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고흥에서 가장 눈부신 밤은 바다가 아니라 하늘에서 시작된다.
녹동항 바다정원. 이 조용한 어촌마을이, 이제는 ‘주말 밤마다 드론이 춤추는 빛의 무대’가 된다. 오는 4월 12일 저녁 8시, 2025 시즌을 여는 ‘녹동항 드론쇼’ 개막전이 그 막을 올린다.
올해는 숫자부터 특별하다. 2025년을 기념해 무려 2,025대의 드론이 밤하늘을 수놓는다. 드론이 만든 빛의 군무는 고흥의 3대 발전 전략과 미래 교통 인프라를 테마로 구성됐고, 불꽃 드론 200대는 한여름밤의 축제를 방불케 하는 장관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드론쇼는 단순한 야간 콘텐츠가 아니다. 2023년 첫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총 52회. 방문객은 약 42만 명, 추정 경제효과는 350억 원에 달한다. 지역 상권, 숙박, 교통, 청년 일자리에 이르기까지 고흥의 주말 밤을 재설계한 콘텐츠다.
고흥군은 올해부터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녹동항 바다정원에서 드론쇼를 상설로 운영하고,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는 고흥읍 군민광장에서 특별 공연을 연다. 드론이 마을을 찾아가고, 문화가 일상이 되는 시도다.
공영민 군수는 “고흥 드론쇼는 더 이상 일회성 축제가 아니다. 군민이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자산이며, 외지인이 고흥을 다시 찾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녹동항 바다정원은 고흥에서도 독특한 매력을 가진 공간이다. 탁 트인 바다 위에 조성된 야외 무대, 여유롭게 배치된 산책길과 쉼터. 여기에 장어구이와 장어탕, 계절 포장마차, 푸드트럭까지 골목 맛집의 감성까지 품었다.
주말 저녁, 기타를 든 청년들이 바닷가에서 버스킹을 시작하면 사람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멈춰선다. 아이는 뽑기 앞에서, 어른은 파도 소리 옆에서, 커플은 조명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긴다.
드론이 날고, 사람은 웃고, 도시가 깨어나는 그 순간. 이 조용한 어촌이 이렇게까지 달라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단, 드론도 날씨에는 장사가 없다. 바람이 거세거나 비가 오면 공연은 연기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 녹동항 드론쇼 홈페이지나 고흥군청 공식 누리집 공지사항을 미리 확인하면 낭패는 피할 수 있다.
고흥의 밤하늘은 이제 그냥 어두운 게 아니다. 그곳엔 미래가, 예술이, 그리고 사람들이 함께 떠오르고 있다.