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방제일 기자 | 골프존을 둘러싼 ‘큰 판’이 바뀌고 있다. 골프존홀딩스 최대주주 측이 두 차례 공개매수를 통해 의결권 있는 주식의 85% 이상을 확보하면서 사실상 지배구조 재편의 가장 큰 고비를 넘어섰다. 당초 시장의 관심은 공개매수 이후 골프존홀딩스가 증시를 떠날 것인지에 집중됐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원앤파트너스가 당분간 상장폐지를 추진하지 않고 기업가치와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골프존의 다음 승부가 ‘지분 확보’에서 ‘기업가치 회복’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원앤파트너스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에스제이투자홀딩스는 지난 9월 3일 골프존홀딩스에 대한 2차 공개매수를 마쳤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6700원이었다. 지난 6월 처음 공개매수를 발표할 당시 기준 주가 4255원보다 57.5% 높은 가격이었다. 첫 공개매수에서는 예정된 1548만5020주의 약 62.9%인 974만2319주를 확보했다. 이후 두 번째 공개매수까지 진행하면서 자기주식을 제외한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 지분율은 85.2%까지 높아졌다.
이번 거래의 중심에는 김원일 전 골프존 대표가 있다. 원앤파트너스는 김 전 대표가 설립한 투자회사이며 에스제이투자홀딩스는 원앤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위해 세운 SPC다. 첫 공개매수 당시 김 전 대표는 골프존홀딩스 지분 43.37%, 김영찬 골프존그룹 회장은 10.65%를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당초 공개매수 목적이다. 지난 6월 첫 공개매수를 시작할 당시 공개매수자는 골프존홀딩스를 완전자회사화하고, 필요할 경우 자진 상장폐지와 포괄적 주식교환 등의 후속 방안까지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두 차례 공개매수 이후 분위기는 달라졌다.
에스제이투자홀딩스는 현재 추가 공개매수나 포괄적 주식교환 등 상장폐지 관련 후속 절차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왜 85%에서 멈췄나
핵심은 비용과 실익이다. 85.2%라는 지분율은 사실상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여기에서 남아 있는 소수주주 지분까지 모두 확보하려면 다시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하다. 상장폐지를 통한 완전자회사화에서 얻는 효과와 추가 자금 투입을 비교했을 때, 현재로서는 후자보다 상장 상태에서 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골프산업의 성장 속도가 코로나19 특수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는 점도 변수다. 골프존홀딩스 측은 골프장과 골프용품, 공간 및 기타 사업, 스크린골프 등을 주요 사업 영역으로 두고 있다. 골프존그룹 안에는 스크린골프를 담당하는 골프존을 비롯해 골프장 사업의 골프존카운티, 골프용품 유통을 담당하는 골프존커머스 등 골프 소비 전반에 걸친 사업들이 포진해 있다.
골프존홀딩스가 단순한 지주회사가 아니라 국내 골프산업의 여러 축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의미다. 2015년 지주회사로 출범한 골프존홀딩스 역시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와 브랜드 관리, 그룹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를 핵심 역할로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중요한 것은 주식 몇 퍼센트를 더 확보하느냐보다 이 거대한 골프 생태계를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느냐다.
코로나 이후 달라진 골프 시장
골프존이 마주하고 있는 시장은 몇 년 전과 다르다. 코로나19 기간 골프는 대표적인 수혜 레저 산업으로 꼽혔다. 해외여행이 어려워지고 야외활동 수요가 급증하면서 골프장과 골프용품, 스크린골프 시장이 동시에 성장했다. 하지만 시장 정상화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골프장 이용료 부담과 소비심리 둔화, 골프용품 시장 경쟁 심화 등이 겹치면서 과거와 같은 속도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졌다.

골프존홀딩스의 최근 실적도 이러한 산업의 부침을 보여준다.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695억원, 영업이익은 26억원이었고 2분기에는 매출 1058억원, 영업이익 144억원으로 개선됐다. 실적 반등의 신호는 나타나고 있지만 한 분기의 회복만으로 중장기 성장성을 판단하기는 이르다. 결국 원앤파트너스 입장에서도 지금은 추가 지분을 사들이는 것보다 사업구조를 재정비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작업이 먼저일 수 있다.
경영권 확보는 끝,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
원앤파트너스의 두 차례 공개매수는 골프존홀딩스의 지배구조를 크게 바꿨다. 그러나 85.2%라는 숫자는 이번 거래의 결론이라기보다 새로운 출발선에 가깝다.
지금까지의 질문이 ‘누가 골프존을 지배할 것인가’였다면 앞으로의 질문은 ‘새로운 지배구조 아래에서 골프존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가’다. 국내 골프산업은 코로나19 특수가 끝난 뒤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 신규 골퍼 유입과 기존 골퍼의 이탈, 고가 골프장과 합리적 소비의 충돌, 필드 골프와 스크린골프의 공존, 해외 시장 확대와 국내 성장 둔화 등 여러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 환경에서 골프존그룹은 국내 기업 가운데 드물게 스크린골프와 골프장, 유통, 연습, 콘텐츠를 모두 아우르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그동안 각각 확장해온 사업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할 수 있다면 침체기는 오히려 구조 개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면 뚜렷한 시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높은 지배력 확보만으로 기업가치가 올라가지는 않는다.
그래서 골프존의 ‘85.2%’가 갖는 진짜 의미는 경영권 장악에 있지 않다. 이제 최대주주가 경영권 불확실성이라는 핑계를 댈 수 없게 됐다는 데 있다. 골프존을 다시 성장시키는 일. 85.2%를 확보한 이후 시작되는 승부는 결국 그것이다.
‘스크린골프 회사’를 넘어선 골프 플랫폼
골프존그룹은 스크린골프로 성장했지만 이제 사업 범위는 스크린 안에 머물지 않는다. 골프존은 시뮬레이션 골프와 GDR 등 디지털 골프를 담당하고, 골프존카운티는 실제 골프장을 운영한다. 골프존커머스는 오프라인 전문점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골프용품 유통을 맡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골프장과 연습장, 장비와 콘텐츠를 하나의 그룹 안에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말하면 사업 간 연결성을 얼마나 높이느냐에 따라 골프존의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스크린골프 이용자가 실제 골프장 고객으로 이동하고, 골프장 이용자가 용품과 연습 서비스, 콘텐츠 소비로 연결되는 구조를 강화한다면 골프존은 단순한 스크린골프 기업에서 종합 골프 플랫폼으로 한 단계 더 진화할 수 있다.
원앤파트너스가 앞으로 보여줘야 할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다만 지분 85% 확보가 모든 문제의 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공개매수 과정에서는 가격을 둘러싼 논쟁도 있었다. 골프존홀딩스 지분을 보유한 미국계 행동주의 투자자 터톤캐피탈은 공개매수가 6700원이 기업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상장폐지를 당장 추진하지 않기로 한 만큼 이 문제는 오히려 앞으로 더 중요해질 수 있다.
대주주 지분율이 크게 높아진 상태에서 상장 지위를 유지하면 유통주식 감소에 따른 거래량과 주가 형성 문제도 지켜봐야 한다. 동시에 배당, 자사주 활용, 지배구조 개선 등 소수주주가 체감할 수 있는 주주환원 정책을 어떻게 내놓을지도 시장의 평가 대상이 된다. 결국 ‘밸류업’은 선언이 아니라 숫자로 입증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