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 칼럼에서 중동 전쟁이 드러낸 한국 경제의 에너지 리스크를 짚은 바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 속에서 국제 유가와 환율, 물가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는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제 시선은 그 다음 단계로 옮겨가야 한다. 전쟁 이후 세계 경제 질서가 어떻게 바뀌고 있으며, 그 변화 속에서 한국 경제가 어떤 전략을 선택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현재 글로벌 경제의 흐름은 분명한 방향을 가리킨다. 각국 정부와 기업이 에너지와 자원 확보를 단순한 산업 정책이 아니라 국가 안보 차원의 전략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에너지와 핵심 광물 공급망을 우방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고 유럽은 러시아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LNG 수입 확대와 재생에너지 투자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은 공급망 안정성을 경제 전략의 핵심 요소로 재정의하고 있다.
기업의 움직임 역시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은 원자재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고 자동차 산업은 생산기지를 소비시장 가까이로 이동시키고 있다. 공급망 안정과 자원 확보가 기업의 장기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자리 잡은 것이다.
에너지 산업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특히 소형모듈원전(SMR)은 탄소 감축과 전력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 캐나다가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도 기술 개발과 글로벌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 산업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 가지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에너지 문제는 더 이상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구조와 산업 전략의 문제라는 점이다. 에너지 확보 능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 역시 이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히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를 고려하면 변화의 파장을 더 크게 받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명확한 전략이다. 특정 지역에 집중된 에너지 의존 구조를 완화하고 다양한 공급원을 확보하는 노력, 원전과 수소 등 미래 에너지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 그리고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자원 외교의 복원이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
군사 충돌은 어느 순간 멈출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 시장과 공급망 구조의 변화는 훨씬 긴 시간 동안 세계 경제의 흐름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전쟁은 중동에서 벌어졌지만 그 파장은 에너지 가격과 공급망을 통해 세계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 가장 먼저 도달한다.
지금 한국 경제가 직면한 현실은 분명하다.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는 산업 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 될 수 없다.
결국 선택은 하나다. 에너지와 자원을 스스로 확보할 전략을 갖추느냐, 아니면 국제 시장의 가격과 충격에 계속 흔들리는 경제 구조를 감수하느냐다.
세계는 이미 에너지 안보를 국가 전략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이제 한국도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에너지 확보 능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 한국은 그 준비가 되어 있는가.
문채형 뉴스룸 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