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19.3℃
  • 맑음강릉 19.2℃
  • 맑음서울 19.0℃
  • 맑음대전 19.2℃
  • 맑음대구 20.1℃
  • 맑음울산 19.9℃
  • 맑음광주 20.0℃
  • 맑음부산 22.1℃
  • 맑음고창 19.1℃
  • 맑음제주 21.5℃
  • 맑음강화 18.2℃
  • 맑음보은 18.1℃
  • 맑음금산 18.6℃
  • 맑음강진군 20.6℃
  • 맑음경주시 20.5℃
  • 맑음거제 20.8℃
기상청 제공

[강상범 칼럼] 훈민정음, 음악으로 읽다 (12)

 

(편집자 주) 저자는 KPGA 프로로,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를 골프에 적용한 이론서 『한글골프』(2018)를 약 5년간 본지에 연재한 바 있다. 훈민정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13년 한 블로그에서 접한 어느 교수의 문제 제기였다고 한다. 『훈민정음해례본』(1446)에 담긴 음악적 원리를 풀어달라는 내용이었다. 

 

1. 재출자의 모양도 발성기관을 본떴다

 

     “‘ㅛ’는 ‘ㅗ’와 같되(同) ‘ㅣ’에서 시작되고(起), ‘ㅑ’는 ‘ㅏ’와 같되 ‘ㅣ’에서 시작한다. ‘ㅠ’는         ‘ㅜ’  와 같되 ‘ㅣ’에서 시작하고, ‘ㅕ’는 ‘ㅓ’와 같되 ‘ㅣ’에서 시작한다.”. 두 개의 둥근 점(••)       으로써 그 의미를 보여주네”

 

   『해례본』에서는 재출자(ㅛ, ㅠ, ㅑ, ㅕ)를 포함한 훈민정음의 열한 모음이 모두 그 모양을 본뜬 것이라고 하였다. 이를 발성기관의 구조와 연결하면, 재출자의 모양 역시 소리를 진동시키는 목표 위치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재출자는 초출자의 점(•)에 점을 하나 더하여 두 개의 점(••)으로 나타내므로, 진동 목표 위치가 초출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ㅛ’는 ‘ㅗ’보다 오른쪽에서 소리를 진동시키는 모양을 본뜬 것이다. 이때 모음 ‘ㅗ’보다 혀 뒷부분이 오른쪽 위로 이동하며 입은 오므라든다. ‘ㅠ’는 ‘ㅜ’보다 오른쪽에서 소리를 진동시키는 모양을 본뜬 것이다. 이때 모음 ‘ㅜ’보다 혀 뒷부분이 오른쪽 아래로 이동하며 입은 오므라든다.

 

 

   ‘ㅑ’는 ‘ㅏ’보다 위쪽에서 소리를 진동시키는 모양을 본뜬 것이다. 이때 모음 ‘ㅏ’보다 혀 뒷부분이 위로 올라가며 입은 벌어진다. ‘ㅕ’는 ‘ㅓ’보다 아래쪽에서 소리를 진동시키는 모양을 본뜬 것이다. 이때 모음 ‘ㅓ’보다 혀 뒷부분이 아래로 내려가며 입은 벌어진다.

 

2. 재출자의 소리는 인두(ㅣ)가 조율한다

 

     “‘ㅣ’가 깊고 얕고(深淺) 닫히고 열리는(闔闢) 소리에 두루 잘 따를 수 있는 것은 ‘ㅣ’ 소리       가 혀는 펴지고 소리가 얕아서(淺) 입을 벌리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현대 언어학 관점」

   기존 해석에서는 재출자에 모두 사람을 상징하는 ‘ㅣ’가 포함된 이유를 주로 성리학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즉 사람(ㅣ)은 만물 가운데 가장 신령한 존재이므로 하늘(•)과 땅(ㅡ)에 참여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재출자의 글자 모양에 담긴 상징적 의미를 설명할 뿐, 실제 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직접 설명하지 못한다.

 

   현대 한국어에서는 ‘ㅑ, ㅕ, ㅛ, ㅠ’를 반모음과 단모음이 결합한 이중모음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해례본』에서는 재출자를 각각 하나의 모음 글자로 제시하며, 특히 ‘ㅣ’는 혀가 오그라들지 않고 펴진 소리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특징을 발성 원리로 해석하면, ‘ㅣ’가 다른 모음과 결합하더라도 혀의 위치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소리를 조율할 수 있다. 따라서 재출자를 두 소리가 연속되는 이중모음이 아니라, ‘ㅣ’의 조율을 통해 한 번에 울리는 하나의 모음으로 해석한다.

 

「세종대왕 관점」

   앞서 재출자의 두 점(••)은 초출자의 진동 목표 위치가 다른 지점으로 이동한 것을 나타낸다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해례본』의 “초출자와 같다(同)”는 말은 초출자와 같은 진동 위치에서 출발한다는 의미로, “‘ㅣ’에서 일어난다(起)”는 말은 그 진동 위치를 조율하는 기관이 인두(ㅣ)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재출자는 초출자의 진동 위치에서 출발하여 인두(ㅣ)의 조율에 따라 진동 목표 위치가 이동하는 모음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다만 글자의 모양이 나타내는 진동 목표 위치와 실제 소리가 형성되는 공명 위치는 서로 다를 수 있다.

