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골 재개발 내막①] 분담금 쇼크와 조합 내 권력 다툼의 민낯

  • 등록 2025.09.25 21: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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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담금 폭탄과 정비변경 시도, 조합원 불안 확산
권력 다툼에 휘말린 재개발 사업 정상화 난항
정보 비공개·불투명 의사결정에 조합 불신 고조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전가되는 현실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정릉골 재개발 사업은 오랜 기간 주민들의 기대와 불안이 교차한 현장이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조합 내부의 갈등과 비상식적 의사결정 구조는 ‘주민을 위한 사업’이라는 재개발의 본질적 목표와는 크게 어긋나 있었다. 김계숙 교수의 증언은 그 민낯을 드러낸다.

 

 

첫 번째 충격은 분담금이었다. 관리처분 인가 이후 조합원들에게 통보된 분담금 예정액은 평균 5억 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김 교수는 “현재 아파트를 팔고 정릉골 물건을 매입했는데, 인플레이션과 집값 폭등에도 불구하고 감정평가액이 매입가보다 낮게 산정됐다”며 “그 결과 분담금이 지나치게 높아져 조합원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에 일부 조합 임원들은 ‘정비계획 변경’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사업성을 높이고 분담금을 줄이겠다며 새로운 설계안을 내세운 것이다. 당시 분위기는 정비 변경 찬성으로 기울었고, 다수의 조합원들이 “조금 더 명품 테라스 하우스를 지을 수 있다”는 기대에 동조했다.

 

그러나 두 번째 충격은 이내 찾아왔다. 2024년, 조합이 제시한 최종 설계안은 주민들의 기대와 달랐다. 기존 4층형 테라스 주택 위주의 단지가 아닌, 15층 아파트 중심의 설계였던 것이다. 약속했던 ‘테라스 하우스’는 일부(300세대)에 불과했고, 대다수는 아파트로 배정될 상황이었다.

 

“자산 평가 순위에 따라 주택 유형을 선택하게 했는데, 사실상 상위 순위자만 테라스 하우스를 선택할 수 있는 구조였다. 순위에서 밀린 다수 조합원은 원치 않는 아파트를 배정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 교수는 이를 두고 “조합원이 권리를 공정하게 보장받는 게 아니라, 마치 서열에 따라 주거 형태가 갈리는 비민주적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 내부 균열은 더욱 심화됐다. 당시 천재진 조합장은 아파트 고층화를 밀어붙였으나 다수 조합원의 반발로 사퇴를 선언했다. 그 후에도 조합 집행부는 택지변경의 중대 설계 변경을 반복 제안했지만, 주민들은 ‘그림 없는 찬반 투표’에 반발하며 불신을 키워갔다.

 

특히 문제는 일부 인사들의 정체였다. 김 교수는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가 아파트 건설을 강하게 주장했는데, 알고 보니 포스코 출신 임원이었다. 본인은 테라스 주택을 배정받을 순위에 있었지만, 다수 조합원에게는 아파트를 강요하는 모순된 태도였다”고 밝혔다.

 

 

권력 다툼의 본질은 ‘달콤한 기득권’

 

정릉골 조합 권력 다툼의 핵심 요인은 지난 10여 년간 일부 임원들이 누려온 달콤한 기득권에 있다. 각종 용역 선정, 정보 독점, 건설사와의 접촉 과정에서 조합원 이익보다는 임원 개인이나 소수 집단의 이익이 우선시돼 왔다. 주민 다수의 권리는 뒤로 밀린 채, 소수 권력층의 ‘그무엇’이 사업을 왜곡시킨 것이다.

 

이제는 책임을 물어야 할 시점이다. 이유야 어떻든 지금까지 사업을 끌어온 이들이라면,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분담금 폭탄과 불투명한 의사결정으로 조합원들이 고통받는 현실을 외면한 채, 여전히 자리를 지키며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명백한 도덕적 회피다.

 

양심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이라도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권력 유지가 아니라 조합원의 이익 회복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자각해야만, 정릉골 재개발 사업은 비로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결국, 2025년 1월 열린 조합장 선거에서 기존 집행부의 설계 변경 시도는 무산됐다. 260대 240의 박빙으로 임동하 후보가 당선되며 조합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친(親)조합 세력은 임 조합장의 선거무효 소송과 해임을 지속적으로 추진했고, 주민들 사이의 불신과 갈등은 여전하다.

 

정릉골 재개발은 단순히 한 지역의 주거환경 개선 문제가 아니다. 감정평가 왜곡, 분담금 폭탄, 비민주적 의사결정, 건설사와의 커넥션 의혹까지 얽혀 있는 구조적 문제다. 김 교수의 증언은 ‘재개발 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얼마나 많은 조합원들이 소외되고 있는지, 그리고 권력을 쥔 소수가 어떻게 사업을 좌지우지하려 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미 아파트를 살아본 주민들이 굳이 다시 아파트를 원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도 조합은 아파트 고층화를 추진했고, 주민 의견을 무시했다. 이것은 명백한 기만이다.” 김 교수의 말은 재개발 조합 운영의 근본적인 문제를 일깨운다.

 

정릉골 재개발 사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진짜 해결해야 할 과제는 건설사와 조합 임원들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조합원 개개인의 권리와 신뢰 회복이다. 사업의 성공 여부는 결국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문채형 기자 moon11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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