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한국전력공사(사장 김동철)가 최근 5년간 100건이 넘는 안전·환경 관련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재해 사망자 수도 공공기관 중 최다 수준으로, 전력 공기업의 안전 관리 체계가 여전히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가 7일 공개한 ‘2025 국정감사 공공기관 현황과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총 110건의 안전·환경 관련 법령을 위반해 1억868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연도별로는 △2020년 22건(1240만원) △2021년 38건(6020만원) △2022년 7건(270만원) △2023년 16건(780만원) △2024년 27건(1억370만원)으로, 지난해 과태료 부과액이 큰 폭으로 늘었다.
법령 위반 유형을 보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16건(6790만원)으로 전체 과태료의 36.4%를 차지했다. 작업자 안전조치 미흡, 관리 체계 부재 등 기본적인 산업안전 관리의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공항 내 전력 설비 관리 기준을 지키지 않아 공항시설법을 위반한 사례도 7건(5920만원)에 달했다. 전체 과태료의 31.7%에 해당하는 규모로, 전력 사고가 항공기 운항 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력기술관리법 위반도 10건(570만원)으로 확인됐다. 감리원 배치 기준을 어기거나 신고 의무를 소홀히 한 사례로, 전력 공사 품질과 안전을 담보해야 할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인명 피해다. 최근 5년간 한전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자는 33명으로, 공공기관 중 가장 많았다. 이 중 31명은 한전 발주 공사 현장의 협력업체 근로자, 2명은 한전 직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전이 과태료 처분을 받은 중대재해는 단 3건(직원 2명·협력사 1명)에 불과했다. 사고의 절반 이상이 ‘협력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로 실질적 제재나 책임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예산정책처는 “한전에서 산재 사망 사고가 지속되고 있으나, 근로자 건강검진 의무 위반·위험성 평가 및 안전교육 부족·유해물질 관리 미흡 등으로 인한 과태료 부과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며 “안전보건 기준 확보를 위한 실질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전은 전력 공급이라는 공공 임무를 수행하는 기관인 만큼, ‘안전 불감증’이 반복될 경우 국민 신뢰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