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들 지금 ‘골프’ 치고 있습니까? 은퇴를 잊은 골퍼들

2024.02.18 15:58:27

평균수명 100세 시대란 말이 귀에 맴돌지만, 생물학적 나이는 눈 앞에 당도한 현실이다. 언제까지 건강을 유지할지 장담할 수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우리 앞에 놓인 삶을 그 누구도 미리 알 수 없다. 하지만 골프채를 놓는 순간이 언제쯤인지는 간단하게 자신을 평가하면 답이 바로 나온다.



건강한 생활반경, 일에 대한 열정,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호기심, 배움에 대한 열망, 젊은이와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소통, 사회에 대한 통찰력을 줄 수 있는 분별력, 동반자와 라운드를 통해 유모 감각과 함께 건강한 체력과 함께 금전적인 여유가 있을 때까지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건강을 잃으면 은퇴할 때라고 여기지만, 병마를 이기고 다시 강인한 삶을 이어가는 사례를 우리 주위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세계적인 명사나 유명인의 삶은 여전히 도전적이다. 반면 평범한 우리 골퍼들이 그들만큼 용맹정진할 자신은 없지만,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간다면 그것이 바로 청춘일 것이다. 오늘도 골프를 생각하면서 연습에 매진한다면 은퇴 시기는 더 멀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래 선수는 그야말로 나이를 잊은 채, 자신의 골프 인생을 연장한 골퍼라 말할 수 있다.

 

WRITER 이원태 EDITOR 방제일

 

“그 사람들 지금 ‘골프’ 치고 있습니까?” 게리 플레이어의 말이다. 게리 플레이어는 아놀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와 함께 최고의 반열에 경쟁을 펼쳤던 선수다. 아놀드 파머는 지난 2016년 타계했고, 잭 니클라우스는 골프는커녕 거동조차 쉽지 않은 상태다. 반면 여전히 골프를 누구보다 즐기고 있으며, 에이지 슈터로서 코트 안팎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역 시절에는 아놀드 파머나 잭 니클라우스에게 인지도가 밀려 삼인자에 그쳤지만, 그는 꾸준한 몸 관리를 통해 영원한 현역이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도전에 나이는 없다, 50세 상금왕 김선미의 쉼 없는 열정


김선미는 스무살이란 나이에 골프를 시작해 프로 선수가 된 건 서른이 갓 넘었을 때다. 남들이 모두 늦었다고 말했지만 그는 운동과 육아, 학업을 병행하기는 쉽지 않은 여정에도 묵묵히 걸어간 끝에 40세 이상만 출전하는 챔피언스 투어에서 50대의 나이에 후배들과 당당히 맞서서 우승을 차지했다.

총상금 3억 1,600만원으로 상금왕을 3년 연속 차지한 김선미 프로. 2015년 이후 챔피언스투어를 기점으로 현재까지 81개 대회에 출전해 80차례 컷을 통과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상금왕 3연패를 달성한 김선미 프로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새로운 목표는 60세까지 10승 달성, 투어 1승이다. “60세까지 투어 생활을 하면서 앞으로 10년 동안 5승 더하면 10승 채우는 것이다.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다. 아프지 않은 것이 핸디이다. 오히려 체력은 어렸을 때보다 좋아진 거 같다. 다시 태어나도 골프 선수가 되고 싶을 만큼 골프를 사랑한다.” 김선미의 말이다. 최근 KLPGA에서는 20대 초반이 전성기, 20대 중반만 넘어가면 황혼기라 말한다. 그러나 ‘엄마 골퍼’ 김선미에게는 전성기도 황혼기도 없다. 매일 매일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한 ‘골프’만이 있을 뿐이다.

 

나이는 숫자일 뿐, 35세에 메이저 대회 우승까지 노리는 양희영
LPGA 투어 데뷔한 지 16년 만에 최고 성적을 낸 양희영은 한국 여자 골프를 대표하는 베테랑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4년 9개월 만에 우승을 추가했다. 우승 상금만 200만달러(약 26억원)가 걸린 대회였다. 양희영은 2006년 당시 만 16세로 최연소 기록으로 유럽 투어 우승을 차지하며 기대를 받았다. 그래서였을까.

양희영은 우승 문턱에 누구보다 많이 좌절한 선수이기도 하다. US여자오픈에선 준우승 2번, 3·4·5위를 1번씩 했다. 그래도 양희영이 여전히 뛸 수 있는 것에는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인 마음의 자세에 기인한다. 무엇보다 양희영에게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다. 투어 최고의 베테랑 양희영은 말한다. “모든 것을 다 컨트롤하려 했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구나’ 버티는 힘이 생겼다. 이제는 골프 자체가 재미있고, 준비한 내용과 과정에 스스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으니까 행복하다”

 

