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가 미국 의회에 출석했지만, 취재진의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은 채 침묵을 유지했다.
로저스 대표는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열린 하원 법사위원회 비공개 증언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섰다. 그는 “오늘 어떤 발언을 할 것인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무런 답변 없이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향했다.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된 증언에 앞서 로저스 대표는 약 20분 일찍 도착했으며, 경호 인력으로 보이는 인원들을 대동했다. 회의 시작 전에는 관련 자료로 추정되는 서류 박스를 들고 관계자가 입장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이번 증언을 통해 한국 정부가 쿠팡을 상대로 진행해 온 조사 전반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짐 조던 법사위원장과 스콧 피츠제럴드 반독점소위원장 등은 로저스 대표에게 최근 6년간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국가정보원 등과의 접촉 및 대화 내역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이번 일정은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향후 공개 청문회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의회 내에서는 한국 정부의 쿠팡 조사 방식이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로 작용했는지 여부를 둘러싼 문제의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실제 하원 법사위원회 측은 성명을 통해 “외국 정부들이 혁신적인 미국 기업을 겨냥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쿠팡에 대한 제재가 국내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차별적 법 집행 여부를 조사하고 미국의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사안은 단순 기업 규제를 넘어 통상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쿠팡의 미국 투자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 등은 최근 한국 정부의 조치가 불공정하다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를 요청하는 청원을 제출했다.
무역법 301조는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이 확인될 경우 미국 정부가 조사와 협의를 거쳐 관세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실제 조사로 이어질 경우 한미 간 통상 마찰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역시 최근 성명을 통해 “주요 무역 파트너 국가들의 디지털 서비스 규제와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차별 문제를 다루겠다”고 밝히며, 향후 대응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쿠팡을 둘러싼 논란이 미국 의회와 통상 이슈로까지 번지면서, 향후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