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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일 만에 또 사망사고…현대건설 ‘샤힌’ 재발방지 약속, 현장서 작동했나

같은 PKG1 현장서 6월 매몰사 이어 이번엔 추락사
안전난간 안쪽서 호스 당기던 50대 하청근로자 숨져
부산노동청, 내화작업 등에 부분 작업중지 명령
6월에도 “재발방지대책 수립 예정”…실제 이행 여부 주목

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울산 샤힌 프로젝트 건설현장에서 하청근로자가 추락해 숨졌다. 지난 6월 같은 PKG1 시공구간에서 하청근로자 1명이 토사에 깔려 숨진 지 69일 만이다.

 

 

두 사고의 형태는 다르지만 불과 두 달여 만에 같은 시공구간에서 또 사망자가 나오면서 현대건설이 첫 사고 당시 공시했던 ‘재발방지대책 수립’이 실제 어떤 내용으로 마련됐고 현장에서 어떻게 이행됐는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4일 현대건설과 경찰,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전날 울산 울주군 온산읍 샤힌 에틸렌시설 건설공사 PKG1 현장에서 현대건설 하청업체 소속 50대 근로자 A씨가 작업 중 추락했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현대건설이 공시한 사고 경위에 따르면 A씨는 철골 구조물에 내화도료 등을 입히는 뿜칠 작업을 지원하고 있었다. 안전난간대 안쪽에서 몸을 내밀어 뿜칠 호스를 당기던 중 균형을 잃고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건설은 사고 당일 고용노동부에 중대재해 발생 사실을 보고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사고 이후 현장의 내화작업 일체 등에 부분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경찰과 노동당국은 정확한 사고 경위와 안전조치 이행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안전난간 있었는데 왜 몸 내밀어 작업했나

 

이번 사고에서 우선 확인해야 할 대목은 작업 방식과 추락방지 조치다. 안전난간 자체는 설치돼 있었지만 A씨가 호스를 당기기 위해 난간 안쪽에서 몸을 밖으로 내밀어야 했다는 게 현재까지 확인된 사고 경위다.

 

따라서 안전난간 설치 여부만으로 충분한 추락방지 조치가 이뤄졌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해당 공정에서 호스를 공급·이동시키는 정상적인 작업방법이 무엇이었는지, 근로자가 난간 밖으로 몸을 내밀지 않고 작업할 수 있는 설비나 인력이 배치됐는지, 추락에 대비한 별도의 안전장비가 제대로 지급·착용됐는지 등이 확인돼야 한다.

 

뿜칠 작업 과정에서 호스를 당기는 행위가 통상적인 작업절차에 포함돼 있었다면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락 위험이 사전 위험성평가에 반영됐는지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경찰과 노동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안전조치 미흡이나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69일 전에도 같은 PKG1서 사망…당시에도 “재발방지대책 수립”

 

이번 사고가 단순한 개별 사고를 넘어 안전관리체계의 문제로 이어지는 이유는 같은 현대건설 PKG1 시공구간에서 69일 전에도 사망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6일 이 현장에서는 현대건설 하청업체 소속 50대 근로자가 지하 전선보호구조물 설치 구간에서 거푸집을 해체하다 무너진 토사와 콘크리트 등에 깔렸다. 근로자는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PKG1 현장 내 유틸리티 구조물 설치공사 일체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근로감독관을 투입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현대건설도 공시를 통해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6월 사고와 직접적인 유형은 다르다. 당시에는 토사 붕괴에 따른 매몰 사고였고 이번에는 고소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추락 사고다. 따라서 두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하나로 연결하거나 지난 사고 이후 안전대책이 실패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는 특정 유형의 사고만 막는 것이 아니라 사업장 전반의 위험요인을 찾아내고 관리하는 데 목적이 있다. 첫 사고 이후 현대건설이 어떤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했는지, 현장 전체를 대상으로 위험성평가를 다시 실시했는지, 하청업체에 대한 안전관리와 작업승인 절차를 보완했는지는 이번 사고와 별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당시 추가 안전점검 범위에 고소작업과 내화·뿜칠 작업이 포함됐는지가 관건이다. 포함됐다면 이번 사고가 발생한 공정에서 해당 대책이 어떻게 적용됐는지를, 포함되지 않았다면 첫 사고 이후 현장 전체의 위험요인을 충분히 재점검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6월 사고 이후 현대건설이 구체적으로 어떤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당시 대책의 내용과 현장 적용 여부가 노동당국 조사에서도 주요 확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9조원대 초대형 현장서 잇단 인명사고…안전관리 다시 시험대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약 88만㎡ 부지에 9조원 이상을 투입해 추진하는 대규모 석유화학 사업이다. 2023년 착공했으며 현대건설이 주간사를 맡고 현대엔지니어링과 DL이앤씨, 롯데건설 등이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현대건설 구간에 앞서 지난 5월 25일에는 DL이앤씨가 시공에 참여한 샤힌 프로젝트 현장에서 작업자 1명이 대형 드럼 내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당시 조사 단계였던 만큼 이번 현대건설 사고와 같은 유형의 산업재해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국내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건설사업 가운데 하나인 샤힌 프로젝트에서 인명사고가 이어지면서 대형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문제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여러 대형 건설사와 협력업체가 동시에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일수록 원·하청 간 작업조율과 위험정보 공유, 공정별 안전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가 중요하다.

 

특히 현대건설은 69일 사이 같은 PKG1 시공구간에서 두 명의 하청근로자가 숨졌다는 점에서 지난 사고 이후의 조치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당시 수립하겠다고 밝힌 재발방지대책이 무엇이었는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이행됐는지, 이번 사고가 발생한 내화·뿜칠 공정까지 안전점검 대상에 포함됐는지가 핵심이다.

 

현대건설은 이번 사고에 대해서도 관계기관 조사에 협조하고 사고 원인을 파악한 뒤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이번 사고의 책임 여부는 경찰과 노동당국의 조사를 통해 가려져야 한다. 다만 69일 전 같은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뒤 회사가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공시했다는 사실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뿐 아니라 당시 약속한 안전대책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이행됐는지도 함께 확인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