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동문들이 한 해의 문학적 수확을 함께 기념하는 ‘서라벌문학상 시상식’이 12월 11일 오후 5시 흑석동 안동장에서 열린다. 각기 다른 자리에서 묵묵히 언어와 문화예술의 세계를 빚어온 네 명의 동문이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주찬옥 동문회장은 “문학을 향한 열정이 다시 서로를 비추는 시간”이라며 수상자를 축하했다.
그늘을 더듬어 빛을 찾는 시의 여정 ― 본상 박시우 시인
올해 서라벌문학상 본상은 박시우 시인의 시집 《내가 어두운 그늘이었을 때》가 품에 안았다. 박 시인의 시는 늘 낮고 깊은 자리에서 출발한다. 절제된 언어 속으로 스미는 감정의 결, 스스로 형상화하기 어려운 인간의 어둠을 그는 조심스레 건져 올린다.
그의 시집은 상처를 응시하는 눈과 회복을 향한 의지가 맞물려 독자에게 “그늘 속에서도 빛의 가장자리는 존재한다”라는 사실을 환기한다고 평가받는다. 이번 수상은 그가 오랜 시간 축적한 시적 감각이 비로소 결실로 응답받은 순간이기도 하다. 박 시인은 시 쓰기와 함께 종삼포럼, (사)서울문학관홀 등에서 문학을 가꾸고 영토를 넓히는 역할에도 애써 왔다.
젊은 서사의 문을 두드리는 손 ― 신인상 이서현 소설가
신인상 수상자인 이서현 소설가는 이미 문학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성큼 들어온 신예다. 2020년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2025년 LIM문학상 수상 등을 통해 차근하게 쌓아온 성취는 그녀가 지닌 서사적 잠재력을 증명한다.
장편소설 《펑》, 연재소설 〈리얼 드릴즈 여자야구단〉, 소설집 《망생의 밤》, 산문집 《가능성의 세계》 등에서 보여준 그녀의 세계는 기성 문학의 장치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리듬으로 문장을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 서라벌문학상 선정위원회는 그녀를 두고 “서사의 숨결을 새롭게 짜 올리는 작가”라고 평가했다.
예술이 건너간 자리에서 피어난 이름들 ― 서라벌문화예술상 김민서·유범상
김민서는 목소리로 빛을 불러오는 시 낭독가이다. 시력을 잃은 뒤에도 김민서 동문은 ‘말하는 시’의 세계를 개척해 왔다. 그의 목소리는 종종 종이 위에 적힌 한 편의 시를 하나의 공간처럼 펼쳐 보인다. 장애 인권 강의, 전시·공연·강연·북토크 등 다양한 활동 속에서 그는 “예술은 보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는 진실을 다시 확인시킨다. 그의 활동은 문학의 경계를 새로운 감각으로 변주해 왔다.
유범상 수상자는 영상으로 서사의 숨결을 빚는 연출가이다. 스튜디오드래곤 PD로 영상예술의 언어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왔다. 2025년 휴스턴 국제영화제 백금상 수상은 그 과정에서 만난 한 줄기 성취다. 드라마 〈신사장 프로젝트〉, 〈반짝이는 워터멜론〉을 비롯한 그의 작품들은 화면 너머로 흐르는 리듬과 감정의 결이 돋보인다. 서사를 영상으로 번역하는 데 탁월한 감각을 지닌 연출가다.
문학과 예술이 서로를 비추는 밤 ― 송년 시상식
시상식은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송년회와 함께 열린다. 서로의 성취를 나누고 격려하며 다시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나가는 창작의 마음을 잇는 자리다. 최희영 동문회 사무총장(문학TV 대표)은 “올해의 시상식과 송년회는 중앙대 문예창작학과가 지켜온 문학의 전통이 앞으로도 여럿이 함께 더 멀리 이어질 것임을 확인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