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돌파에 코스피 ‘패닉’…고유가 장기화가 진짜 변수

  • 등록 2026.03.10 06: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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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에 국제유가 급등
WTI 장중 116달러…3년8개월 만에 최고치
코스피 6% 급락·서킷브레이커 발동
전문가 “전쟁 길어지면 인플레이션·긴축 리스크”

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장기화 우려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흔들렸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자 코스피가 급락하며 시장 전반에 ‘패닉 장세’가 나타났다.

 

 

국제유가는 약 3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9.89달러(12.20%) 오른 배럴당 90.9달러에 마감했다. 이어 장중에는 100달러를 돌파한 뒤 상승 폭을 확대하며 한때 116달러까지 치솟았다.

 

유가 급등의 배경에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자리하고 있다. 미·이란 갈등이 격화되면서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 상태에 들어가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해협 운항 재개를 위해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구체적 조치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산유국들의 감산 움직임까지 겹치며 공급 불안이 더욱 확대됐다. 이라크는 하루 150만 배럴 감산 계획을 밝혔고 쿠웨이트도 생산과 판매 중단 가능성을 언급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국제 유가가 단기간에 100달러를 웃돌고, 수주 내 147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고유가 충격은 곧바로 국내 증시에 반영됐다. 9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30포인트(5.96%) 하락한 5251.87에 마감했다. 장중 낙폭이 8%를 넘어서며 20분 이상 매매가 중단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번 증시는 과거 유가 급등기와 비교해 충격이 훨씬 빠르게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는 유가 상승이 일정한 시차를 두고 경기 둔화와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지며 주가에 영향을 미쳤지만, 이번에는 유가 상승이 곧바로 증시 하락으로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연초 이후 상승폭이 컸던 점도 낙폭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차익 실현 매물이 빠르게 쏟아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와 콘덴세이트 수입 비중이 80% 이상에 달해 지정학적 충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과거 사례를 보면 유가 급등이 반드시 즉각적인 증시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2008년 3차 오일쇼크 당시 유가는 2월 배럴당 90달러에서 7월 145달러까지 급등했지만 코스피는 같은 기간 오히려 상승 흐름을 보였다. 이후 고유가 국면이 지속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유가 상승이 먼저 나타났고 증시 하락은 뒤따르는 흐름이 나타났다. 당시 국제유가는 90달러에서 110달러를 넘어섰지만 코스피는 한동안 상승세를 유지했다가 이후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로 점차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시장의 방향을 좌우하는 변수는 유가 상승 자체보다 전쟁의 지속 여부라고 보고 있다.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달러 강세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동시에 커지면서 소비 둔화와 기업 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강매화 기자 maehwa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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