프로 데뷔 10년 만에 첫 우승의 영광을 안은 서연정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 자연생태계의 적자생존 법칙을 말하는 금언이지만, 스포츠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우승 타이틀 없이 선수 생활을 근근이 이어가던 선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면 언젠가는 정상에 설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스포츠뿐 아니라 인생에서 영원한 강자란 없다. 물론 이는 실력이 절대 부족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면서 준비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기회다. 서연정이 꼭 그런 선수다. 서연정은 KLPGA 투어에서 ‘259전 260기’의 새 역사를 썼다. 2014년 KLPGA 투어에 데뷔해 10년 동안 2부 리그로 한차례도 추락하지 않고 259번의 대회에서 준우승만 5차례 했다. 번번이 정상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10년 차를 맞은 2023년 들어서도 지난 5월 'E1 채리티 오픈'에서 공동 2위에 올라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포기’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던 바로 그때. 그는 마침내 정규 투어 260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KLPGA 투어 역사에서 첫 우승까지 가장 많은 대회를 치른 끝에 차지한 영광이다. 종전 기록은 2019년 11월 ADT 캡스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안송이의 237개 대회였다. 서연정은 첫 우승 뒤 “그동안 골프를 그만둔다는 얘기를 달고 살았고, 정말 내년까지만 하고 그만두려고 했다”고 말했다. 서연정에게 ‘마지막’이란 말은 10년간 다져왔던 각오이자, 단 하나의 기회였다. 그는 그 기회를 잡았다.

 

9년 만에 우승을 컵을 든 두 선수, 이주미와 최은우
경쟁이 치열한 여자골프에는 서연정처럼 오랜 무관에 무명 생활을 견뎌내고 감격의 우승컵을 품에 안는 사례는 은근히 많다. 이주미 또한 지난해 4월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 ‘늦깎이’ 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 KLPGA 정규투어에 뛰어든 지 9년째에 148번째 대회 만에 안은 첫 우승이다. 2019, 2020시즌 2부 투어로 내려갔다 와 2021, 2022년 풀 시즌을 소화하며 예열을 마친 뒤에야 비로소 우승컵을 들었다.

최은우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2015년부터 KLPGA 투어를 시작해 지난 4월 통산 211번째로 출전한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스 2023'에서 투어 9년 차에 첫 정상에 올라 62번째 생신을 맞은 아버지에게 우승컵을 선물했다. 우승 이후 그는 “실력은 다 똑같다. 노력하고 기다리면 언젠가 기회가 온다”는 소감을 남겼다. 인고의 세월을 이겨낸 끝에 '늦깎이 우승'의 기쁨을 안은 선수들도 골프 무대의 당당한 주인공이다. 어떤 도전도 너무 늦은 나이는 없다.


 

 

KPGA 프로선발전 최고령 기록의 주인공 허송
트로트 가수 출신으로 4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골프에 입문한 허송은 어떤 도전에도 결코 늦은 나이는 없다는 것을 증명해낸 산증인이다. 어려운 시기를 겪었음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기초를 갈고 닦아 온 그는 예순의 나이에 KPGA 프로 선발전을 통과한 ‘기적의 사나이’가 됐다. 그가 KPGA 최고령 프로골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골프 입문을 도왔던 티칭 프로의 역할이 컸다.

“골프를 제대로 치고 싶냐”는 질문을 시작으로 처음 3개월 동안은 7번 아이언 하나만으로 빈 스윙을 반복하며 골프의 기본자세만 익혔다. 이는 기본기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티칭 프로가 그에게 내린 지도법이다. “3개월 동안 7번 아이언 하나만 들고 빈 스윙을 반복하는 것은 정말 지루한 일이었지만 꾹 참고 버텼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기본기부터 탄탄히 다진 그의 실력이 점차 성장하면서 쇼트게임을 1m 단위로 컨트롤하고 퍼트 시엔 자신의 걸음 수 만큼 정확하게 샷을 구사할 수 있게 되자 기적처럼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골프를 시작한 지 단 8개월 만에 70대 타수를 치게 된 것이다. 골퍼로서의 성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골프를 시작한 지 2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 언더파를 기록하며 프로골퍼의 자질을 드러냈다.

 

필요한 기술을 갈고 닦는 자에게는 반드시 기회는 찾아온다
앞서 우리는 모두 나이를 잊고 영광을 차지한 골퍼들에 살펴봤다. 트로트 가수 출신 프로 골퍼가 된 허송은 음악과 골프는 서로 공통점이 3가지가 있고 한다. 골프와 음악 모두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타고난 재능(가창력과 운동신경)이 필요하고, 둘째는 이를 심화시키기 위한 피나는 노력, 그리고 셋째는 이를 지속할 수 있는 주변의 경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가 아마추어 시절부터 남다른 골프 실력을 선보일 수 있었던 비결은 남다른 마인드 컨트롤을 빼놓을 수 없다. 새해가 되면 새로운 다짐과 결심을 하지만 대부분 작심삼일에 그치고 만다. 어떤 이들은 새로운 다짐조차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며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기도 한다. 그런 이들에게 늦깎이 프로 골퍼들의 이야기는 또 다른 자극과 감동을 안겨 준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더 미루지 말고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자. 꾸준히, 성실히, 제대로 필요한 기술을 갈고닦는 자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찾아오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원태 기자 zeilis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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