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중동 전쟁이 길어질수록 한국 경제의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환율·물가·유가가 동시에 흔들리는 ‘복합 충격’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정부와 산업계 모두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 정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대비
정부는 호르무즈해협 봉쇄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가정한 대응에 착수했다. 유조선 운항 일정 조정과 함께 대체 수급선 확보를 점검하고, 관계부처 합동 비상대응반도 즉각 가동했다.
현재 국내에는 약 7개월분의 원유와 충분한 LNG 비축 물량이 확보돼 있지만, 상황 악화 시 시장에 직접 공급을 풀겠다는 방침이다. 대응 조직은 에너지·공급망·금융시장 등 3개 축으로 구성돼 전방위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 “유가 100달러 현실화”… 물가 직격탄
문제는 사태가 단기 충돌이 아닌 장기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의 보복 가능성이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가 상승은 곧바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석유류와 난방비가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데다, 생산·물류 비용 전반을 끌어올리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수출입 단가가 각각 2% 안팎, 3% 이상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LNG 가격 상승은 전력 생산비를 자극해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 한국 경제의 구조적 약점 ‘에너지 의존’
한국은 에너지 공급망 측면에서 중동 리스크에 취약하다.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를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물량이 홍해나 인도양으로 우회 수출되더라도 상당수는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야 한다. 결국 해당 해협의 군사적 긴장은 곧바로 한국 경제 리스크로 직결된다.
■ 해운·산업계 ‘초비상’… 비용 급등 현실화
해운업계는 이미 직접적인 충격권에 들어섰다. 호르무즈 인근에서 민간 선박 피격 사례가 발생하면서 글로벌 선사들이 운항 중단에 나섰고, 국내 역시 긴급 대응에 돌입했다.
특히 전쟁 리스크가 반영된 보험료 상승이 가장 큰 부담이다. 일부 구간에서는 보험료가 최대 5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결국 운임 상승으로 이어지고, 화주인 정유·화학 업계로 비용이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업계는 직접 타격은 제한적이지만, 글로벌 IT 수요 위축 가능성에 대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동 지역 인력을 인근 국가로 이동시키고 일부 지역은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 단기전 vs 장기전… 경제 영향 갈린다
이번 충돌이 단기간 내 마무리될 경우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로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란 군사력 약화로 중동 리스크가 완화되고, 유가가 안정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사태의 경제적 파장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 한국 경제는 그 불확실성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