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 산업현장의 ‘위험 외주화’가 하청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 10명 중 4~5명이 하청 노동자로 집계돼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22년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김포시갑)이 9일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2022년~2025년 2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원청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 불이행으로 발생한 사망사고가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란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를 다하지 않아 고용부 조사를 받는 사고를 말하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집계된다.
통계에 따르면 하청 노동자 사망 비율은 2022년 44.1%(284명)에서 2023년 43.5%(260명)로 소폭 하락했으나, 2024년에는 47.7%(281명)로 급등했다. 올해 2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이미 44.3%(127명)에 달한다. 원·하청을 합한 전체 산재 사망자는 2022년 644명에서 2023년·2024년 모두 598명으로 감소했지만, 하청 노동자 비율만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며 ‘위험의 외주화’ 구조가 여전함을 보여준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62.5%(595명)로 압도적이다. 제조업 22.7%(216명), 운수·창고·통신업 1.8%(17명)가 뒤를 이었다. 특히 건설업 하청 노동자 사망 비율은 2022년 53%에서 2024년 59%로 꾸준히 증가했다. 불안정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하청 노동자를 위험 최전선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사고 유형 역시 기본 안전조치만 있었더라도 막을 수 있었던 ‘재래형 사고’가 대부분이다. 사망 원인 1위는 ‘떨어짐’으로 42.1%(401명)에 달했고, 이어 ‘물체에 맞음’ 12.7%(121명), ‘부딪힘’ 9.9%(94명) 순이었다. 최근 8월 포스코이앤씨 광명 건설 현장 감전사, DL건설 의정부 아파트 추락사 모두 하청 소속 노동자가 희생된 사례다. 구조적 위험 외주화 문제가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김주영 의원은 “안전 비용과 위험을 하청에 전가하는 ‘위험의 외주화’가 반복되며 하청 노동자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의 책임 회피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정부 안전 대책이 현장에서 허울뿐인 구호에 그치지 않는지 점검하고, 책임 떠넘기는 하청 구조를 바로잡을 실효성 있는 개선책 마련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하청 노동자 사망 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죽음의 외주화’가 굳어지고 있는 현실은, 법 시행 취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전 관리 책임을 원청과 정부가 공동으로 강화하지 않으면, 하청 노동자의 생명은 앞으로도 반복적으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