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2026 파크골프,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나?

  • 등록 2026.02.09 09: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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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대회‧구장‧장비 새롭게 정비하는 시간
성장의 속도를 늦추고, 구조를 다시 묻다

지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 파크골프는 이제 ‘고령자를 위한 생활체육’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 전국 어디에서나 파크골프장은 익숙한 풍경이 되었고, 동호회 활동과 각종 대회 일정은 많은 이들의 생활 리듬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전국의 파크골프장은 500곳을 바라보고, 파크골프 인구는 단체회원에 비회원 동호인을 합하면 이미 60만 명으로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파크골프 단체와 동호인, 산업 관계자들은 올해를 본격 성장의 원년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변화의 문턱에서 파크골프가 마주한 현실과 과제를 짚어본다.

 

 

파크골프 인구 증가와 인프라 확장은 자연스럽게 산업의 성장동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프로파크골프 선수들이 선발됐고, 프로리그 태동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경기도 포천의 한여울파크골프장을 비롯해 프로리그를 겨냥해 규격과 시설, 서비스를 내세운 민간 구장 조성 추진도 주목할 만하다.

 

이 같은 빠른 확산과 성장은 새로운 문제를 동시에 불러왔다. 자원의 배분, 공공 인프라 활용의 공정성, 특정 단체의 과점, 산업 고도화, K-파크골프의 세계화 등이 화두로 등장했다. 2026년의 파크골프는 ‘얼마나 더 성장할 것인가’보다 ‘이만큼 커진 파크골프를 어떻게 유지하고 관리할 것인가’를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게 중론이다.

 

파크골프 인구 100만 시대

자원 배분과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파크골프 인구 증가는 수치와 현장 체감으로 확인된다. 국내 최대 단체인 대한파크골프협회의 회원은 2020년 약 4만 5,000명에서 2022년 10만 명, 2024년 기준 18만 명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최초 단체인 대한파크골프연맹과 대한직장인체육회와 대한생활체육회 산하 파크골프협회, 대한파크골프협회중앙회, 그리고 한국프로파크골프협회 등의 단체회원도 꾸준한 증가세다.

 

여기에 단체 비등록 이용자와 공공 파크골프장 자유 이용 인구를 포함하면 추산이 쉽지 않을 만큼 폭발적으로 늘었다. 관련 단체와 업계, 지자체에서는 전체 파크골프 인구 100만 시대가 코앞이라 추산한다.

 

인구 증가는 현장에서도 체감된다. 주요 파크골프장의 연간 이용 횟수는 3~4년 전 대비 세 배 이상 늘어난 곳도 적지 않다. 평일 오전에는 대기 줄이 생기고, 주말에는 이용 시간이 제한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안양천의 파크골프장 등 일부 서울 수도권 구장은 4부제로 운영하며 효율화를 꾀하고 있으나 이용자의 불만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수도권에서 활동 중인 한 동호인은 “예전에는 오전에 가면 한적하게 칠 수 있었는데, 요즘은 평일에도 기다려야 한다”라며 “클럽을 중심으로 경기나 강원도로 매월 한두 차례 버스 원정 라운드를 간다”라고 말한다. 오세훈 서울 시장이 지난 2024년 6월 4일 ‘제24회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시니어올림픽’ 행사에서 한강 유휴지 등을 활용해 2026년까지 서울에 파크골프장 77곳, 700홀 규모로 확장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실현 가능성은 요원하다.

 

지방 구장은 협회 회원과 비회원 차별 문제로 시끄럽다. 다수의 지자체가 비회원들의 민원을 받아들여 협회 위탁운영에서 직영으로 전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창원시, 칠곡군, 구미시, 광주 광산구, 안동시 등이 직영 운영으로 전환했다.

 

직영 전환 후에 새로운 문제도 불거진다. 협회 회원들은 지자체가 운영하면서 관리 인력 인건비와 관리비 등 예산을 들였는데, 오히려 구장 관리가 엉망이라고 불만을 터트린다. 디지털 예약제로 운영해 이용이 불편하다는 민원도 커졌다. 파크골프는 이제 공공 자원을 어떻게 개발해 배분하고 관리할 것인가라는 사회적 과제를 안게 됐다.

 

지자체마다 예약제·시간제 확산

디지털과 세대의 간극 문제 부상

 

급격한 인구 증가와 지자체 직영 운영은 파크골프장 운영 방식의 변화를 불러왔다. 예약 시간제는 실험 단계를 거쳐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특히 주말과 성수기에는 인터넷·모바일 예약 시스템을 통해서만 이용이 가능한 파크골프장도 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운영 효율과 안전 관리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온라인 예약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 이용자에게는 예약 시스템 자체가 장벽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자체 운영 관계자는 “예약제를 하지 않으면 특정 시간대에 이용자가 몰려 안전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설명하면서도, “디지털 예약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을 위한 전화 예약, 현장 안내 인력 배치 같은 보완책이 필요하다”라고 토로한다.

 

지자체의 예약 시간제 확산은 단순한 운영 방식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운영 효율화와 함께 디지털 환경과 고령 이용자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라는 과제를 함께 던지고 있다.

 

 

연중 전국대회 급증과 상금 확대

우승상금 3,000만 원, 판이 커졌다

 

대회 환경의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전국 단위 파크골프 대회는 2024~2025년을 거치며 확대되는 추세다. 대한파크골프협회가 주관하는 공인 대회를 중심으로, 대한노인회 연계 대회, 농협 등 공공기관 주최 대회, 지자체장배 전국대회, 스크린 파크골프 대회까지 주최‧주관 단체와 형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눈에 띄는 변화는 고액 상금이다. 파크골프 수도로 불리는 강원 화천군은 1,000만~3,000만 원의 우승상금을 내건 전국대회를 연중 6회나 개최한다. 화천군 페스티발 대회를 비롯해 구미배, 고령가야배 대회의 MVP 상금은 3,000만 원에 이른다. 판이 커진 것이다.