 

     “모음은 하나가 깊으면(深) 다른 하나는 얕고(淺), 하나가 닫히면(闔) 다른 하나는 열린다       (闢).”

 

   『해례본』에서는 서로 대립하는 모음의 소리를 심천(深淺)과 합벽(闔闢)의 관계로 설명한다. 심천을 소리의 높낮이, 합벽을 소리의 앞뒤 관계로 해석한다면, 이 원리를 바탕으로 재출자의 실제 공명 위치도 설명할 수 있다.

 

 

   ‘ㅛ’는 ‘ㅗ’보다 오른쪽에서 인두(ㅣ)의 윗부분을 진동시키며, 공명 위치는 ‘ㅗ’보다 오른쪽 위에 형성된다. 반면 ‘ㅠ’는 ‘ㅜ’보다 오른쪽에서 인두(ㅣ)의 아랫부분을 진동시키며, 공명 위치는 ‘ㅜ’보다 오른쪽 아래에 형성된다. ‘ㅛ’와 ‘ㅠ’가 모두 오른쪽으로 이동한 것은 ‘ㅗ’와 ‘ㅜ’보다 오른쪽에 위치한 인두(ㅣ)의 소리가 결합하기 때문이다.

 

   ‘ㅑ’는 ‘ㅏ’보다 위쪽에서 인두(ㅣ)의 윗부분을 진동시키며, 공명 위치는 ‘ㅏ’보다 위에 형성된다. 반면 ‘ㅕ’는 ‘ㅓ’보다 아래쪽에서 인두(ㅣ)의 아랫부분을 진동시키며, 공명 위치는 ‘ㅓ’보다 아래에 형성된다. 이처럼 ‘ㅑ’와 ‘ㅕ’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이동한 것은 대립하는 모음에서 “하나가 깊으면 다른 하나는 얕다”라고 한 해례본」의 심천 원리를 따른 것이다.

 

 

   따라서 인두의 윗부분을 진동시키는 ‘ㅛ’와 ‘ㅑ’는 같은 높이에서 공명하며, 각각 ‘ㅗ’와 ‘ㅏ’보다 위쪽에 공명 위치가 형성된다. 반대로 인두의 아랫부분을 진동시키는 ‘ㅠ’와 ‘ㅕ’ 역시 같은 높이에서 공명하며, 각각 ‘ㅜ’와 ‘ㅓ’보다 아래쪽에 공명 위치가 형성된다.

 

3. 재출자는 가점(加點)의 원리를 따른다

 

   『해례본』에 따르면, 재출자(ㅑ, ㅕ, ㅛ, ㅠ)는 초출자(ㅏ, ㅓ, ㅗ, ㅜ)에 ‘ㅣ’가 결합하여 진동 위치를 조율하는 구조로 설명할 수 있다. 특히 ‘ㅣ’의 결합은 모두 점(•)을 하나 더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재출자는 초출자에 ‘ㅣ’를 결합하면서 점을 추가하는 가점(加點)의 원리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기본 글자에 획을 더하는 자음의 가획(加劃) 원리와 구조적으로 대응한다. 다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초출자와 ‘ㅣ’가 결합하는 순서이다.

 

「현대 언어학 관점」

   현대 한국어에서는 재출자 ‘ㅑ, ㅕ, ㅛ, ㅠ’를 ‘ㅣ’ 계열의 반모음이 핵심 모음에 앞서는 on-glide(‘ㅣ’ + 핵심 모음) 구조로 분석한다. 즉 반모음과 핵심 모음이 연속적으로 발음되는 이중모음(diphthong)으로 보며, 이 과정에서 입술 모양과 혀의 위치도 연속적으로 변한다.

 

 

「세종대왕 관점」

   훈민정음의 음절은 첫소리, 가운뎃소리, 끝소리의 삼분법으로 구성된다. 이 구조에서 가운뎃소리인 모음은 여러 요소가 결합하더라도 한 음절 안에서 한 번에 울리는 하나의 통합된 소리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해석에서는 두 모음이 각각 독립적으로 이어지는 현대 음성학의 이중모음과는 다른 발성 구조를 전제로 한다.

 

 

   또한 『해례본』에서 재출자는 초출자에 ‘ㅣ’가 결합하는 구조로 설명된다. 결합 순서만 보면 현대 음성학의 off-glide(핵심 모음 + ‘ㅣ’)와 유사하지만, 두 모음을 순차적으로 발음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혀의 위치를 변화시키지 않는 ‘ㅣ’가 초출자의 뒤에서 결합하기 때문에, 두 요소가 동시에 울리면서 하나의 소리를 이룰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거문고의 두세 현을 오른손으로 한 번에 내려쳐 여러 현을 동시에 울리는 원리에 비유할 수 있다.

 

   다음 13화에서는 모음 결합, 모음 조화, 모음 위치를 재구성한다.

 

강상범 프로필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과 졸업

현 한글골프연구소 소장

 

저서

『한글 골프』(2018)

『궁상각치우: 훈민정음을 연주하다』(2023)

『세종대왕의 언어 척도: 음악』(2025)

『The Linguistic Scale of King Sejong』(2025)

논문

「세종대왕 관점에서 바라본 훈민정음해례본 재해석: 궁상각치우를 고려한 음악적 고찰」(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