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양하영 기자 | 매년 국내에서 1,600명이 넘는 아동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최근 5년간 전체 사망자 수는 줄었지만, 인구 대비 사망률은 10만 명당 20명 수준에서 멈춰 서 있다. 특히 이들의 죽음 중 상당수가 사고나 자살 등 ‘사회적 노력으로 예방 가능한 원인’이라는 점은 우리 사회에 무거운 숙제를 던진다.
국제아동권리 NGO세이브더칠드런은 국회의원 장종태, 법무법인(유) 율촌, 사단법인 온율과 함께 13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아동사망검토제도 도입을 위한 입법토론회’를 개최하고, 반복되는 비극을 끊기 위한 구조적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 “학대 사망, 빙산의 일각일 수도”... 일본의 경고
이번 토론회에서 주목받은 것은 일본의 사례였다. 나고야대학병원 누마구치 아츠시 교수는 일본의 아동사망검토(CDR) 시범사업 데이터를 공개하며, “공식 통계상 학대 관련 사망은 1.5% 수준이지만, 정밀 검토 결과 실제로는 약 1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상당수의 학대 및 방임 사례가 사고나 질병으로 은폐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일본 소아과학회는 전체 아동 사망의 약 25%가 적절한 사회적 개입이 있었다면 예방 가능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본 국립성육의료연구센터 다케하라 켄지 부장은 “아동 익사 사고 발생 시 단순히 수영 금지 표지판을 세우는 데 그치지 않고, 생존수영 교육과 구명조끼 지원 등 다각적인 예방책을 도출하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 국과수의 진단 “사고처럼 보이는 방임, 데이터로 찾아내야”
국내 전문가들 역시 단순한 통계 집계를 넘어선 ‘구조적 분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규희 연구원은 2015년부터 운영해온 아동사망검토 시스템(NFS-CDRS) 사례를 언급하며, “겉으로는 단순 사고나 질질병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반복된 방임과 치료 접근 실패 등 위험신호가 누적된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유) 율촌의 장세인 변호사는 아동 사망 사건이 터질 때마다 반복되는 일시적 대책을 비판하며, 모든 아동 사망을 검토 대상으로 포함하고 다기관이 협력해 예방 정책으로 연결하는 국가적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 “죽음을 되짚는 고통, 또 다른 비극 막는 책임”
세이브더칠드런 정태영 총장은 “아이들의 죽음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고통스럽지만,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비극을 막는 것은 사회의 당연한 책임”이라며, 이번 논의가 실질적인 법·제도 개선으로 이어져 아이들의 생명이 존엄하게 지켜지는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 관계자들도 참석해 아동 사망 예방을 위한 정책적 과제를 검토했으며, 전문가들은 데이터 기반의 정밀 분석 체계 마련을 위해 부처 간 정보 공유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점에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