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시선] 김병주 MBK 회장, 법원 문은 넘겼지만 시장의 문턱은 남았다

  • 등록 2026.01.15 09: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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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기각은 무죄 아니다, 책임은 남았다
홈플러스 사태, 사모펀드 한계 드러내
김병주 회장, 관여 부인 설득력 잃어
감독당국·시장, 이제 판단에 나설 때

법원 문을 넘겼다고 책임의 문까지 통과한 것은 아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포함한 핵심 경영진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사모펀드 업계는 일단 최악의 사법 리스크는 피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무죄 판단도, 책임 면제도 아니다. 법원이 본 것은 오직 ‘현 단계에서 구속이 필요한가’라는 형사 절차의 문턱이었다. 시장과 공공의 판단은 이제부터 훨씬 더 높은 기준에서 작동한다.

 

 

김병주 회장은 ‘관여하지 않았다’는 설명으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 홈플러스는 MBK의 대표적인 투자 성과이자, 김 회장의 이름과 분리할 수 없는 자산이다. 이사회 구성, 재무 전략, 자산 매각, 차입 구조 전반에 MBK의 영향력이 작동해 왔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위기 국면에서는 ‘경영은 포트폴리오 회사의 몫’이라는 선 긋기가 반복됐다. 지배는 했지만 결과는 남에게 돌리는 구조, 시장은 이를 책임 회피로 받아들이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는 경영상 실패가 아니라 구조적 예고였다.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도 단기성 자금 조달은 반복됐고, 차입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는 단순한 판단 착오가 아니다. 엑시트를 전제로 한 사모펀드식 경영에서 유동성은 ‘관리 대상’이지 ‘지속 가치’가 아니다. 그 결과 기업은 회생 절차로, 점포와 노동자는 구조조정의 최전선으로 내몰렸다.

 

사모펀드의 ‘책임 공백’은 더 이상 추상적 개념이 아니다. 홈플러스에서 발생한 손실과 혼란은 현장에 남았고, 운용사는 출구 논리를 유지한다. 고려아연 사례에서도 확인됐듯, 사모펀드의 논리가 개입되는 순간 중장기 산업 전략은 지분과 수익률의 문제로 급격히 축소된다. 기술과 고용, 산업 경쟁력은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외면한 경영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났다.

 

정치권과 감독당국의 책임도 비켜갈 수 없다. 이 같은 구조가 반복될 때까지 제도는 사실상 방치돼 왔다. 사모펀드의 경영 관여 범위는 모호하게 남겨졌고, ‘투자자’와 ‘실질적 지배자’ 사이의 책임 경계는 흐려졌다. 금융당국이 이제 와 제재를 논의하고 있지만, 이는 사후 대응에 가깝다. 자본시장 질서를 지키겠다면, 사모펀드의 경영 개입과 책임을 명확히 규율하는 제도적 기준부터 제시해야 한다.

 

시장은 이미 김병주 회장과 MBK를 다시 평가하고 있다. 출자자(LP)들은 내부통제와 유동성 관리 실패를 예외적 사건으로 보지 않는다. 펀드 결성, 신규 투자, 자금 조달 비용 전반에서 신뢰 프리미엄은 빠르게 증발할 수 있다. 단기 채권과 유동화 시장에서도 설명·고지 책임 강화는 불가피하다. 이는 법원이 아니라 시장이 내리는 판단이다.

 

홈플러스 회생은 김병주 회장의 선택을 정면으로 요구하고 있다. 경영진이 구속을 면했다고 해서 기업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점포 폐점과 납품 축소, 현금 경색은 이미 진행 중이다. 회생계획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자산 매각 이상의 결단과 책임 있는 메시지가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법률적 방어가 아니라, 실질적 책임의 언어다.

 

사모펀드가 한국 경제의 주류 자본을 자임한다면 더 이상 숨을 곳은 없다. 수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현장에 전가하는 구조는 지속될 수 없다. 김병주 MBK 회장은 법원의 문은 넘겼다. 그러나 시장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그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는 판결문이 아니라, 책임을 인정하고 감당하려는 선택에 달려 있다. 시장은 이제 그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 

문채형 기자 newsroom@g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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