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반도체 기업 AMD와 손잡고 대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선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독주 중인 엔비디아의 아성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오픈AI는 향후 5년간 6기가와트(GW) 규모의 AMD 차세대 GPU(그래픽처리장치) ‘MI450’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공급이 이뤄질 예정이며, 오픈AI는 이를 기반으로 대규모 AI 인프라 확충에 나선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지금까지 발표한 GPU 배치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라며 “본격적인 구축 단계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진 후 AMD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이번 계약은 EPS(주당순이익)를 끌어올리고 수십억달러 매출을 새로 창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약에 따라 AMD는 오픈AI에 신주인수권(워런트)을 부여했다. 오픈AI는 향후 성과 달성에 따라 주당 1센트에 AMD 주식 최대 1억6000만주를 취득할 수 있다. 이는 전체 주식의 약 10% 수준으로, 목표를 달성할 경우 AMD 주가가 600달러까지 상승해야 최종 행사가 가능하다.

리사 수 CEO는 “오픈AI의 인프라 배치가 커질수록 AMD의 매출도 증가하고, 오픈AI 역시 성과를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계약 규모는 최근 엔비디아와 오픈AI가 체결한 1000억달러 규모의 10GW 프로젝트의 절반 수준이다. 다만 오픈AI 입장에서는 AMD와의 협력을 통해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고, AI 컴퓨팅 인프라를 다변화할 수 있게 됐다.

오픈AI는 계약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앞서 “AI 서비스 확충에 수조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라며 “새로운 형태의 금융 수단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AMD에 기회이자 도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MD는 수십억달러의 신규 매출을 확보하고 AI 칩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지만, 동시에 AI 시장의 변동성에 노출될 위험도 크다. AMD의 올해 AI 관련 매출은 약 65억5000만달러로 전망되며, 오픈AI 프로젝트가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엔비디아는 여전히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만 1150억달러에 달하며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번스타인 리서치의 스테이시 라스곤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AMD에 주문을 넣은 고객들이 실제 수요가 아닌 협상력 확보용인지 불분명했지만, 이번 오픈AI 계약은 시장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계약이 다른 대형 고객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AI 인프라 구축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AMD 역시 오픈AI의 계획 실현 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라스곤은 “샘 올트먼은 AI 산업의 약속의 땅으로 이끌 수도, 거대한 거품을 초래할 수도 있는 인물”이라며 “그 결과가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 후 뉴욕증시에서 AMD 주가는 24% 급등하며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634억달러 늘었다. 총 시가총액은 3306억달러로, 코카콜라·GE·셰브런을 모두 앞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