 

파크골프가 경쟁 스포츠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화천군 관계자는 “파크골프 대회는 투입 예산 이상의 경제효과를 낳는다”라며 “대회 기간은 물론 연습을 위해 전국에서 선수들이 몰리며 주변 상권이 살아나 군민들이 크게 반기고 있다”라고 전했다.

 

파크골프 대회의 양적 질적 증가는 이미 대세가 되었다. 여기에 프로리그가 도입되면 억대 수입을 올리는 직업선수도 등장할 참이다. 프로파크골프 활성화는 중요한 변곡점이다. 한국프로파크골협회와 기업, 단체를 중심으로 프로 테스트, 프로 등록 제도, 상설 대회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파크골프가 관람과 경쟁, 기업 마케팅 콘텐츠로 확장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프로화는 기존 동호인 중심 문화와의 긴장도 불러온다. 중장년 동호인 A씨는 “프로 대회가 생기는 건 흥미롭지만, 여전히 파크골프의 본질은 함께 즐기는 데 있다”라며 “프로와 아마가 각자 영역을 존중하며 공존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대회 수와 규모가 늘어난 만큼 운영의 질이 더 중요해졌다. 주관 단체에서는 안전, 공정성, 진행 능력을 더 키워야 한다. 여전히 일부 대회에서는 운영 미숙으로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는 실정이다. 생활 스포츠와 경쟁 스포츠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규칙과 규격, 규정의 재정비도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싸고 가볍고 내구성 좋은 장비 등장

우드헤드에서 메탈, 카본 소재로 진화

 

장비 시장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한동안 고가 클럽과 프리미엄 제품 중심이던 시장은 최근 중저가 제품 확대와 선택지 다양화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우드헤드 클럽 일색에서 메탈헤드, 카본헤드 등 새로운 재질의 제품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다만 대한파크골프협회는 여전히 우드헤드 클럽만 인증을 해주고 있어 장비의 질적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골프 클럽이 목재 소재에서 메탈로 변화한 게 90년대이다. 메탈헤드가 등장하면서 비거리 등이 늘어나 골프는 더욱 흥미진진한 인기 관람 스포츠로 발전했다. 프로파크골프가 태동한 지금, 장비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파크골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B강사는 “대한파크골프협회가 우드헤드 인증만 고집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다”라며 “초등학생 등 입문자를 위해서라도 소재가 가볍고 낮은 가격대의 제품이 더 많이 필요하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손목 부담을 줄인 경량 설계와 낮은 가격대의 어린이·청소년·입문자용 파크골프 장비는 소비층이 중장년을 넘어 세대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비 선택의 기준은 ‘비싸고, 최신이냐’가 아니라, ‘누가, 얼마나, 어떻게 쓰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파크골프가 세대를 아우르는 생활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는 방증이다.

 

 

생활체육에서 전문 스포츠로 발전

프로파크골프와 세계화에 가속 페달

 

파크골프는 이제 생활체육의 영역을 넘어 전문 스포츠로의 본격적인 전환을 앞두고 있다. 프로 선수 선발과 프로리그 출범 논의는 파크골프를 ‘직업 스포츠’로 인식하게 만드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상설 리그와 안정적인 상금 구조, 스폰서십이 결합하면 파크골프는 선수, 지도자, 심판, 운영 인력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스포츠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는 세대 간 진입 장벽을 낮추고 청년층의 참여와 도전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다.

 

프로화는 산업시장 확대와도 직결된다. 장비, 의류, 용품 시장은 물론, 대회 운영, 미디어 중계, 관광·레저 산업과의 결합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는 대형 파크골프 대회를 지역 대표 스포츠 콘텐츠로 육성하며 체류형 관광과 연계하고 있다. 파크골프가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이벤트 산업’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세계화 흐름 역시 빨라지고 있다. 대한파크골프협회는 이탈리아파크골프협회와 MOU를 체결하며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고, 관련 단체들이 태국파크골프협회와의 MOU를 통해 동남아 시장 협력에도 나섰다. 규칙과 운영 노하우, 지도자 교육, 국제대회 공동 추진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행보다. 파크골프의 국제 네트워크는 ‘K-파크골프’라는 브랜드를 세계에 각인시킬 기반이 되고 있다.

 

세계화를 위해서는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규정 정비, 공신력 있는 단체 운영, 프로와 아마추어의 역할 분담이 선행돼야 한다. 생활체육의 저변을 지키면서도 전문 스포츠로 성장하는 균형 잡힌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2026년 이후 파크골프가 마주한 가장 중요한 과제다.

 

파크골프 생태계는 이전보다 훨씬 크고 복잡해졌다. 동시에 더 많은 책임을 요구받는 스포츠가 됐다. 시설, 제도, 대회, 인증까지 모든 영역에서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해진 시기다. 지금의 선택과 판단이 대한민국 파크골프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2026년은 파크골프의 변곡점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이 변화는 불편함이 아니라, 더 오래 함께하기 위한 과정이다. 확장보다 구조를, 속도보다 방향을 선택하는 것. 대한민국 파크골프는 지금, 그렇게 한 단계 더 높이 단단해지고 있다.

 

이창호 기자 golf003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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