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가 또다시 지갑을 열었다. 자회사 카카오페이손해보험(대표이사 장영근)에 1천억 원을 수혈한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대규모 증자다. 출범 3년 만에 매출은 성장했지만 적자 늪은 더 깊어지고 있다. 과연 이번 수혈은 ‘성장의 발판’일까, 아니면 ‘적자 연명’일까.

카카오페이손보는 2022년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2022년 261억 원, 2023년 372억 원, 지난해에는 48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217억 원 손실을 냈다. 단순 계산하면 올해 적자 역시 480억 원대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매출과 보험료가 늘어날수록 적자 폭도 커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358억 원이던 수입보험료는 올해 상반기 277억 원으로 급증했지만, 보험금 지급 부담이 오히려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성장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보험사 구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카카오페이손보의 매출은 90% 이상이 특종보험에 편중돼 있고, 모집 역시 자체 채널에 크게 의존한다. 다양한 상품 포트폴리오와 판매망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매출 확대가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여기에 규제도 발목을 잡는다. 보험업법상 ‘디지털 보험사’로 분류되려면 모집의 90% 이상을 온라인·전화·우편으로 충족해야 하는데, 카카오페이손보와 교보라이프플래닛만이 이 조건을 맞췄다. 캐롯손보조차 기준에 미달해 결국 한화손보에 흡수합병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카카오페이가 손보 자회사에 2년 연속 1천억 원을 쏟아붓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급여력비율(K-ICS)을 지켜 금융당국 규제를 충족하고, 장기적으로 버틸 시간을 벌기 위함이다. 카카오페이 입장에서는 손보 자회사가 흔들리면 플랫폼 전체의 신뢰도에 금이 가고, 디지털 금융 확장 전략에도 차질이 생긴다. 이번 수혈은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손보 자회사를 지켜내겠다는 ‘시간 벌기’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지속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캐롯손보(-245억 원), 하나손보(-194억 원), 교보라이프플래닛(-79억 원) 등 다른 디지털 보험사들도 줄줄이 적자 행렬이다. 이는 카카오페이손보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구조적 위기임을 보여준다. 규제와 편중 구조, 수익성 악화가 겹쳐 디지털 보험업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이 상황은 이재명 정부의 디지털 금융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빅테크의 과도한 시장 지배력 견제, 동시에 혁신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투트랙 기조’를 내세워 왔다. 하지만 디지털 보험사의 적자 구조는 바로 이 정책 기조가 시험대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규제만 강화하면 산업 자체가 위축되고, 규제를 완화하면 소비자 피해 위험이 커지는 딜레마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는 카카오페이손보의 사례를 단순히 ‘한 기업의 어려움’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디지털 금융 산업 전체가 지속 가능하려면 어떤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한지, 혁신과 건전성을 어떻게 동시에 담보할 수 있을지 종합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카카오페이손보는 결국, 이 정부의 금융 개혁이 단순한 구호에 그칠지, 아니면 산업 생태계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정책으로 이어질지를 가늠하는 첫 번째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