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방제일 기자 | 올림픽의 계절 2월, 아직까지 날씨는 춥지만, 올림픽으로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뜨거워지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과거에 비해 올림픽에 대한 관심도는 다소 낮아진 듯하다. 지상파 3사가 중계를 하지 않았던 영향도 있었겠지만,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국가적·개인적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는 인상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출전한 선수들의 열정만큼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뜨거웠다. 개인적으로는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최가온 선수가 보여준 도전에 대한 불굴의 의지에, 가슴 깊숙이 묻어두었던 작은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순간, 눈시울을 붉히던 모습은 올림픽 메달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6g의 금, 500g의 은, 그리고 메달의 가격
선수들의 목에 걸리는 메달은 그 어떤 금속보다 무겁다. 체감만이 아니다. 실제로도 그렇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금메달의 금속 원가는 약 2300달러(약 338만 원)로 추산된다. 2년 전 2024 파리 하계올림픽 때보다 두 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은메달은 1400달러 선으로, 파리 대회 대비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숫자만 보면 ‘역대 최고가’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올림픽 메달은 늘 그렇듯 단순한 금속 덩어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번 동계올림픽 금메달은 총 506g. 이 가운데 순금은 단 6g이며, 나머지는 은이다. 규정상 금메달은 92.5% 이상의 은으로 제작한 뒤 최소 6g의 금을 도금해야 한다. 은메달은 순은 500g, 동메달은 구리 420g이다. 지름 80㎜, 두께 10㎜로 손에 올리면 묵직한 무게감이 전해진다. 여기서 자연스레 이런 질문이 나온다. “왜 금메달은 순금이 아니죠?” 순금 메달의 시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까지는 실제로 순금 메달이 수여됐다. 이후에는 은 위에 금을 입히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금값이 급등할 때마다 “순금으로 되돌리자”는 낭만적인 주장도 나오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특히 최근처럼 금과 은 가격이 치솟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금속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국제 금융시장이 있다. 금융 데이터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2024년 파리 올림픽 이후 금 현물 가격은 107%, 은은 200% 상승했다. 지정학적 불안,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확대, 안전자산 선호 심리 등 거시경제적 요인들이 메달 가격에도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환경이라는 또 다른 무게
흥미로운 점은 이번 메달이 ‘가장 비싼 메달’이면서 동시에 ‘가장 친환경적인 메달’이라는 점이다. 금속 폐기물에서 회수한 재활용 원료를 사용했고, 주조는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되는 유도 가열로에서 이뤄진다.
올림픽의 친환경 기조는 도쿄 대회에서 시민들이 기증한 휴대전화와 소형 가전에서 추출한 금속으로 메달을 제작하면서 본격화됐다. 밀라노 대회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산 공정 전반을 친환경 체계로 전환했다. 메달의 가격은 올랐지만, 환경 부담은 줄였다. 이것 또한 숫자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다.

메달의 ‘시장가격’과 ‘소장가치’
올림픽 금메달의 진짜 흥미는 시장에서 드러난다. 금속 원가가 2300달러라고 해서 그 가격에 거래되는 일은 거의 없다. 메달은 모두 같은 재질로 만들어지지만, 역사적 맥락과 주인공의 서사가 가격을 좌우한다.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 금메달은 2015년 경매에서 2만6000달러에 팔렸다.
하지만 이는 이례적인 사례다. 대부분의 선수는 메달을 팔지 않는다. 은퇴 후 경제적 어려움으로 경매에 내놓는 경우가 간혹 화제가 되지만, 대다수 메달은 가족의 품이나 박물관에 보관된다. 메달은 물론 거래 가능한 ‘물건’이지만, 동시에 쉽게 환산할 수 없는 ‘기억’이기 때문이다.
메달의 진정한 무게는 한 선수가 견뎌낸 시간의 증명서
초창기 올림픽은 지금과 전혀 달랐다. 1896년 아테네 대회에서 1위에게 주어진 것은 금이 아니라 은이었다. 1900년 파리 대회에서는 직사각형 메달이 등장했고, 오늘날 우리가 익숙한 둥근 형태는 1904년 세인트루이스 대회에서 자리 잡았다. 형태도, 재질도, 가격도 변해왔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메달이 상징하는 ‘순간’이다. 수천 시간의 훈련, 수차례의 실패, 그리고 단 몇 분의 경기.
삭소뱅크의 상품 전략 책임자 올레 한센은 2028년 하계올림픽 메달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예측이 맞는다면, 올림픽 메달은 또 한 번 ‘역대 최고가’ 기록을 새로 쓸 것이다. 그러나 그거보다 우리가 더 관심을 가져야할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메달의 ‘가격’에 놀랄 것인가, 아니면 그 안에 담긴 ‘시간’에 감동할 것인가. 금값은 오르고 내리겠지만, 한 사람이 흘린 땀과 눈물의 가치는 시세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
올림픽은 결국 우리에게 묻는다. 무엇이 진짜 값진 것인가를. 앞으로도 메달의 금전적 가치는 계속해서 오를 것이며 숫자로 환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상대 위에서 흘리는 눈물의 가치는 여전히 가격표가 붙지 않는 않는다. 스포츠 심리학자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메달은 선수에게 통장 잔고가 아니라, 자신이 견뎌낸 시간의 증명서다.” 그렇다. 어쩌면 올림픽 메달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이것일지도 모른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견뎌낸 시간, 그 시간을 스스로 증명해내는 용기야말로 진정한 ‘금’이라는 사실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