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주 한국 방문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들과 인공지능(AI) 칩 공급 계약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황 CEO가 오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참석에 앞서 국내 대기업들과 협력 확대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새 계약에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외에 SK그룹도 포함되며, SK는 7조원을 투입한 대형 AI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에 엔비디아 칩을 도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황 CEO의 이번 행보는 미·중 기술 갈등 심화로 중국 시장에서 사업이 위축된 가운데 한국을 새로운 전략 거점으로 삼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최근 알리바바 등 자국 기업들에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GPU ‘RTX Pro 6000D’ 주문 중단을 지시했으며, 앞서 H20 칩 사용도 제한한 바 있다. 황은 최근 인터뷰에서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이 95%에서 사실상 0%로 떨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는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반도체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AI 반도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기업들 역시 엔비디아 GPU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어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 CEO는 방한 기간 하정우 대통령비서실 AI미래기획수석과 면담하고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소버린 AI(주권형 AI)’ 구축 전략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최대 20만 대 규모의 고성능 GPU를 확보하는 국가 AI 인프라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엔비디아가 사업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프로젝트 규모가 오픈AI나 메타플랫폼이 추진 중인 글로벌 AI 투자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작지만, 메모리 반도체 핵심국인 한국에서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 황 CEO가 방한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한국에서 황과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은 31일 APEC CEO 서밋 기조연설자로 나서 AI 반도체 산업 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APEC CEO 서밋에서는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으나,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문제 등이 논의될지는 불투명하다. 블룸버그는 또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과 한국이 AI·양자컴퓨팅·바이오테크·6G 등 첨단 기술 협력 강화를 위한 포괄적 합의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