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돌 빼서 윗돌 괴나” 농심 폭발…전남도 벼 경영안정비 되돌렸다

  • 등록 2026.01.21 21:35:12
크게보기

- 한 달 만에 114억 추경 반영…삭감 철회에도 농정 불신은 숙제로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전남도가 벼 경영안전대책비(벼 경영안정비) 절반 삭감으로 들끓었던 농심(農心) 달래기에 나섰다. 농어민 공익수당 인상 과정에서 함께 줄였던 벼 경영안정비 114억 원을 추가경정예산에 다시 담아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한 달여 만에 정책의 방향타를 되돌린 것이다. 현장에선 “뒤늦게라도 바로잡았다”는 평가와 함께 “농정이 너무 흔들린다”는 불신이 동시에 번지고 있다.

 

전남도는 21일 “삭감한 벼 경영안정비 114억 원을 추경에 반영해 재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벼 경영안정비는 도비 228억 원, 시군비 342억 원 등 총 570억 원 규모로 편성됐지만, 절반 수준인 285억 원으로 줄어들며 파장이 커졌다. 벼 재배농가 입장에선 한 해 농사 비용이 오르는 상황에서 ‘현금성 지원’의 체감도가 큰 사업이 줄어든 만큼, 불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벼 경영안정비는 쌀 관세화 유예, 추곡수매제도 폐지 등 농정 환경 변화 속에서 벼 재배농가의 손실 보전 요구에 따라 도입된 제도다. 전남에 주소지를 둔 벼 재배 농업인에게 최대 2ha 한도에서 직불금 형태로 60만~120만 원이 지급돼 왔다. 쌀값이 출렁이고 농자재 가격이 들썩일 때마다, 농가에겐 ‘마지막 안전판’처럼 여겨져 온 이유다.

 

전남도는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벼 재배농가에 직불금 형태 등으로 1조1465억 원을 지원해 왔다. 다만 최근엔 농어민 공익수당 인상 요구가 본격화하면서 재정 운용의 셈법이 꼬였다. 전남도의회가 지난해 11월 추경 예산안 심사에서 공익수당 인상을 요구했지만, 전남도는 열악한 재정 상황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 과정에서 벼 경영안정비 삭감이 맞물리며, 농민들 사이에선 “결국 벼농가 지원을 깎아 공익수당 재원을 맞춘 것 아니냐”는 의심이 번졌다.

 

농민단체 반발은 거셌다. “기본소득이나 농민수당을 핑계로 성격이 다른 벼 경영안정대책비를 줄이는 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일부 단체는 김영록 지사 퇴진 요구까지 꺼내 들었다. 삭감 폭이 절반에 달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예산 조정이 아니라 ‘농정 신뢰’의 문제로 번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도 안팎에서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이 제기됐지만, 농심이 들끓자 분위기는 빠르게 바뀌었다. 결국 전남도는 관련 법·제도가 본격 시행되기 전까지 벼 경영안정비를 기존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동시에 다른 예산을 줄여 89억 원을 확보하고, 농어민 공익수당 예산을 624억 원으로 확정했다. 말하자면 ‘둘 다 챙기는’ 선택지로 방향을 틀어 급한 불을 끈 셈이다.

 

전남도는 이번 복원 배경으로 ‘필수농자재법’과 ‘양곡관리법’ 시행 전까지는 기존 지원 체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비료비, 인건비 등 농업경영비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가운데 벼 재배농가 부담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농도 전남 입장에선 농업계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면서, 자칫 이반할 수 있는 농심을 붙잡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벼 경영안정비 복원 결정 이후 농업인단체는 전남도의 입장을 수용하고, 농업인 소득 안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단계적·지속적인 개선 노력을 이어가기로 뜻을 모았다. 다만 현장에선 “처음부터 왜 건드렸느냐”는 말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한 달여 만에 결정을 뒤집은 과정 자체가 ‘우왕좌왕’으로 비치면서, 농정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박형대 전남도의원은 “벼 경영안정대책비 감액은 농민들의 분노를 키웠고 도정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정치 일정까지 겹치며 ‘무리한 농심 잡기’로 읽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봉합이 가능해도,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부담과 정책 일관성 문제가 다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전남도는 앞으로 농정 환경 변화에 맞춰 농어촌 기본소득, 농어민 공익수당 등 각종 현금성 지원 정책을 포함한 사업 전반의 재조정도 검토한다. 재정 소요가 커지는 만큼 도의회와 농업인단체 등과의 협의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유덕규 전남도 농축산식품국장은 “벼 농가를 포함한 모든 농업인의 삶이 더 나아지도록 하는 것이 농정 목표”라며 “앞으로도 농업인의 다양한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지속 가능한 농업 지원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jhk7111@naver.com
Copyright @G.ECONOMY(지이코노미)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특별시 서초구 언남5길 8(양재동, 설빌딩) 2층 | 대표전화 : 02-417-0030 | 팩스 : 02-417-9965 지이코노미(주) G.ECONOMY / 골프가이드 | 등록번호 : 서울, 아52989 서울, 아52559 | 등록(발행)일 : 2020-04-03 | 발행인·편집인 : 강영자, 회장 : 이성용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 방제일) G.ECONOMY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2 G.ECONOMY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lf0030@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