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중대재해 방지와 공사 효율화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모듈러 건축은 여전히 사업성 개선 과제를 안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은 적극적인 기술 투자와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지만, 제도적 지원 부족과 규모의 경제 미실현으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대건설은 국내 최초로 모듈러 승강기를 공동주택 현장에 도입한다. 지난 2일 현대엘리베이터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힐스테이트 이천역 단지에 저층용 모듈러 승강기를 설치해 시범 운용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기존 현장 조립 방식과 달리 90% 이상을 공장에서 제작한 모듈러 승강기를 현장에 운반·조립하면 작업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또한, 승강로 내부 고위험 작업을 80% 이상 줄여 추락사고 등 안전사고 예방 효과도 기대된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넥스트홈’ 테스트베드에서 욕실·화장실·주방 등 수전이 필요한 공간에 모듈러 기술을 적용한 사례를 공개했다. 무지주 라멘 구조와 결합해, 입주자가 원하는 위치에 모듈러 구조물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수십 가지 공정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품질을 균일하게 확보하고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확인됐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반포 래미안 원펜타스와 부산 래미안 포레스티지 공용 공간에 모듈러 욕실을 적용, 실용성을 검증했다.
GS건설은 모듈러 전문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를 설립하고 해외 모듈러 기업 인수와 기술 확보를 이어가고 있다. 자이가이스트는 국토교통부로부터 공업화 주택 인증을 받으면서 18층 이하 철골구조 공동주택 건축도 가능해졌다. 롯데건설과 코오롱글로벌 등도 프리캐스트콘크리트(PC) 제작과 모듈러 자회사 운영 등을 통해 모듈러 사업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모듈러 사업의 수익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포스코이앤씨가 지난해 철골모듈러 사업에서 철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부가 ‘9·7 공급대책’에서 수도권 단기 공급 카드로 모듈러주택을 내세웠지만, 실질적 발주 물량 부족과 제도 기반 미비로 사업성 개선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GH가 2030년까지 모듈러 주택 1만 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증과 연구개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모듈러 기술이 국내 건설업계에서 상용화되기까지 예상보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