운 달리기만으로도 심혈관 질환 예방, 체중 관리, 정신 건강까지 개선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검증(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연구)되었다. ‘단 5분’의 짧은 움직임이 우리 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연구한 결과, 하루 5~10분 달리는 사람은 전혀 안 뛰는 사람보다 심장병 사망률이 45% 낮았다. 오래 뛰는 것보다 ‘꾸준히 조금씩’ 뛰는 것이 심장에 더 도움을 주는 것이다. 골프 라운드에서 티샷 후 1~5분간 빠른-느린-빠른 걸음이 반복되는 유산소 운동은 기초대사량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하루 5분 가벼운 달리기만 하여도 엔돌핀과 세로토닌 분비 활성화로 인해 하루 스트레스 해소 + 감정 조절 능력 강화로 실제 이어져 5분 운동 직후 집중력·기억력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골프에서 무조건 걷는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 5분간의 걷기에도 충분한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생활 지침으로 주 150~300분의 중강도 운동이나 75~150분의 고강도 운동을 권장하였다. 그러나 꼭 권장 지침을 따라야만 효과가 있는 건 아니다. 그에 못미치는 운동이라도 안하는 것보다는 나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번에 5분 이하로 진행한 운동은 성인의 심폐 체력을 개선하기도 하였다.
가을골프, 안전에도 주의해야 한다
골프의 중요한 3요소는 레슨(Lesson), 매너(Manner), 안전(Safety)이다. 이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연 안전이다. 골프장 안전사고는 골퍼의 나쁜 습관(bad habit)이 주된 요인이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골퍼는 필드 대신 실내연습장이나 스크린 골프장에서 배우거나, 아니면 독학으로 유튜브, 아마추어를 통해 스윙을 익힌다. 그리고 선배나 친구의 인도로 페어웨이에서 오직 공만을 잘 치기 위해 노력한다. 골프장 안전사고의 가장 큰 책임은 골프장이 아닌 골퍼에게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골프장에서는 골퍼가 잘못 휘두른 클럽에 캐디가 맞거나, 동반자에게 갖가지 피해를 주기도 한다.
골프에서 또 다른 나쁜 습관은 약속 시간 미준수이다. 티 오프(Tee off) 시간에 겨우 맞춰 도착하는 것이다. 공이 제대로 맞을 리가 없다. 서두르다 보면 사고가 일어나게 된다. 드라이버 비거리에 목숨을 거는 습관도 고쳐야 한다. 골프장에서 일어나는 가장 빈번한 사고는 앞팀이 빠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급하게 공을 치다가 앞팀 골퍼가 공에 맞거나, 또는 주위를 잘 살피지 않고 공을 쳐 같은 조의 동반 플레이어가 친 볼에 맞아 생기는 사고 등이다. 골프공은 크기는 작지만, 무겁고 단단하므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이러한 타구 사고는 가벼운 찰과상, 타박상, 실명, 안면 골절로 이어지고 심하면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카트 추락사고도 자주 발생한다. 카트를 자동차와 같이 위험한 이동수단으로 생각하고 반드시 안전 손잡이를 잡아야 한다. 편한 이동수단이라 생각하고 방심하다보면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바다에선 구명조끼’(최근 3년간 연안 해상사고 사망자 370명 중 구명조끼 미착용 사망자 337명, 해양경찰청), ‘차에선 안전벨트’(최근 3년간 안전벨트 미착용 고속도로 사망자 수는 총 173명, 전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의 25%. 한국도로공사) ‘골프장에선 카트 손잡이’ (최근 3년간 카트사고로 5명 사망) ‘카트를 위험한 탈 것’(한국소비자원 2022년)이라 공식적으로 규정한 것도 골프장 카트 안전사고와 무관하지 않다.
가을 골프의 첫 티샷은 비행기의 이륙과 같다
비행기는 이륙할 때 연료의 50%를 더 사용한다. 골프는 멘탈 게임으로 상대방이 아닌 자기 자신과 싸우는 운동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템포와 리듬이다. 단순히 공을 멀리 보내는 것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바람의 방향, 잔디와 흙의 상태, 날씨와 동반자의 태도 등)에 대한 오감 인지(五感 認知)와 오픈 마인드에 따른 결과물이다.
수백 톤에 달하는 비행기가 중력을 거스르고 하늘로 솟구치기 위해서는, 순항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의 압도적인 에너지를 순간에 투입한다. 일단 일정한 고도에 올라 상승 기류를 타기만 하면 적은 힘으로도 멀리 나아갈 수 있지만, 지면을 박차고 오르는 그 찰나에선 엔진이 터져나갈 듯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가을 골프 이륙 역시 봄·여름의 미련을 버리고, 완벽한 활주를 준비하는 것이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엄청난 연료를 쓰며 고도를 높이듯, 가을 라운드도 초반에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좋은 환경에서 기회를 허무하게 날릴 수 있다.
가을 라운드의 첫 3홀은 내 모든 겸손함과 집중력을 전력투구하는 시간이다. 첫 홀부터 너무 흥분해서 오버 페이스 하지 말고 비행기 이륙하듯 차분하고 묵직하게 가을 하늘로 비행기 띄우듯, 세 홀만 욕심 버리고 편안하게 집중하면 기분 좋게 굿 샷으로 보답한다. 가을 골프의 성패는 첫 홀의 설렘을 차분한 집중력으로 바꾸는 마인드 컨트롤에 있다. 우리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유독 진이 빠지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결코 나약해서가 아니라 지금 ‘이륙 중’이기 때문이다. 가을 골프 시작은 전체 에너지의 절반 이상을 쏟아부어야 비로소 창공의 문이 열리면서 목적지까지 순항할 동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가을 골프 시작을 미루는 골퍼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준비가 아니라 준비를 멈추고 시작하는 용기이다. 완벽한 계획보다 작은 행동이 필요한 것이 바로 가을 골프이다. ‘Just Do It’
이원태 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