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장위15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논란은 더 이상 개별 사건에 머물지 않고 구조적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본지가 연속 보도한 조합원 명부 유출 의혹, 서울시 실태조사 결과와 조합 소식지 간 충돌, 협상단 운영 과정에서의 정보 통제 논란, 내부고발 이후 이어진 고소전까지 일련의 흐름은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되고 있다.
문제 제기와 비판에 대해 설명이나 해명보다 법적 대응이 반복되는 구조,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적된 내부 불신이다.
이번 ⑤편은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서 반복된 고소의 실체와 그 결과, 그리고 조합장이 직면하게 된 사법 리스크를 집중적으로 짚는다.
■ 소식지 요지…“고소 진행 중” 강조, 비판 세력 ‘음해 프레임’
지종원 조합장이 조합원들에게 배포한 소식지는 전체적으로 비판 세력을 조직적 음해 집단으로 규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식지에서는 내부 제보자를 ‘꼭두각시 임원’으로 표현하며, 해당 인물이 조합장을 공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인물을 제작·배포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본지 기자와 비상대책위원회가 결탁해 허위 사실을 퍼뜨렸다는 취지의 설명도 담겼다.
또한 지난해 4월부터 해당 보도와 관련해 기자를 세 차례 고소했으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이 소식지는 비리 의혹이나 사업 운영상의 문제를 설명하기보다, 비판 세력을 조직적 음해 집단으로 규정하는 프레임을 중심으로 사건을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 그러나 경찰 판단은 달랐다…‘불송치·각하’의 의미
조합 소식지에서는 고소 진행 상황을 강조했지만, 실제 수사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경찰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불송치, 즉 혐의없음 결정을 내렸다. 이는 해당 행위가 형사처벌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또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불송치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는 사건 자체가 수사를 진행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될 때 내려지는 조치로, 법적으로 더 이상 다툴 실익이 없다고 본 것이다.
결국 두 건 모두 수사 단계에서 종결되면서, 고소를 통해 제기된 범죄 주장은 형사 책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는 조합 소식지에서 전달된 인식과 실제 사법 판단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 반복된 고소…문제는 ‘결과’보다 ‘구조’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시선은 단순히 수사 결과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그동안 반복되어 온 대응 방식, 즉 구조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합 내부에서는 내부고발자에 대한 고소, 언론 보도에 대한 고소, 유인물 배포자에 대한 법적 대응, 비대위 연루 의혹 제기까지 유사한 흐름이 이어져 왔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문제 제기나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곧바로 법적 대응으로 이어진다는 특징을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이 누적되면서 조합 내부에서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개발 사업은 조합원 참여와 의견 교환을 통해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구조인데, 비판과 문제 제기가 위축될 경우 그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 내부고발까지 ‘조작’ 프레임…위험한 선 넘었다
이번 논란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내부고발에 대한 대응 방식이다. 조합장은 내부 임원이 작성한 고발 편지에 대해 비대위와 기자가 공모해 만든 것처럼 규정하며, 조직적 음해라는 프레임을 씌운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대응을 넘어 조직의 자정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위험한 접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고발은 조직 내부의 문제를 드러내는 핵심적인 견제 장치다. 특히 재개발과 같이 대규모 이해관계가 얽힌 사업에서는 내부 제보가 중요한 감시 수단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이를 조작이나 음해, 공모로 규정해버릴 경우, 향후 어떤 내부 구성원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내부고발은 내용과 사실관계를 통해 검증해야 할 문제이지, 동기를 이유로 일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조직의 자정 능력을 훼손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 “비대위가 없었다면…” 조합원 인식 변화
현장 조합원들의 반응은 보다 직설적이다. 한 조합원은 비대위가 없었다면 현재 상황은 훨씬 더 심각했을 것이라며, 견제 장치 없이 조합이 운영됐다면 사업 방향이 특정 방향으로 쏠렸을 가능성이 크고 그 부담은 결국 조합원 분담금으로 돌아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 역시 지금 필요한 것은 비판 세력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비판이 계속 제기되는지 돌아보는 것이라며, 문제 제기 자체를 억누르는 방식으로는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발언들은 단순한 불만을 넘어 조합 운영 전반에 대한 신뢰가 상당 부분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 지종원의 사법 리스크…이제 ‘현실 단계’
문제는 이 사안이 단순한 내부 갈등을 넘어 법적 리스크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비사업 전문 법률가 조완우 변호사는 "고소가 반복적으로 제기됐음에도 상당수가 형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 구조라면, 향후 무고 논란이나 권한 남용 문제로 쟁점이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합장이 공적 권한을 활용해 비판 세력이나 문제 제기 주체를 압박하는 방식이 사실로 인정될 경우, 이는 민사상 손해배상은 물론 형사적 책임까지 동시에 제기될 수 있는 사안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반복된 고소와 그 결과는 단순한 대응을 넘어, 조합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법 리스크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결론…이제는 ‘설명’이 아니라 ‘책임’의 문제
재개발 사업은 특정 개인의 사업이 아니다. 조합원들의 자산과 삶이 걸린 공적 의사결정 구조다. 그 정당성은 투명성과 소통, 그리고 자유로운 문제 제기를 통해 유지된다.
그러나 현재 장위15구역을 둘러싼 흐름은 비판이 고소로 이어지고, 내부고발이 조작으로 규정되며, 언론이 압박 대상으로 인식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이 같은 구조가 지속된다면 문제는 개별 사건의 옳고 그름을 넘어 조합 운영의 정당성 자체를 흔들 수밖에 없다. 결국 남는 질문은 분명하다. 반복된 고소가 무엇을 남겼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현장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인식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안을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책임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 다음 편 예고
[재개발 비리 추적 | 장위15구역⑥]
“고발에도 업무배제 없다”…성북구청 ‘봐주기 행정’ 논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