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배당을 늘리고, 계획을 투명하게 밝히는 건 주주들에게 반가운 변화다. GS건설(허윤홍 대표이사 사장)이 주주환원 정책을 대폭 강화하며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을 86.7%까지 끌어올렸다. 숫자로만 본다면 눈에 띄는 진전이다. 그러나 칭찬은 여기까지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들여다보면, 박수를 멈춰야 할 이유가 분명해진다. 겉으로는 ‘주주친화’라 하지만, 경영 감시와 견제의 핵심인 이사회 구조는 여전히 구시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올해 GS건설은 배당정책을 연 1회 이상 공시하고, 배당기준일 이전에 결정사항을 투명하게 알리는 등 주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3개년 배당정책도 도입하며 재무 성과의 일정 비율을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주총 집중일을 피해 개최하는 등 지배구조 형식적 요소에서도 성실한 모습을 보였다. 단기 성과만 보면 상당한 개선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그 이면에 숨어 있다. 이사회 구조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현재 GS건설 이사회는 7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3명이 오너 일가다. 허창수 회장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으며, 허윤홍 사장과 허진수 고문도 각각 사내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독립적 견제 기능은 구조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특히 이사회 의장을 사내이사로 두는 구조는 감시보다는 내부 결속에 초점을 맞춘 ‘폐쇄형 운영’에 가깝다.
게다가 소액주주 권익 보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집중투표제는 아예 정관으로 배제한 상태다. 형식적으로는 “필요시 검토”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도입 의지가 없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전자투표나 의결권 위임 같은 보완책을 언급하지만, 그것으로 이사회 구성의 왜곡이 해결되진 않는다. 결과적으로 GS건설은 ‘이익은 나누되, 권한은 나누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새 정부가 내건 경제 정책 기조와도 배치된다. 이재명 정부는 ‘공정경쟁 강화’와 ‘기업 투명성 제고’를 핵심으로 삼고 있다. 재벌 중심의 폐쇄적 경영구조를 타파하고, 주주 권익과 소액주주 보호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GS건설 사례는 이런 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전형적인 ‘반면교사’다.
진정한 지배구조 개선은 배당정책이 아니라 이사회에서 시작된다. 독립적인 이사회, 사외이사가 이끄는 회의, 소액주주가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임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것이 곧 책임경영의 출발선이다. 지금처럼 오너일가가 이사회의 중심에 앉아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있는 한, 어떤 숫자도 그 구조적 편향을 감출 수 없다.
GS건설은 지금 ‘반쪽짜리 진화’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주주는 단지 배당만 원하는 존재가 아니다. 견제할 권리, 감시할 자격, 의견을 반영받을 구조를 원한다. 진짜 주주친화 기업이 되고자 한다면, 숫자에 가려진 이사회 구조부터 바꾸는 용기, 그것이 먼저다. 아니, 그게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