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전남도가 도민을 상대로 제공하는 민원서비스가 단 1년 만에 전국 ‘최우수’에서 ‘최하위’로 추락했다. 종합 행정서비스의 바로미터이자, 도민의 체감 행정을 가늠할 수 있는 ‘민원서비스 종합평가’에서다.
전남도는 2023년 ‘가’등급, 즉 전국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평가를 받았지만, 올해 발표된 2024년 평가는 ‘마’등급으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무엇이 1년 만에 이토록 극적인 추락을 만들었을까.
지난 6월 10일, 전라남도의회 김화신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은 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에서 열린 도민행복소통실 결산 심사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질타했다. 김 의원은 “민원서비스는 도민과 행정이 처음 마주치는 첫 창구이자, 도정에 대한 신뢰의 바로미터”라며 “등급 추락은 단순히 점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소통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신호”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원서비스 종합평가는 행정안전부와 국민권익위원회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전국 단위 행정 서비스 진단 체계다. 고충 민원 대응, 민원 처리 신속성, 만족도 조사 결과, 내부 민원 전략 등 다양한 항목을 기준으로 기관별 등급을 부여한다.
이번 평가에서 전남도는 핵심 전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며 ‘마’등급을 기록했고, 도내 22개 시군 어느 곳도 ‘가’등급을 받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도 전체의 민원 행정 수준이 전국 평균보다도 현저히 뒤처졌다는 방증이다.
이날 회의에서 정양수 도민행복소통실장은 등급 하락의 배경에 대해 “당시 실장 직무 공백과 평가 시점의 자료 제출 누락이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는 민원 전담 인력을 보강하고, 평가 대응 전 과정을 직접 챙기고 있다”며 “다음 평가에서는 반드시 등급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화신 의원은 이 같은 해명을 납득하지 않았다. 그는 “실장 공백, 자료 누락이 있었다는 말은 행정의 기본 관리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도민이 민원을 제기하고 해결을 기다리는 그 시간에도, 행정 시스템은 자리를 비웠다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이어 “행정의 공백은 도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가장 위험한 신호”라고 경고했다.
민원은 때로 가장 사소하고, 때로 가장 절박한 행정 요청이다. 출생신고부터 장애인 편의시설 민원, 생활불편 신고, 각종 인허가 요청에 이르기까지, 행정이 도민과 만나는 모든 지점에 민원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 서비스의 품질은 단지 행정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도민의 일상을 어떻게 응대하고 있는가에 대한 철저한 민감도 측정이기도 하다.
실제로 민원서비스 종합평가는 정량적 수치만으로 판단되는 평가가 아니다. 행정의 전략적 접근, 고충 민원 대응 체계, 담당자의 역량, 그리고 민원인의 체감 만족도 등 ‘정성적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반영된다. ‘마’등급으로의 추락은 행정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 조직의 태도와 소통 문화 전반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평가 결과에만 반응하는 일회성 개선으로는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며 “민원 대응의 속도와 정확도뿐 아니라, 공감과 설명의 태도, 도민과의 실질적 대화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지역 현안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행정에 대한 시민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는 지금, 소통 역량은 단순 민원처리 이상으로 중요한 경쟁력이 됐다.
김화신 의원은 “이제는 조직 내부의 관리 문제가 아니라, 도민과의 신뢰 계약이 무너진 문제”라며 “민원 응대 방식, 조직의 태도, 소통의 전략까지 포함한 전면적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평가에서 등급을 올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도민이 다시 전남도 행정을 믿고 찾을 수 있는가, 그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